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 냉전 시대를 재연하려는 듯한 미국의 초강경 외교, 일찌감치 가열되고 있는 차기 대통령 선거. 요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요소들은 대충 위에 열거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불과 3개월여 남짓 남아있는 지방선거도 있고, 열려있는 문이 채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문(Gate)이 계속 생겨나는 각종 의혹도 있으며, 공공부문의 파업 역시 적지 않은 우려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일련의 국민적 근심거리는 과연 얼마만큼의 연관성을 띠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은 충분히 가능하다.
김동성 선수가 소위 헐리웃 액션에 의해 도둑맞은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은 우리 국민들에게 미국이라는 나라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중장년층 이상에게는 여전히 밀가루 부대에 한·미 양국을 상징하는 두 개의 악수하는 손 그림의 기억이 구호물자라는 이름아래 선명하게 남아있는 미국을 말이다.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의 만남과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이산가족의 재회, 그리고 익숙해져 가는 남북한의 동포애와 그에 따른 평화무드는 엉뚱하게도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의해 바람앞 등불처럼 되버버렸다.
금메달을 도둑맞은 우리의 비분은 9.11 테러이후 심화되고 있는 미국의 자국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 언론이 오히려 한 술 더 떠 부추기는 이같은 비양심적 패권주의는 세계권력의 집중을 획책하고 있다는 의도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올 연말에 치러질 -그 시기까지에는 세계 최대의 체육잔치인 2002 월드컵을 비롯한 민생경제의 안정 회복 등 산적한 현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가열되고 있는 대통령 선거 중심의 정치 일정 역시 중앙 집권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선거가 사회의 중심에 일찌감치 자리잡고 있다.
필자 주변에서도 각종 예술단체의 장을 뽑는 과정이 몇 차례 이미 진행됐고, 각종 조합 및 직능 사회 단체와 심지어 아파트 주민자치에 이르기까지 선거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세계는 분명하게 분권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공유와 세계 질서의 다변화를 통한 제3세계 국가에 대한 관심의 증폭으로 새로운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열거한 자국 우월주의와 패권을 위한 무리수, 또 중앙집권적인 행태를 고착화시키려는 정치권의 빠른 대선 대비 등은 이같은 흐름에 역행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역사의 흐름을 되돌려 놓으려는 이같은 시도는 지식정보의 공유를 통한 문화산업시대로의 전환이라는, 그로인해 가장 향토적인 것으로 세계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약소국과 지방의 희망을 꺾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
미국에 빼앗겨 버린 우리의 금메달과 역시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라 신음하는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대선의 전초전쯤으로 전락해버린, 공천을 통해 중앙이 좌지우지하는 지방자치선거는 결국 패권주의와 중앙집권적인 사고방식으로의 획일화를 지구상의 모든 인류에게 강요하는 죄악이나 다름없다.
이제 지방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더 이상 패권과 중앙집권이라는 문화와 세계 및 국내 정치 질서의 일방통행이 되풀이되지 않는 지방문화의 세계 중심을 위해, '김동성 금메달'의 한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지방의 모든 역량들은 분기탱천해야 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