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수가동결, 인건비 감당못한 복지기관 피소
보건복지부 인상안에 기재부 시간당 9천원 동결, 전국적 반발불러

▲ 장애인활동지원 수가 인상 등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중인 ‘공동행동’

정부가 내년도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제공 수가를 동결하면서 서비스 제공기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중증장애인생존권예산쟁취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지난 6일 청와대 인근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을 점거하며 내년도 수가인상을 포함, 중증장애인 예산 확대를 요구했다. 지난달 29일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장애인 활동지원제도 개선 및 서비스단가 현실화를 촉구하며 국회 앞 횡단보도를 점거하며 시위를 벌였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2017년 정부 예산안 중 보건·복지·노동 분야의 예산은 지난해 대비 5.3%가 늘어난 130조원이다. 이중 장애인 복지 관련 예산은 1조9412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1.7% 증가했다. 하지만 정작 장애인들이 중요시하는 ‘생존•자립권’과 관련된 예산들은 동결되거나 삭감됐다. 중증장애인의 생존•자립권과 직결된 장애인활동보조 예산의 경우 시간당 9000원으로 동결됐다. 또한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돕고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국고지원 예산은 5%나 삭감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국장애인부모연대·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등 전국 7개 장애인단체가 함께한 공동행동이 전면 투쟁을 선언했음에도 정부 예산안은 수정되지 않은 채 국회로 넘어갔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영희 회장은 “활동보조 수가가 동결되면 또 다시 우리의 생존은 위협받는다. 장애인 복지의 정확한 실상을 알리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공동행동은 지원 대상 7만명 확대•수가 1만1000원으로 증액•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지원 80개소 확대•지원규모 개소 당 2억원 증액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수가 동결, 인건비도 못 준다

장애인활동보조 서비스 단가가 시간당 9000원으로 동결되면서 충북도내 서비스제공기관들의 재정난도 심각해졌다. 일각에선 사업폐지도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활동보조 수요량은 오히려 늘어 청주시는 올해 두 곳을 추가로 활동보조 서비스제공기관으로 위탁했다.

활동보조인력 150명을 고용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휴먼케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결산 결과 3000만원 이상의 당기 순손실이 발생했다. 보건복지부 운영비 관련 지침 기준에 따르면 활동지원기관은 서비스 단가의 최소 75% 이상을 활동지원 인력 임금으로 사용해야 한다. 휴먼케어 송유정 대표는 “현 수가 9000원에서 올해 최저임금 6030원을 적용할시 수가 대비 84.26%(7583원)에 해당 된다. 여기에 퇴직금·사업주부담 사회보혐료 까지 지급하게 되면 수가 대비 98.82%(8893원)를 차지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에서 정해준 수가로는 인건비 제공만 가능할 뿐 기관운영비는 마련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송 대표는 “인건비를 제외하고 남은 107원으로 배상책임보험·상해보험 등 근로자 안전보험과 결제단말기 비용·사무실 관리운영비와 관리자 인건비를 어떻게 감당하란 말인가”고 하소연했다.

또한 활동보조인력 50명당 전담관리사 1인을 채용하라는 보건복지부 지침 상 전담관리자 3인을 채용해야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한 명조차도 안정적으로 고용하기 힘들다는 것.또 다른 활동보조제공기관인 다사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도 상황은 똑같다.

송상호 대표는 “현재 수가도 부족하지만 기관운영비를 줄이면서 인건비를 지급했다”며 하지만 “내년 최저임금 인상액을 맞추면 가까스로 운영되는 현 센터가 파산될 지경이다”며 울분을 토했다. 결국 장애인활동보조 서비스 단가가 현실적으로 인상돼야만 정상적인 기관운영 및 근로자들의 인건비 지급이 가능하다.
 

 

복지부 ‘수가인상필요’, 기재부 ‘글쎄?’

지난 13일 청주지법 622호에서 근로기준법 위반에 관한 재판이 열렸다. 장애인활동보조 수가가 최저임금 인상폭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각종 수당을 근로자에게 지급하지 못해 재판에 회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당시 재판증인으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서비스제공기관의 유형이 다양하다. 활동보조인의 근로시간도 모두 다르다. 적자운영의 원인에 대해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적자운영과 상관없는 사례도 염두에 둔 것은 사회복지관이다. 사회복지관은 지자체로부터 기본 운영비를 비롯한 임대료, 인건비 일부 등을 추가적으로 지원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먼케어, 충북장애인자립재활센터 등 다수의 제공기관들은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문제는 한정된 사회복지관으로 넘쳐나는 수요량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차라리 임대료와 같은 기본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는 기관에만 장애인활동보조제공기관으로 위탁하라는 분노 섞인 말도 나온다.

수가 인상폭을 정하는 기준도 명확하지 못했다. 정부예산안이 전년대비 2%가량 올랐다면 그에 따라 수가 인상폭도 2%가량으로 정했다는 것. 사실상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가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최저임금 인상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결정시기는 늦어도 8~9월인데 반해 보건복지부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는 시기는 3~4월이다”며 “처음 부서 예산안을 작성할 때 최저임금이 확정되지 않으니 최저임금 인상폭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묻자 “1차적으로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공기관별 재정상태를 고려해 예산을 차등 배분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을 마친 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건복지부는 수가 인상에 대해 동의하며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동결방침에 막혀버렸다”고 귀띔했다.

 

근로기준법 재판만 4건, 하루아침에 전과자
1심 선고유예 판결에도 항소…근본문제 해결필요

최저임금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가 인상폭에 이어 동결까지 되자 제공기관들은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기관운영비도 제대로 확보할 수 없는 지경에 근로자의 각종 수당까지 지출해야하니 그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다. 최현기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은 현재 각종 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재 받고 있는 재판만 무려 4건이다. “근로기준법 위반으로만 재판은 4건 받고 있다. 최근 한건이 병합되면서 3건으로 줄었지만 마음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최근 1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은 사건에 대해 항소했다. 사실상 별 피해가 없는 선에서 판결을 받았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의 원인을 밝히겠다는 것. 지난 13일에 열린 재판에서 이례적으로 보건복지부 관계자를 증인 신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나 하나가 죄인이 되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이런 현실에 대해 세상에 알리고 싶다. 앞으로도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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