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경기도 교육청이 고교 학교 배정 오류로 인해 수백명의 학부모들이 교육청을 들러싸고 재배정 실시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었다. 결국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재배정이 실시됐고 조성윤 경기도 교육감도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은 채 전학 등의 방법으로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우리 지역과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시 조성윤 전 경기도교육감이 보여준 ‘태도’와 ‘입장’은 사라지지 않고 뇌리 속에 여전히 남아 있어 되새기게 된다.
그 장면은 조 전교육감이 한 방송기자의 “사퇴 용의는 없느냐”는 질문에 신경질적으로 “민선인데 내가 왜 사퇴를 합니까.”를 토해내며 획 돌아서 버리는 TV 화면의 한 컷이었다.
“민선인데...”
그 말은 ‘직원들이나 책임지면 되지 직접 선출된 교육감까지 책임지란 말이냐’ ‘민선 교육감은 책임질 일없다’ ‘누가 감히 민선 교육감을 물러가라 하느냐’ 등으로 해석됐다. 민선 교육감에 대한 사퇴 운운은 ‘불경스러운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꾸짖는 듯도 했다.
자기 권위에 대한 확신일까, 오만함일까. 한참을 헷갈렸다. 당시 우리 지역에서도 교육감의 개인 비리 문제로 사퇴 요구가 거셌고 그 교육감은 물러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어서 ‘민선은 과연 저 정도로 센 것인갗를 생각케 했다.
무슨 직이든 선출직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허리를 한참 굽히고 머슴론·일꾼론을 들고 나온다. 뽑아만 주신다면 유권자를 하늘로 받들어 모시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런데 묘하게도 당선만 되면 바로 그 자세는 역전되는 게 다반사다.
“민선 교육감인데...” 이 말도 그 자세 역전의 대표적 유형과 다름없다. 조전교육감도 선거할 때 “교육가족 여러분의 의견을 모아....” 또는 “여러분의 뜻에 따라...”를 연발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토록 받들어 모시고자 했던 그 유권자의 뜻을 도무지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다.
충북 교육계는 벌써 차기 교육감 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교육 가족의 뜻을 받들어 지역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지역 교육의 용(龍)’들이 10여명이나 된다니 반가운 일이다. 그 많은 용들 중에 지역 교육계의 뜻을 진정으로 무서워하는 용은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권한은 책임을 동반하는 단어다. 관선과 달리 민선은 조 전 경기도교육감이 나타내려고 했던 것과같이 권한이 훨씬 크다. 그러나 그 만큼 책임을 질줄 알 때 권한은 빛난다.
이제 “민선인데... 내가 왜 책임을”이 아니라 “민선이니...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강한 책임의식으로 권위를 포장할 민선 교육감을 뽑아야 한다. 민선의 의미는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직접 선출 되었다는 의미를 가진다. 민선교육감의 권의는 민의에 의해 위탁받은 것인데도 마치 자기를 위해 마련된 영구불변의 자리로 착각해선 않된다.
민의를 두려워 할 줄 아는 민선 교육감 탄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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