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신상웅 작가 인문학기행서 ‘쪽빛으로 난 길’ 발간, 9월 청주전시회 예정

고향 괴산에서 농사를 지으며 쪽 염색을 해온 신상웅(48)작가가 올해 두가지 큰 일을 저질렀다. 대학졸업 18년만에 생애 첫 전시회를 열었고 쪽 염색에 대한 단행본도 발간했다. 2015년부터 10년간 중국, 일본, 베트남, 라오스, 태국을 오가며 그 지역의 전통염색과 민족문화, 주민의 생활상을 두루 관찰한 인문학기행서다. 여행의 목적이 쪽 염색이다보니 책 제목도 ‘쪽빛으로 난 길’이라 붙였다.

신 작가는 책머리에서 "어느 날 박종채가 쓴 ‘과정록’에서 아버지 연암의 화포 두루마기(花布:반물빛 바탕에 흰 꽃무늬를 박은 무명)에 관한 언급을 발견하고 쪽 염색에 눈이 번쩍 뜨였다"고 고백한다. 동남아 오지까지 걸음하면서 여러 소수민족과 장인들을 만나 다양한 일상을 관찰하고 교감을 나누는 발로쓴 여행기다. 지금은 자취를 찾기 힘든 쪽 염색에 빠져든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색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쪽빛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그 차이를 실감하기 어렵지만 한곳에 모아놓고 보면 같은 것이 없다. 푸른색이 진하면 진할수록 좋았다. 어떤 ‘블루’라는 경계를 넘어선 듯 보였다. 색이 터지기 일보 직전의 경험은 남이 모르는 짜릿함이 있다”

서울대 미술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신 작가는 이미 대학시절 전남 벌교의 염색 공방을 드나드는 매니아였다. 대학 졸업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여행 중 ‘꼭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됐다는 것. 그렇게 서울 생활을 접고 괴산불정면 고향집으로 내려왔다. 이후 지금까지 ‘반농사꾼 반염색꾼’으로 쪽빛을 좇아 살아왔다.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물을 들이면 푸른 색 천들이 하나둘씩 쌓여간다. 먹을 것은 아니지만 마치 곳간을 채워가듯 뿌듯했다. 겨울철 농한기가 되면 여행길에 나선다. 하루에 만원 정도 경비를 쓰는 팍팍한 일정이지만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오지 주민들을 보면 마음이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다닌 지난 10년간 여행 메모를 차곡차곡 모아 정리한 것이 ‘쪽빛으로 난 길’이다”

이런저런 문학수업도 받지않은 미술학도의 문장력이 놀랍도록 매끄럽고 유려하다. 출판사인 ‘마음산책’ 편집자는 원고를 보자마자 “이거 직접 쓰신거 아니죠?”라고 반문했다는 것. 타고난 인문학적 감성에 쪽염색에 대한 심취가 더해져 이뤄낸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쪽염색 작품의 성과물은 지난 6월 서울 김리아갤러리에서 ‘블루 콜라보레이션’이란 제목으로 한달간 생애 첫 전시회로 선보였다.오는 9월에는 청주 동부창고에서 두번째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에는 오래전부터 속담처럼 전해오는 말이 있다. 쪽 염색을 하는 사람은 결코 나쁜 일을 할 수 없다고. 손에 물든 푸른색 때문에 누구인지 금방 들통이 나기 때문이다. 시모무라 씨의 굵고 뭉툭한 손마디에도 푸른빛이 감돌았다”신 작가가 책속에서 일본인 염색가의 손을 묘사한 대목이다. 심지어 ‘색이 겹쳐 진할대로 진해진 피부에선 옅은 자주색이 섞인 광택이 난다’는 것. 2016년은 김 작가의 손을 넘어 예술가의 삶에 광택이 나는 한 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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