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윤호노 충주담당 차장

▲ 윤호노 충주담당 차장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자금난으로 지구지정이 취소된 충주시 안림택지개발지구에 대한 지구지정이 다시 추진된다. 충주시가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겠다고 다시 사업시행을 요청한 것이다.

안림지구 택지개발사업의 시작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지역은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뒤 5년 가까이 사업진척이 없어 실시계획 인가의 법적 시한이 초과돼 1998년 지구지정 효력을 상실했다. 이후 LH는 2009년 9월 택지지구 재지정을 통해 안림동, 연수동 일대 75만여㎡에 대해 사업비 2482억 원을 들여 1만 166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 4320가구를 짓기로 하고 2016년까지 택지개발을 추진할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LH가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사업성 없는 신규 사업을 억제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충주의 경우 호암지구 택지개발이 진행되고 있어서 같이 개발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당시 LH는 향후 재정형편을 보아 5~6년 뒤 개발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는데 이것이 주민들의 불만을 샀다. 두 번의 택지개발지구 지정과 해제로 수십 년 동안 재산권 행사에 큰 제약을 받았는데 5년 뒤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주민들에게 더 큰 상처만 줄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 시는 LH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경우 관계법령에서 허용하는 민자개발방식 등을 적극 검토해 주민불편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택지수급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말 뿐이었다.

결국 2011년 12월 국토해양부는 충주시 안림동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택지개발 지구지정을 취소했다.

택지개발이 무산되면서 충주지역 아파트 공급이 원활치 못했다. 그 결과 2010년 상반기(2009년 분양가 5800만 원)만 해도 8000만 원 초반에 거래되던 용산주공 3단지(79㎡)는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1억 4000만 원으로 올랐다.

칠금동 부영1차아파트(79㎡)도 5000만 원 대에서 가격이 올라 1억 500만 원에 거래됐다. 지역 내 대부분의 아파트 가격이 작게는 1.5배, 많게는 3배 가까이 올랐다. 전세 값 상승세도 이어지면서 세입자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특히 2012년 충청권 전세 값 상승률이 전국 1~3위를 기록, 지역 ‘전세대란’이 현실화됐다.

2012~2013년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충주시의 전세 값은 18.4%나 상승, 전국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충주지역에 원활한 택지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지금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져 서충주 신도시와 도심 곳곳에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이런 때 시가 다시 안림택지지구를 재추진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메리츠종금증권과 SK건설은 안림동 엘리시아아파트와 대우2차 푸르지오아파트 맞은편 지역에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시에 참여의향서를 제출했다. 16만 5000여㎡의 부지에 3500억 원을 투자해 1, 2차에 걸쳐 공동주택 2500여 세대를 건축한다는 계획으로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이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시는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재검토’ 공문을 통보했다. 사실상 반려한 것이다. 그러면서 안림택지지구 재추진 의사를 비쳤고, 올 12월 용역보고서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무분별한 개발은 지양돼야 한다. 문제는 시가 택지지구에 대한 세심한 계획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1993년부터 이 지역에 대한 지구지정과 해제는 반복돼 왔다. 이제라도 시는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해 안림택지지구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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