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쇄박물관 문화상품 코너 등 3군데에서 판매하나 새로운 상품 無
상품 개발에 손놓은 청주시···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 때도 안 팔아

▲ 고인쇄박물관 문화상품 코너···직지관련 상품 극히 일부. 노트·연필꽂이·책 등이 전부

청주시 직지문화특구에는 고인쇄박물관, 금속활자주조전수관, 근현대인쇄전시관, 한국공예관 등이 있다. 직지를 연구하고 홍보·전시·체험·판매하는 곳이다. 이 곳에는 학생들과 일반인 관람객들의 발길이 연중무휴 이어지고 있다. 고인쇄박물관에서 금속활자 주조과정을 관람하고 금속활자주조전수관에서 책 만들기를 해본 뒤 기념으로 직지 문화상품 하나 사고 싶다면 어디로 갈까? 고인쇄박물관 문화상품 코너나 금속활자주조전수관, 한국공예관으로 가면 된다. 하지만 가보면 실망한다. 직지 문화상품 종류가 몇 개 안되고, 이마저도 일부는 조악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직지는 고려 우왕 3년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발간됐다. 현존 세계 最古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돼 지난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독일 구텐베르크가 최초로 인쇄했던 42행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섰다. 우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금속활자인쇄술을 발명한 위대한 민족이라는 사실 앞에서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어려워진다. 직지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자로 돼있고 내용도 난해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직지 문화상품은 청주시민이나 외지에서 오는 관람객들에게 직지를 조금이라도 쉽게 느끼게 해주고 유용한 홍보수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세계 관광지나 미술관, 박물관 등지에서는 그 곳의 특성을 반영한 문화상품을 판매한다. 일종의 기념품이다. 관광지를 여행하거나 미술관, 박물관 등지를 관람한 후 구입하는 기념품은 오래도록 그 곳을 기억하게 해준다. 프랑스 파리에서 사온 에펠탑 모형과 미국 뉴욕의 ‘I♥N’ 모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고흐박물관에서 사온 해바라기 양산은 여행 당시의 감흥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직지 홍보 25년, 문화상품에는 무관심

그러나 고인쇄박물관 문화상품 코너나 금속활자주조전수관, 한국공예관에서 현재 판매하는 직지 문화상품은 과거에 나온 것을 답습하는 수준이어서 매우 실망스럽다는 게 관람객들의 반응이다. 청주시가 직지를 간행한 청주시 운천동 흥덕사 인근에 고인쇄박물관을 건립하고 직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2년이다. 올해로 25년째다. 그렇지만 문화상품 개발에는 너무 관심이 없다.

▲ 고인쇄박물관 문화상품 코너에서 팔고 있는 직지 연필꽂이

고인쇄박물관 문화상품 코너에서 판매하는 것 중 직지와 관련된 것은 한지연필꽂이와 노트, 컵, ‘한국의 옛 인쇄문화’ 등 책 몇 권이 전부이다. 한지연필꽂이도 한지로 만든 연필꽂이인데 ‘직지’라는 글자를 넣었을 뿐이다. 나머지 필통·얼레빗·부채·지갑·거울·인형·열쇠고리 등은 서울 인사동이나 다른 기념품코너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물건들이다. 여기서 파는 것 중 직지 관련 상품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오래전 모습과 비교해 최근 달라진 것은 청주시내 한 제과점에서 개발한 직지빵을 주말에 팔고 있다는 것 뿐이다.

이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직지 상품은 몇 개 안된다”면서 “과거 중국인 여행객들이 올 때는 조금 팔렸는데 이젠 중국인 여행객들도 끊겼다. 장사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A씨는 박물관 측에 임대료를 내고 이 매장을 운영하며 거래처에서 물건을 가져다 판다. 직지 상품은 잘 팔리지 않아 가져다 놓지 않는다고 했다.
 

▲ 금속활자주조전수관···상품종류 빈약, 개발 필요. 미니책·노트·수첩 등 판매.

박물관 앞 금속활자주조전수관은 금속활자장 임인호씨가 운영하는 시연·체험공간이다. 임 씨는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금속활자주조과정 시연과 책만들기 유료 체험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1층 한쪽 코너에서 미니책, 노트, 수첩, 열쇠고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 곳에도 직지 관련 상품 종류는 그리 많지 않다. 임 씨는 “직지를 홍보하고 느끼는데 있어 문화상품은 꼭 필요하다. 앞으로 글자를 소재로 한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인쇄박물관, 가게 임대주고 끝

근처에 있는 한국공예관에서는 여러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으나 역시 직지 문화상품은 극히 일부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이 운영하는 공예관에는 대청호 문화상품, 지역작가 아트상품, 자개기념품, 공예작품, 기타 문화상품이 있다. 그 중 직지 문화상품은 넥타이, 스카프, 손수건, 명함케이스, 보타이, 부토니에가 전부. 이 곳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과거에 나온 상품을 팔고 있고 새로운 것을 개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한국공예관···과거에 나온 상품 답습. 직지 스카프·넥타이·명함케이스 등 판매

그동안 직지 문화상품 개발은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에서 해왔다. 지난 2003년 직지넥타이·스카프·접시 등을 개발해 초반에는 청주시내 주요기관들이 선물용으로 사가는 등 매출이 꾸준히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문화산업진흥재단의 인력과 예산부족으로 상품개발에 탄력을 잃으면서 현재는 부진하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고인쇄박물관은 이 업무를 하지 않고 있고, 박물관 내 문화상품 코너도 개인에게 임대를 줬을뿐 어떤 상품을 팔든 관여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관람객들에게 눈길을 끄는 상품이 없을 수밖에 없다. 얼마전 막을 내린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 기간 중 시내 맥아당제과에서 개발한 직지빵과 오창과학산업단지내 (주)비에이치플러스사가 만든 직지 건강팔찌는 업체가 관람객들에게 판매하고 홍보했다. 직지빵은 사각형의 보리빵에 청주직지라는 글자를 새긴 것이고, 직지 건강팔찌는 팔찌에 직지 마크를 새긴 것.
 

하지만 다른 상품들은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직지 문화상품 판매 부스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인쇄박물관 관계자는 “지난해에 ‘2016년 직지 문화상품 개발비’를 세워 예산부서에 올렸으나 더 이상 산뜻한 상품 개발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삭감했다. 이젠 돈이 없어 못한다”면서 “직지코리아 때는 팔리지 않을 것 같아 아예 안 팔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고인쇄박물관은 상품개발에 관심조차 없었다.
 

어쨌든 고인쇄박물관과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이 협업해 직지 문화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게 여러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모 씨는 “양 기관이 새로운 상품개발에 매달려야 한다. 고인쇄박물관도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 문화상품은 매개체가 되어 직지를 홍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안 그래도 직지가 어려운데 이런 상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야 하는 것 아닌가. 현재는 직지 문화상품이 안 팔리는 게 아니라 관람객들이 사고 싶은 게 없어 살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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