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공모사업, 지자체간 싸움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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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공모사업, 지자체간 싸움붙이기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6.06.3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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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로 편지/ 홍강희 편집위원
▲ 홍강희 편집위원

문체부가 국립한국문학관 공모사업을 포기하면서 팽팽하던 긴장의 끈이 순식간에 끊어졌다. 문체부는 지난 24일 한국문학관 건립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발표했다. 한국문학관 후보지 한 군데를 결정하는데 무려 전국 시·군·구 24군데가 유치경쟁에 뛰어들자 문체부도 손을 들었다. 충북은 청주와 옥천 두 군데를 후보지로 신청했다.

당초 문체부는 7월에 최적지를 선정하고 2019년까지 건립한다는 계획이었다. 공모가 시작되자 지자체들은 논리를 개발하고 문체부를 방문하는 등 과열경쟁을 계속해 왔다. 모두 ‘우리 아니면 안된다’는 식이었고 서울 은평구가 내정됐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정관주 문체부 제1차관은 “지역문인과 출향문인들도 언론기고나 서명운동에 참여하면서 문학계 분열까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 어떤 곳을 선정하더라도 탈락한 23곳에는 치유하기 힘든 허탈감과 상처가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중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누가 만들었는가.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정부는 국가사업을 할 때마다 공모를 해오고 있고, 전국의 지자체는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자체는 그 사업을 유치할 만한 정당성이 있는지 없는지, 그 사업이 우리지역에 와서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 면밀히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사업 따내기에 혈안이 돼있다. 그리고 자치단체장은 그 사업이 우리지역으로 오면 당장 신세계가 도래하는 것인양 여론몰이를 해댄다. 만일 공모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자치단체장은 시민들로부터 ‘왜 안하느냐’고 비판을 받기 때문에 안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사업을 할 정도면 필요충분조건이 있어야 한다. 그 사업을 그 지역에서 하지 않으면 안될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문학관이 그 지역에 오지 않으면 안될 만한 필요충분조건을 가지고 있는 도시가 신청하고, 정부는 그 도시를 선정하면 된다. 단 과정은 공정해야 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행 공모사업은 지역간 싸움붙이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다가 과열경쟁으로 폭발할 듯 싶으면 ‘없던 일’로 되돌리고 만다. 정부가 시작은 했으나 뒷감당도 못한 채 중단하고 마는 것이다. 이로 인한 행정력과 예산, 시간낭비는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는다.

한국문학관 공모에 뛰어든 지자체는 24군데이다. 예정대로 했다면 이 중 한 군데가 선정되고 23군데는 탈락됐을 것이다. 탈락된 지자체가 투자한 행정력과 예산, 시간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최근 정부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에 대해 말도 안되는 결정을 했다. 유력 후보지였던 부산과 경남 밀양시를 ‘피 터지게’ 경쟁하게 해놓고 결론은 이도 저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으로 내렸다. 신공항 건설은 애초 김해공항 확장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출발한 것인데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꼴이 됐다. 양 지역이 들인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충북도는 지금 국립철도박물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연일 서명운동을 벌이고 오송이 최적지임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유치경쟁에 뛰어든 다른 도시들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이 또한 과열이다. 철도박물관도 한국문학관이나 신공항처럼 어이없는 결론이 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정부가 공모사업을 던져놓고 지자체간 싸움을 붙인 뒤 책임지지 않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국가는 공모사업을 이런 방식으로 계속할 것인지, 지자체는 또 무조건 참여했다 뒤통수 맞는 일을 계속할 것인지 따져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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