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25일로 취임 4년을 넘겼습니다. 그가 1997년12월18일 헌정 50년만의 정권 교체를 이룩했을 때의 감격 이 엊그제 같은 것을 생각해 보면 미상불(未嘗不) 세월이란 참으로 빠른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날을 맞아 김대통령은 당선되고 취임도 하기 전에 일을 시작한 것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 일 것 이라고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회고하면서 지금 우리 경제가 세계에서 우등생 소리를 듣는 것은 기업, 근로자, 공무원, 국민 모두가 각기 나름대로 자랑할 수 있을 만큼 기여한 덕분이다 라고 소회의 일단을 밝혔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입니다. 당선의 기쁨도 누릴 사이 없이 IMF라는 국가존망의 위기를 극복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니,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백전노장 인 그에게 파탄에 직면한 경제를 살리는 일은 일생일대의 시련이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지난 4년의 일반적 평가가 어떤 것이든 김대통령으로서야 그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김대통령의 집권 4년을 맞아 여당은 외환위기 극복과 한반도 화해협력 정착, 민주 인권국가로의 발전 등을 주요성과로 꼽고 있는 반면 야당은 국정 수행 능력의 부족과 독선적 인사파행, 개혁실천 프로그램 부족 등 실패로 얼룩진 4년이었다 고 혹평하고 있습니다. 여야라는 상반된 입장대로 현격한 시각차가 있지만 양쪽 모두 나름대로 근거와 일리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여야의 시각이 어떠하든 지금 국민들 가운데 그 누구도 국민의정부 4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싶습니다. 김대통령이 아무리 후일 역사의 평가 를 강조한다 하더라도 현실민심 은 이미 김대통령을 떠나있음이 분명합니다. 취임 초 전 세계적인 박수마저 받던 김대통령의 인기가 이처럼 하락 한데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입니다.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정치적 한계 속에서 공동정부라는 기형적인 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김대중정부의 생태적 한계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거기다 집권 4년 내내 휘말린 호남 편중인사시비, 개혁의 속도조절 실패, 4대 게이트 로 불리는 잇단 부패 스캔들 등은 국민들의 의혹과 불신을 확산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3대 공룡언론 과의 불화에서 온 비방공세도 여론악화의 한 몫이 되었음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IMF의 극복, 남북화해의 기반구축 등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비록 인사편중, 긁어 부스럼이 된 의약분업 등 미진한 개혁정책, 부정부패척결의 실패 등 비판 받아야 할 것이 적지 않다 해도 국가와 민족의 명운 이 걸린 두 대업이 평가 절하되거나 폄하 돼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년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임기 말의 레임덕현상이 나타난 지 오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기회복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제는 미진한 국정을 정리하고 마무리 짓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6월의 지방선거와 12월의 대통령선거에서 공정하고 초연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민주국가의 역량을 보이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세계인 의 축제인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성공리에 치르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하겠습니다.
자고로 훌륭한 정치가는 당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로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마음을 비운 정치를 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 가 후세의 평가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훗날 역사는 DJ, 그를 어떻게 기록할까요? O일까요? 아니면 X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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