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김현이 청주노동인권센터

▲ 김현이 청주노동인권센터

결혼을 하고나니 내 생활은 전보다 풍요(?)로워졌다. 결혼 전 동생과 살던 집은 2층 주택에 2층집이었다. 여름에는 더워서 집에 있을 수 없었고, 겨울에는 추워서 입김이 났다. 바퀴벌레로 고생했고, 온 방마다 짐이 한 가득이었다. 그런데 결혼하고 아파트로 이사를 오니 너무 좋았다. 가전, 가구도 대부분 새로 샀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며칠 지내다보니 이 풍요로운 생활이 마냥 기쁘지 않았다.

내가 이사 온 후에도 내 동생은 여전히 그 2층 집에 남았다. 또 내 결혼 때문에 미국에서 들어온 언니와 형부도 그 집에서 생활했다. 무더운 날이면 그 집이 얼마나 더운지 잘 알기에 걱정이 됐고, 비가 오는 날이면 창문도 제대로 못 열고 습하겠구나 싶고, 좁은 공간에서 셋이 지내는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 아팠다. 더구나 언니는 임신도 한 상태였다. 내 생활이 편하고 즐거울수록 미안한 마음과 불편한 마음이 커졌다.

내가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돼서 노동인권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교재에는 주변사람들이 시무룩한 표정인데 혼자만 웃고 있는 사람과 주변사람들과 함께 웃고 있는 사람을 놓고 누가 행복하겠는지 물었다. 교육을 함께 듣던 대다수가 주변사람들과 함께 웃는 사람이 행복할 것이라고 답했다. 나도 그랬다. 주인공은 똑같이 웃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주변이 시무룩한데 혼자 웃는 사람은 진심으로 행복한 것 같지 않았다. 어딘가 비열해보이기도 했다.

결혼하고 내가 그 상황에 닥친 것 같았다. 내 주변 사람들은 힘든데, 나 혼자 좋은 공간에서 편하게 먹고, 자면서 생활하니 몸은 편안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가족들을 생각하면 괜히 눈물이 났다. 사실 언니와 동생은 집이 불편해도 행복하게 잘 지낼 것이다. 함께 불편한 공간에서 지낼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나 혼자 좋은데서 먹고 잔다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마음 아팠다. 막연하게 주변사람들과 함께 행복해야 나도 진짜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번 일로 인해 더 깊이 와 닿았다.

청주노동인권센터에서 일하면서 많은 노동자 투쟁에 연대했다. 가끔은 일회적이기도 했고, 또 어떨 때는 내 것을 내어주고 싶을 만큼 가깝게 연대하기도 했다. 처음 시작은 단순히 나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단체가 하는 일이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를 지원하는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노동자들과 관계를 맺을수록 단순히 일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내 가족이 힘들 때 혼자서만 행복할 수 없었던 것처럼, 점점 더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가까워질수록 나 혼자 행복해서는 정말 행복할 수 없었다.

비가 오면 시원해서 좋다가도 천막 친 노동자들 생각에 걱정이 되고, 더운날 선풍기 틀고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도 전기도 없이 여름을 버틸 노동자들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에게 더 이상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뉴스에서, 길거리에서 지나치며 한 번 본 사람들이 아니게 됐다. 내 친구, 이웃처럼 가까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큰 힘이 될 수도 없고, 자주 연대할 수도 없다. 하지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결국 나는, 우리는 함께 웃을 때 진짜 행복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행복을 맛보고 싶다면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손길 내미는 하루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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