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배석진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평등지부 조직차장

▲ 배석진 차장

청주의 국공립학교에서 일하는 한 경비원은 추석이 두렵다. 2016년 9월 13일 화요일 경비원은 16:30 출근했다. 14일부터 16일까지 추석 연휴 동안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학교를 지켰다. 주말이었던 17일과 18일도 학교에서 보냈다. 월요일인 9월 19일 08:30에야 퇴근할 수 있었다. 경비원은 총 7일을 연속 근무했고, 136시간동안 학교를 지켰다. 그렇게 일하고 받은 월급이 101만원이다.

경비원들은 토요일과 일요일 및 공휴일을 24시간 동안 근무하고 평일 야간에는 15.5시간을 근무한다. 그런데 왜 103만원 밖에 받지 못할까? 이는 휴게시간을 과도하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경비원은 주말에 24시간 근무함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6시간만큼만 받았다.

미화원도 경비원과 같은 방법으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했다. 한 학교에 근무하는 미화원은 작년에 하루 7시간 근무하여 97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올해 사측은 일방적으로 근무 시간을 6.5시간으로 축소했다. 그렇다고 하여 청소의 양이 줄어들거나 노동 강도가 약해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미화원은 6.5시간 내에 7시간 동안 했던 업무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몸이 부서져라 일했다. 미화원이 받는 월급은 최저임금 인상 덕분에 3만원이 오른 100만원이다.

경비원과 미화원은 너무 낮은 임금을 올려달라고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일하기 싫으면 나가라는 말이었다.

충청북도교육청은 2006년 이후 ‘임대형 민자사업(BTL)’을 통해 학교를 설립했다. BTL이란 민간투자자가 학교를 건설해 20년 간 건물을 운영하고, 충청북도교육청은 민간투자자에게 임대료와 운영비를 주는 사업을 말한다. 각계각층에서는 학교를 포함한 공공기관의 민영화가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하지만 충청북도교육청은 민영화의 문제를 무릅쓰고 BTL학교를 10여개 만들었다. 그리고 도내에 BTL학교가 운영 된지 10년이 지나서야 노동조건이 참혹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충청북도교육청은 BTL학교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최저생활을 강요 · 묵인 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충청북도교육청은 3개월에 한 번씩 민간투자자의 BTL학교 운영에 대한 점검 및 평가를 해왔다. 충청북도교육청은 미화원의 청소상태를 지적해왔지만 미화원들의 부당한 노동조건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점검하지 않았다.

2014년에 국민권익위원회는 학교 경비원의 노동조건 개선을 권고했다. 권고안은 경비원 1인 근무에서 2인 근무로 변경하고, 과도한 휴게시간을 제한하여 적정한 근로시간 인정하고, 인건비를 인상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충청북도교육청이 직접 지은 재정학교에서는 전부는 아니지만 다소 권고안에 따라 개선됐다. 하지만 민간에서 운영하는 BTL학교의 경비원들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136시간 동안 학교를 지켰던 경비원은 “형편없는 임금 때문에 경비원을 그만 둘까 고민했으나, 학생들의 안전을 지킨다는 자부심에 근무해왔다”고 말했다. 충청북도교육청은 경비원이 내년 설날에도 올해 추석처럼 7일 내내 136시간 동안 근무 하는 것을 지켜만 볼 것인가? 미화원과 경비원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때 학교는 더 안전하고 청결하게 운영된다. 충청북도교육청의 적극적인 개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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