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조류학자 조안나 버거의 새 관찰기 <나를 소유한 앵무새>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이은자 前 공무원

▲ 나를 소유한 앵무새 조안나 버거 지음·김정미 옮김. 인북스 펴냄.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 살인사건의 증거로 사상 처음 '앵무새 소리'가 채택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지난 6월 27일 미국 미시간주에서 발생한 총기 살인사건을 맡은 로버트 스프링스테드 검사가 살인사건 피해자가 키우던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 ‘버드’의 “쏘지 마” 라는 소리를 살인사건의 법적 증언으로 제시할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어 결론이 어떻게 될지 그 귀추가 자못 궁금하다.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조류학자인 조안나 버거가 쓴 <나를 소유한 앵무새>는 그 부부가 새를 기르고 관찰하면서 동물과 인간이 얼마나 교감하며 사랑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다.

여러 사람을 전전하다 조안나 에게까지 오게 된 앵무새 티코는 호기심과 자존심이 강한데다가 성격이 괴팍하고 난폭하여 아무에게나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는다. 맹렬히 반항만 하던 티코가 그녀의 지극한 정성과 진심어린 보살핌으로 비로소 목을 길게 늘어뜨렸다.

새가 상대에게 목을 빼어 늘어뜨린다는 것은 완벽한 방어자세의 해제이며 목숨을 내놓는 일이다. 털빛이 아름답고 눈이 영리하게 빛나는 앵무새 티코는 그녀에게 정이 들자 연정을 품고 그녀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몇 시간이고 감미롭게 혀로 핥는다. 남편이 조안나를 애정 어린 말투로 부르거나, 껴안거나, 부드러운 키스만 해도 티코는 미친듯이 연적의 벌거벗은 등짝을 거칠게 쪼아대며 질투하는 맹랑한 새이다.

또한 상처입어 남편이 데려온 탁란 찌르레기 무무는 발정기 때 어떤 물건이든지 45도 각도만 유지하고 있다면 덮어놓고 기어올라 짝짓기를 시도하는 멍청한 새이다. 심지어는 그녀의 발등에도 기어올라 찔끔찔끔 정액을 배출한다. 열두 살의 그 새는 어느 날 열린 창문으로 아무런 야생 훈련 없이 날아가 버려 비탄에 빠진 남편 마이크가 식음을 전폐하고 며칠 동안이나 하늘을 향해 “무무”를 부르며 헤매고 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결국 단종된 스픽스 마코 앵무새

앵무새는 미국에서 개와 고양이 다음으로 인간에게 사랑받는 애완동물이다. 그러나 앵무새는 개처럼 주인에게 무조건 복종하지도, 무조건 온순하지도 않다. 제 맘에 들면 한없이 부드럽지만 제 맘에 차지 않으면 성깔도 도도하고 괴팍스럽고 고집이 세며 자존심이 강해 기르기가 상당히 까다 로운 동물이다. 앵무새도 인간만큼이나 상대를 고르는 눈이 까다롭고 호불호가 분명해서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시종일관 맹렬한 분노와 적대감을 표시하지만 일단 선택한 상대에 대하여는 죽는 날까지 애정을 변치 않고 끝없는 헌신을 한다.

성질 까다롭고 괴팍하고 날카로운 앵무새 티코가 조안나의 자상하고 섬세하고 부드럽고 인간적인 보살핌으로 마음을 열어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것처럼 인간이 얼마나 진심으로 동물을 대하느냐에 따라 동물과의 교감이 가능하다.

스픽스 마코 야생앵무새는 세상에 단 한마리만 남아있는 멸종 직전의 앵무새이다. 마지막 한 마리인 수컷 스픽스 마코 앵무새가 다른 종의 암컷 앵무새와 짝을 맺게 되어 그 쌍은 새끼를 낳지 못했다. 멸종을 우려한 과학자들이 수컷의 구역인 브라질 북동부 바이아의 강 근처 삼림지대에서 사육된 스픽스 마코 앵무 암컷 한 마리를 넣어주었다. 다른 종을 사랑하지 말고 같은 종족끼리 자식 낳고 알콩달콩 잘 살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두 마리는 모든 사람들의 간절한 기대 속에 합방을 했지만,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생식과 종족의 번성은 동물의 본성임에도 그 수컷은 연인에 대한 정절을 굳건히 지켜 모든 사람들에게 아쉬움만 남겨 준채 단종 되었다.

새 들은 땅에 떨어지는 순간 천적들로 공격당하기에 평생 진력을 다해 날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몇몇 맹금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새들은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방어능력이 약하다. 그저 무력하게 소리 내어 울부짖거나 부리로 쪼는 일 뿐이다. 그럼에도 새의 수컷은 적을 만나면 몸집이 가장 작은 박새조차도 도망치지 않고 죽을 때까지 가족을 위해 싸운다. 작지만 굽히지 않는 당찬 성정을 지녔으니 겁이 많은 사람을 새가슴이라고 하는 것은 헛말인 셈이다.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취미는 새소리를 오선지에 채보하는 것이었고, 새소리는 음악세계의 근본을 형성하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최근 우리나라 토종 새 100여종이 사라졌다고 한다. 새들의 노래가 들리지 않는 환경에서는 인간도 결코 살아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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