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위기의 청주대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회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묻지마식 난폭운전을 거듭하고 있다. 3년 연속 부실대학 선정의 책임을 져야할 재단이사회가 되레 대학운영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청석학원은 6일 청주대 새 총장으로 정성봉 이사장을 선임하고 김조한 이사를 새 이사장에 임명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최악의 카드이며 후안무치한 결정이다.

▲ 권혁상 편집국장

난파 직전의 청주대호 키를 72세의 노선장이 맡고 82세의 선주가 훈수를 두게 됐다. 두 사람은 지난 1997년 재단 이사로 참여해 20년간 설립자 후손에게 견마지로를 다한 인물이다. 외부총장 영입에 한가닥 기대를 걸었던 대학 구성원들은 아예 말문이 막혀버렸다.

2014년 청주대의 1차 부실대학 선정은 김윤배 전 총장에서 비롯됐다. 당시 이사회는 대학 안팎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설립자 후손인 김 전 총장을 4연임시켰다. 대학 총장 4선 연임은 2006년 숙명여대 이경숙 전 총장에 이어 두 번째 기록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장은 학생 등록금을 아껴(?) 적립금을 쌓아두는 사업적 수완은 탁월했다. 지방대 중 가장많은 3천억원을 모았지만 교육행정가로서 적재적소에 쓸 줄을 몰랐다. 결국 그의 13년 장기집권 기간동안 대학은 ‘부실’이라는 중병에 걸렸다. 김 전 총장의 사퇴직후 이사회가 내세운 후임은 그의 ‘아바타’로 알려진 황신모 총장. 비대위와 재단 실세인 김윤배 이사간에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던 황 전 총장은 2차 부실대학 선정과 함께 내쳐졌다.

이사회로부터 사퇴압박을 받던 황 전 총장은 “교육부 평가기간 대학을 운영한 당사자는 정성봉 이시장과 김윤배 전 총장이다. 책임져야 할 당사자는 이들인데 나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이사회와 김 이사의 운영개입을 폭로하면서 “청석학원 이사회는 이성을 되찾고 민주적 시스템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학내 분규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신들이 밀실에서 지명한 총장으로부터 ‘이성을 되찾고 민주적 운영’을 주문받은 이사회가 오히려 대학 전면접수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사회의 파격적인 결정은 결국 재단 실세인 김윤배 이사의 의중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는 8일 법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김 이사가 초강수를 둔 속셈은 무엇일까. 결국 자신이 이사직을 잃더라도 강력한 친정체제 구축으로 섭정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이사회 전체, 심지어 개방형 이사까지 ‘자기 사람’으로 채워진 상황에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같은 판단의 전제는 사학재단과 대학을 개인의 사유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대를 이어 총장을 맡고 독점적 지위가 약화될까 사촌의 이사 참여조차 한사코 막아 왔다.

지역사회의 소중한 공공자산인 사학이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도민 여론의 압박이다. 난폭 운전자와 이를 방관하는 차주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이사회를 다시 구성하는 것 뿐이다. 범도민 운동 차원의 청석학원 새 재단이사회 구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법도 상식도 통하지 않는 현실이라지만 불의가 득세하는 교육현장은 공동의 힘으로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우리들과 후손의 백년대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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