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주최, 행복한 만원 백일장의 이야기들

▲ 최저임금 1만원을 희망하는 시민들의 인증샷 <청주노동인권센터 제공>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4•13 총선을 전후해서 정치권의 최저임금 인상 공약이 큰 기대를 불러일으켰기 때문. 작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발언한 부분도 국민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2016년 최저임금 협상에 국민들의 온 관심이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기대와는 다르게 2016년 최저임금 협상은 법정 시한을 넘겨버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1일과 12일 잇달아 11차•1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심의한다. 하지만 경영계는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노동계는 전년도 6030원 보다 65.8% 오른 1만원 인상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꿈꾼다’는 주제로 백일장을 열었다. 최저임금 인상을 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취지다. 최저임금 1만원을 꿈꾸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장학금과 알바사이의 고민이 없어질 거 같아요’

최저 시급 1만 원이 된다면, 장학금과 아르바이트 사이의 고민이 없어질 것 같습니다. 성적장학금을 받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포기하고 불안하게 공부만 하고 대학교 친구들과의 만남도 자제했던 치열한 대학생활이 1만 원의 최저 시급으로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해 나아갈 수 있는 건강한 대학생활로 바뀔 것 같습니다. 행복한 상상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생존’이 아닌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일이 될 것

매일같이 출퇴근을 하는 혼자 사는 직장인의 유일한 낙이란 저녁으로 무얼 먹을까 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가끔씩 쌀국수가 당기는 날에도 만 원이 넘어가는 국수 한 그릇 값에 발길을 돌려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초밥이 먹고 싶은 날에는 동네 일식집의 만 원짜리 초밥 세트 앞에서도 한참을 망설이게 됩니다. 단순히 배를 채울 수 있는 밥은 5~6천원, 먹고 싶은 밥은 만 원 남짓한 서울 물가를 생각해 봤을 때, 최저시급 만 원은 단순한 임금 인상이 아니라 ‘생존’이 아닌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저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그런 삶이요.
 

사랑하는 아내의 파스 값

오지랖 넓은 남편을 만난 죄 아닌 죄로 아내도 맞벌이에 나섭니다. 아내가 산모도우미를 하며 받는 수입은 월 100만원 남짓. 점점 커가는 아이를 하루 종일 안고 씻기고 산모 마사지와 식사수발•빨래 등 가사도우미의 역할까지 마치고 난 후 집에 오면 그야말로 초죽음이 됩니다. 하지만 돈이 아까워 아내는 파스 한 장 사붙이지 못 합니다. 저에게 최저임금 1만원은 사랑하는 아내의 파스 값입니다.

‘늙은 부모님께 넉넉히 용돈 드리고 싶어요’

가난한 집안 막내딸, 공부 보다는 공장에서 일하기를 원하셨던 우리 부모님. 서럽고도 미웠지만 저도 나이 들며 부모님이 불쌍하고 가엽게만 보이니 내 마음 속에서 잘 해야 한다고 방망이질칩니다. 하지만 나도 두자녀의 부모. 어린 시절 공부하고 싶던 내 열망이 자녀에게로 옮겨 갔는지 전 많지 않은 월급을 다 털어 자식에게 투자했습니다. 그러니 집안 경조사가 있을 때 마다 눈을 감고 모르는 척 안들은 척 해 보지만 당당하지 못하고 초라한 내 모습에 한숨이 나왔죠. 제발 올해에는 최저임금이 만원으로 올라서 늙은 부모에게 넉넉히 용돈도 드리고 돌아오는 생신에는 생일상 한번 차려 드리고 싶네요.

‘친구들과 마음 편히 놀고 싶어요’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친구들이 만나자고 할 때 통장 잔고에 대한 걱정을 조금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매번 친구들이 모이자, 만나자고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내 통장 잔고. 그렇게 친구들과의 약속에 못나가다 보니 제가 어느새 혼자인 게 너무 싫습니다. 최저임금 1만원 되면 친구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어요. 그래도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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