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신안포장산업㈜ 불법가동 불구 과태료 200만원 이하 처분 대상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자 의무 규정 위반, 3도 화상 산재발생 은폐

▲ 지난 21일 음성군 원남산업단지에 위치한 신안포장산업 정문앞에서 노동인권 단체가 산재은폐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속보>음성의 한 제조회사에서 기계 세척을 하다 3도 화상을 입은 60대 여성 노동자와 관련, 해당 업체가 공장 등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음성군은 관련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할 예정이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전망이어서 제도적 보완마련이 요구된다.

본보는 지난 6월 24일자 보도를 통해 ‘신안포장산업의 산재처리 회피문제’ 등을 다뤘는데, 이후 해당 회사는 공장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을 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4월 60대 여성 일용직 노동자 이모(65) 씨는 인근 직업소개소를 통해 음성군 원남산업단지에 소재한 신안포장산업㈜을 소개받고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씨는 기계 세척에 투입됐는데 작업 중 깨진 세척제 용기 사이로 정체불명의 용액이 흘러나왔고, 엉덩이까지 흡수됐다. 이후 통증을 느낀 이씨는 병원을 찾았고, 3도 화상을 진단받아 입원하는 등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산재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아울러 정부 포상을 받은 중견기업인데 공장등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나 더 큰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75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까지 받아 정부의 업체 선정기준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상정 음성군의원은 “당초 원남산단 안에 들어가 있었는데 그 업체는 기존 버섯공장을 그대로 인수했다. 농업시설은 돼 있었는데 일반공장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며 “농지전용부담금를 피하기 위해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입주승인만 받고 정식 공장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가없이 공장가동 처벌 ‘솜방망이’

군 담당부서는 “산업단지에 편입돼 있다가 5월에 빠졌다. 산단의 기존 공장의 경우 부담금이 있는데 해당 업체는 토지문제 해결도 걸려있었고, 경매 체납 문제도 있었다”며 “표면상 승인은 났지만 농지와 산지전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산단 포함 여부를 떠나 개별 공장허가를 안 받고 불법영업을 했다는 얘기다.

군은 신안포장이 지난해 입주 이후 공장 등록 없이 가동하다 사고가 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법에 따라 행정처분할 예정이다. 하지만 과태료를 내는 수준에 그쳐 처벌수위가 낮다는 지적이다.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은 공장설립 완료 신고를 하지 않고 가동하면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하고 있다. 군 담당자는 “공장이 가동되고 있는지 일일이 지켜볼 수 없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가동여부를 알 수 없다”며 “행정처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과태료 뿐”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은 최근 신안포장이 산재 발생 30일 이내에 신고하게 돼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자 의무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임시직으로 고용된 이씨는 근무 도중 화상을 입었지만 회사 측은 사업자 의무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사업자는 산재가 발생했을 때 산업재해 조사표를 만들어 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충주지청은 신안포장이 은폐한 산재가 더 있는지 조사 중이다. 노동부는 6월 산업안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산업재해 발생 은폐에 대한 금지 및 벌칙 조항이 마련됐다. 노동부는 산재 발생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하는 행위는 산재를 단순히 보고하지 않은 것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이에 산재 은폐 금지의무를 신설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벌칙을 부과하도록 했다. 고의적인 산재 은폐의 경우 100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처벌 조항을 도입키로 했다.

산재 발생 고의 은폐 법률안 개정 추진

충주지청은 현장 조사를 통해 세척제 성분이 수산화칼슘인 사실을 확인하고 적정 수준으로 희석했는지, 근로자에게 보호장구를 제대로 지급했는지 조사 중이다. 피부가 수산화칼슘에 노출되면 피부염, 화상 등을 입을 수 있으며, 눈에 들어가면 통증, 결막부종, 각막 부종, 출혈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이와 관련,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병행해 도급인의 산재예방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법률안을 조만간 국회에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해당 법률안은 지난 19대 국회에 제출됐지만 회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도급인이 수급인 근로자의 재해예방을 위해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할 범위를 현행 ‘20개 장소’에서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수급인 근로자가 작업하는 모든 작업’으로 확대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 대한 벌칙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사망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조정한다.

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중대재해는 재해자가 수급인 소속의 근로자라는 점에서 도급·용역 등 외주화 추세와 함께 안전관리능력이 취약한 하청업체로 위험이 이전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급인의 산재예방 책임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함으로써 원청이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에 최종적인 책임을 지도록 관련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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