MRO사업, 청주공항 민영화 계획 속에 시작돼 민영화 백지화되면서 ‘갈팡질팡’

청주국제공항 MRO사업 실패 책임소재를 논하다보면 4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정우택 전 지사와 이시종 지사, 이승훈 청주시장, 전상헌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이다. 이 사업은 민선4~6기 약 10년동안 진행돼왔다. 과정을 훑어보면 정부 책임도 상당히 크다.

정우택 전 지사는 지난 2008년 12월 충북도·청주공항공사·청주국제공항활성화대책위와 함께 청주국제공항 MRO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MRO사업의 첫 시작이었다. 청주국제공항활성화대책위와 청주공항공사는 정 지사에게 MRO사업 추진을 오랫동안 건의해 왔다. 이어 다음 해 12월 국토부는 청주공항을 항공정비시범단지로 단독 지정하고, 2010년 1월 충북도-KAI는 MRO추진 MOU를 맺었다. 그리고 2010년 2월 이명박 대통령은 청주에 내려와 적극 지원을 약속한다. 이 때까지가 민선4기 정우택 지사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는 MRO사업이 금방 불같이 일어날 것처럼 빠르게 진행됐다.

 

사과 담을 그릇에 사과 담으려고?

하지만 그 전인 2008년 7월 정부는 공기업 2차 선진화방안에 따라 청주공항을 민영화 대상 공항으로 분류하고 2009년 3월 아예 시범공항으로 지정했다. 그러자 충북지역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충북도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대부분 공공성 강화 우선, 서비스 질적저하 우려, 공항 시설사용료 인상 등의 이유를 들어 시기상조라며 적극 반대했다.

 

그러다 충북도와 당시 한나라당은 슬그머니 수용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정부의 MRO사업 지원약속은 공항 민영화에 대한 반대급부로 본다. 정 지사도 “민영화 조건으로 MRO 국가지원을 끌어냈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정 지사가 MRO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한 측면이 있다. 정 지사가 민영화 조건으로 MRO단지 지정을 건의하자 정부가 오케이 했다. MRO사업을 오랫동안 조사하고 고민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 정 지사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와 MOU를 체결하면서 2년짜리 계약을 맺었다. 이 때문에 선거용이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후 이시종 지사가 취임한 뒤 충북도에서 계약기간 2년이 지난 뒤 기간을 연장하자고 하자 KAI측이 거부했다는 게 모 씨의 말이다. 얼마전 MRO단지 부지 협소문제가 크게 이슈화된 적 있다. 현 부지는 15만㎡에 불과해 어차피 아시아나항공을 중심으로한 대규모 MRO사업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도의회 더민주당 의원들은 정 지사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시종 지사는 2010년 7월 취임한 뒤 부지 협소 문제를 알고 있었으나 그대로 진행한 책임이 있다. 지난 5일 도의회에서 김학철 의원(새누리·충주1)이 “사과 담을 그릇에 수박을 담으려 한 게 말이 되느냐. 이 부지라면 저가항공사 중심의 MRO를 했어야 했다”고 몰아붙이자 “사과 담을 그릇에 사과를 담고자 노력했다”고 받아쳤다. 부지의 한계를 알았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또 황규철 의원(더민주·옥천2)의 질문에 “여건은 어렵지만 최선의 노력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취임해보니 MRO사업이 한참 진행중이었고 지역여론도 꼭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도 도와준다고 하고, 이 사업을 접을 수는 없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민선6기가 시작된 뒤인 2014년 12월 KAI가 충북을 떠나 홍준표 경남지사와 MOU체결을 맺는다. 이로 인해 이 지사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후 2015년 1월 국토부는 제7차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하면서 MRO사업을 전국 공모로 돌렸다. MRO사업을 선점하고 정부 지원을 받던 충북으로서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묘하게도 정부는 같은 해 2월 청주공항 민영화 백지화를 포기했다. 공항운영권을 민간에게 넘기려 했으나 진척이 없자 한국공항공사에서 직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민영화 포기와 동시에 MRO사업 지원도 끊긴 것.
 

청주시도 MRO사업에 171억원 투입

이 때 충북도와 지역사회는 정부에 항의했어야 했는데 그냥 넘어가고 말았다. 충북이 정부에 이용만 당하고 말았다는 얘기가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공모해도 아시아나가 참여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 같은 시점에 충북도와 아시아나는 MOU를 맺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항공산업을 정부 지원없이 행정기관이나 민간인이 하기에는 어렵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공모방식으로 돌린 뒤 사실상 손을 뗀 것이 아시아나 사업포기에 영향을 미쳤다. 국가 지원금이 많을 줄 알았는데 따져보니 얼마 안되자 아시아나가 부담을 가졌다”고 귀띔했다. 그래서 이 지사는 이 시점에 정부로부터 다른 약속을 받아내든지 MRO사업을 재검토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승훈 청주시장은 정우택 지사 때인 2008~2010년 정무부지사를 하면서 MRO사업 추진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다 청주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MRO사업 추진을 제1공약으로 내놨다. 취임한 뒤에는 창조도시담당관실에서 이 업무를 가장 중요하게 추진했고, 충북경제자유구역청에 3명의 직원을 파견해 충북도·청주시 공조체제를 구축했다. 또 에어로폴리스지구부지 조성에 현재까지 171억원을 충북도에 지원했다.
 

이 시장은 지난 4일 시의회에서 김용규 의원(더민주·청주바)이 MRO사업에 대해 묻자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 유치하려 했던 일본 항공정비업체 JALEC이 ‘KAI가 MRO사업을 하기에 능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했다. 이를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 KAI에게 전하면서 신뢰가 깨져 결국 떠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충북도는 “KAI가 부지를 달라고만 했지 사업계획서 한 장 내놓지 않았다. 그래서 싫은 소리를 했고, JALEC도 그런 평가를 했다”고 항의했다. 이 시장은 또 “청주시가 이 사업을 주도했으면 더 나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했으나 민선4기 때 부단체장으로 직접 이 사업을 추진했고, 민선6기 때도 해온 것을 감안하면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게 지역여론이다.
 

또 전상헌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지난 2013년 6월 취임했다. 지식경제부 등에서 고위 공무원을 지낸 전 청장은 지난 8월 이 지사에게 MRO사업 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 지사는 반려했다. 그렇지만 전 청장에게는 사업 실패에 대한 씻을 수 없는 책임이 있다. 본지는 전 청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지금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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