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김남균 취재1팀 기자

▲ 김남균 취재1팀 기자

태양열을 받은 아스팔트에 계란을 풀어놓으면 당장이라도 익을 것 같았다. 땀으로 젖었던 그의 등 자락은 이내 말라 소금꽃을 피웠다. 몇 해 전 일이다. 길에서 만난 70대 후반의 할머니는 열심히 손수레를 끌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손수레에는 폐지가 가득 실려 있었다.

봉명동에서 만났던 그를 두 시간 후에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가경동에 있는 한 고물상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그에게 이 무더운 날 봉명동에서 가경동까지 온 이유를 물었다. 할머니는 “고물 값을 더 쳐 주니까”라고 말했다. 아차 싶었다. 굳이 할 필요 없는 우문이었다. 할머니가 두 시간을 손수레를 끌고 와 더 받은 돈은 3000원. 고물상 사장님이 1㎏ 당 20원을 더 쳐주었기 때문이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일을 했던 19세 비정규직 청년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이를 계기로 ‘메피아’의 부끄러운 치부가 드러났다. 그러나 이 청년은 미처 먹지 못한 컵라면만 남기고 세상과 이별했다.

내년 최저임금이 6470원으로 결정 났다.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불만이고 재계도 아우성이다. 노동인권단체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이에 응답한 사람들 중 절반은 먹는 데 쓰겠다고 답했다. 가족과 함께 치킨을 배달해 먹거나 편의점 김밥대신 조금은 그럴듯한 식당에서 자신에게 서비스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2010년 환경단체와 충북도, 그리고 한국농어촌공사는 깊게 갈등했다. 갈등의 원인은 진천 백곡댐 둑 높이기 사업.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필요도 없을 뿐 더러 천연기념물 미호종개의 서식지를 파괴한다며 반대운동을 진행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충북도는 환경단체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환경단체가 끝까지 반대했지만 이들은 2014년 13억여원을 들여 요구하지도 않은 미호종개 대체서식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2년 뒤 13억여원이 들어간 백곡면의 미호종개 대체서식지는 어떻게 됐을까. 미호종개 서식환경인 모래톱은 커녕 물고기가 살 물조차 없었다. 육상으로 변한 이곳에는 칡넝쿨과 개망초, 잡풀들로 넘쳐났다.

충북도와 도내 기초지자체는 경로당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노인어르신 에너지 복지사업’이라고 말했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 어르신이 전기세 걱정 없이 편안하게 전기료를 이용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취지만 보면 참 좋은 사업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충북에서만 200억원 가까이 투입됐는데 구매과정을 보면 이해가 안 간다. 200억원 공사를 진행하면서 90% 이상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수의계약을 진행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비교해보니 구입단가가 30% 가량 차이가 났다. 시중에서 통용되는 가격보다 40~50% 이상 비싸게 공사를 진행했다. 이마저도 약과다. 월 전기료 절감효과가 2만원도 안 되는 곳도 부지기수였다. 이론적으로 발전시설 수명이 20년이다. 20년 동안 전기료 400만원 절감하자고 800~1000만원을 투입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복지를 할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이 많아서 문제”라고 말했다. 이 시장의 말이 이 상황과 100%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십억 원의 예산이 의미 없이 낭비되는 모습을 보면서 봉명동에서 가경동까지 손수레를 끌던 할머니의 모습이 더 애절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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