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홍곡과학기술문화재단 이사장

 지난 17대 총선에서 정치언론계로부터 끊임없이 관심을 모았던 충북 음성·진천·괴산·증평군선거구. 열린우리당 조차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었던 이 지역은 바로 정우택 후보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선의 관록에다 4개군 가운데 3개군의 수장들이 같은 당(자민련) 소속으로 적어도 외형상으론 탄탄한 뒷받침을 하고 있어 감히 어느 후보도 넘볼 수 없었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조직표는 여론표를 이길 수 없다'는 선거의 정석이론에 따라 정 후보는 3선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는 한동안 선거 후유증으로 다른 낙선한 후보들처럼 고통의 날들을 보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이 패배가 정 후보에게 많은 교훈을 얻게 만드는 계기를 주게 된다.

 지난 7월 7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홍곡과학기술문화재단 창립식.

 정우택 전 해양수산부장관이 초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정 이사장이 정치인들이 흔히 하는 칩거대신 새로운 일, 다시 말하면 의정활동으로 미뤄 두었던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을 선택한 것이다.

(낙선을 한 후보들이 통상 6개월 동안 선거후유증에 시달린다는 것에 비춰보면 정 이사장의 행보는 빠른 편이다.)

 15, 16대 국회의원, 해양수산부장관을 거치면서 대표적인 경제·정책 전문가로 불렸던 정 이사장이 과학기술재단을 설립한 것에 대해 당시 주변 사람들은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취임사를 통해 최근 고조되고 있는 경제 위기에 대한 해법은 과학기술 육성뿐이라고 강조했던 정우택 이사장을 만났다.

기자:  정계를 떠나 다소 한가할 줄 알았는 데 오히려 더 바쁜 일정을 보내시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지내시고 계십니까.

   

   ▲ 정우택이사장
정우택이사장 : “지난 5월에 홍곡과학기술문화재단을 설립하고 7월에 재단 창립행사를 했습니다. 요즘에는 재단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기 위해 관계자들도 만나고 국내외 관련자료들도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재단에서 과학기술부의 후원을 받아 우리나라가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화두를 놓고 미래를 이끌 대학생들의 지혜를 모으기 위해 전국 논문현상 공모를 시행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관심은 있었으나 여러 한계로 접하지 못한 일들을 하고 있고, 지인들을 만나 여러 가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기자: 홍곡과학기술문화재단(이하 홍곡재단)의 이사장이신 데 언제부터 관심을 갖고 설립을 준비하셨습니까.

정우택이사장: “재단을 설립하게 된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계기는 지난 8년동안 의정활동과 국정참여 경험을 통해 국가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깊이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해서 총선 후에 주어진 시간과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이 분야에 정성과 의지를 쏟아보자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기자: 홍곡재단의 설립취지를 소개해 주십시요.

정우택이사장: “현대는 지식기반의 무한기술경쟁 시대입니다. 창조적인 지식이 다른 어떤 생산요소보다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새로운 첨단과학기술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바로 첨단 과학기술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활용에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데 과학기술의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수없이 논의해 왔고 사회적인 공감대도 이미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부정적입니다. 과학기술계의 풍토나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우대도 척박한 것이 사실입니다.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현상도 벌써 현실적인 우려로 다가왔습니다. 이제 정부와 국민들이 과학기술의 미래가 곧 우리의 미래라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의 미래일 뿐 아니라 앞으로 이땅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들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홍곡과학기술문화재단은 이러한 현실적인 과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가면서 연구활동과 사업들을 병행해 나갈 것입니다.” 


기자:  취임사에서 과학기술 발전없이는 경제발전도 없다고 말씀하셨는 데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의 연계성을 간단히 설명해 주십시요.

정우택이사장: “21세기에 과학기술은 경제성장의 원천이고 국가경쟁력의 뿌리입니다. 실업과 고령화 문제, 식량과 에너지 문제 그리고 국가안전 등의 국가적, 사회적 핵심문제 해결을 위해 과학기술의 역할이 날로 증대되고 있습니다. 이제 과학기술의 발전없이는 한국경제의 비전은 결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한 나라입니다. 결국 우리경제를 신장시킬 수 있는 것은 첨단과학 기술력을 갖춘 인적자원 밖에 없습니다.

  70년대 우리나라가 이루어낸 고도성장의 바탕에는 박정희 전대통령이 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설립하여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과학자와 경제학자들을 대거 영입해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마련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80년대부터 과학흥국정책의 일환으로 ‘836계획’을 수립해서 정부가 연구항목을 지정하고 집중적으로 개발된 기술을 제품으로 연결시켜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내수가 침체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 국내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은 수출이며, 주요 수출품중 하나가 첨단과학기술의 소산이자 고부가가치를 지니는 반도체입니다. 이제 장기적인 재정금융정책으로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산업분야로 전환해야 하고 첨단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따르지 않으면 한국의 발전이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제2의 과학기술입국’의 기치를 세워야 할 때 입니다.”


기자: 사업계획에 지역주민의 과학기술 애로사항 및 현안문제와 관련해 자문과 지원을 한다고 돼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역주민과 과학기술’이 잘 매치가 되지 않는 데 주민들이 (생활측면에서) 과학기술로 쉽게 접근하고 고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정우택이사장: “지역주민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압니다만 아무튼 과학의 생활화, 생활의 과학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학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면서 우리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문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심증가가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서 재단에서는 쉽고 다양한 과학기술문화 콘텐츠의 개발과 보급에 앞장설 계획입니다. 그 방안으로 과학기술문화 시민교양강좌 개최를 활성화하고 또 현재 과학기술문화 사이트를 개발중에 있습니다.”


기자: 과학기술이 중소기업의 기술역량을 확충한다고 전제를 할 경우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과학기술과 연계한 새로운 아이템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홍곡재단이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을 위한 기술확충과 기술혁신의 환경조성 방안은 무엇입니까.

정우택이사장: “중소기업은 국가경쟁력의 기본이자 경제성장의 주역입니다. 말씀하신 데로 중소기업들의 기술역량을 확충하고 기술혁신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여 산업경쟁력을 제고시켜 나가야 합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자금과 인력문제로 최첨단 선진고급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과학기술 개발과 중소기업의 기술사업화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활성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재단에서는 ‘사이버 사이언스 테크노 플라자’를 구축하여 과학기술인과 중소기업과의 대화광장을 개설하고, ‘사이버 사이언스 테크노 마트’를 개설하여 기술개발자의 연구성과를 중소기업인들에게 전파하고 연계운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자:  현재 지자체의 과학기술 행정수준을 진단해 주시고 지방공무원의 과학기술 정책기획 및 집행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정우택이사장: “지방분권, 지역균형시대를 맞아 국가적으로 지방의 과학기술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범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과학기술진흥의 역사가 짧아 지방과학기술역량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지자체의 과학기술 행정역량과 전문인력의 절대부족으로 지방의 과학기술혁신 토대가 취약한 실정입니다. 지방과학을 담당하는 지방행정조직은 광역단체 정도에 있으며, 기초자치단체에는 아직 갖추고 있질 못합니다. 또 지방의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단순히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것입니다. 지자체와 지역의 대학들이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러 가지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과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고자 재단에서는 지방과학기술혁신 정책기획 및 집행연수과정을 지방공무원의 선택전문교육으로 운영하고 사이버 지방과학기술아카데미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기자: 지방의 과학기술혁신 역량강화를 위해 ‘사이버 지방과학기술아카데미’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우셨습니다. 운영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고 예상효과를 말씀해 주십시요,

정우택이사장: "‘사이버 지방과학기술아카데미’는 국내외의 지역과학기술 혁신사례 중 우수사례를 전파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장, 지방공무원에게 과학기술혁신에 필요한 행정경영마인드를 제고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해 여러 가지 정보와 지식, 사례들을 제공하고 각 지자체는 벤치마킹을 통해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과학기술문화 인터넷방송을 운영해 원로 및 현직 과학기술자의 전문지식을 중소기업, 과학교사들에게 제공할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공성과 수익성에 대한 기대치는 어떻게 보십니까.

정우택이사장: “수익성 차원보다는 공익차원에서 추진하는 일이니까요. 필요한 경비는 과학진흥기금과 과학기술부의 후원을 얻어 추진할 계획입니다. 과학재단과도 업무협조를 통해 진행시켜 나갈 것입니다. 이 사업이 활성화되면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컨설팅 단계로 확대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기자: 끝으로 홍곡재단과 정 이사장님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요,

정우택이사장: “한국의 과학기술활동은 이제 양적인 확대를 넘어 질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민간부문의 창의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입니다. 과학기술의 주요현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의하고 생산적인 정책을 모색할 수 있는 열린 창구로서 홍곡재단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의정활동과 국정참여 경험을 살려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과학기술혁신사업이 올바르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가교로서 역할을 담당하고자 합니다. 예로 국회 각 상임위원회의 과학기술 관련예산에 대한 심의기능을 높이기 위해 관련 세미나 및 정책토론회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입니다. 개인적인 계획이라면 현재로서 정치쪽에 관심을 두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지난 5월 28일에 자민련을 탈당한 것도 그러한 의지를 반영한 것입니다. 홍곡재단의 활동은 이제 시작단계에 와 있습니다. 작지만 큰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또 재단 활동을 통해 국가가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 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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