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도내 지역구 의원 8명이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을 제한하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하 개정안) 발의에 모두 서명했다. 당초 개정안은 19대 국회 폐원으로 자동 폐기됐다가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도종환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여야 의원 32명이 참여해 재발의됐다.

도내에서는 제천 세명대가 해당 특별법에 따라 경기도 하남시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세명대가 지난해 9월 하남 2캠퍼스 설립에 따른 대학위치변경승인을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제천시는 개정안을 통해 원천봉쇄하고자 이시종 지사까지 내세워 입법 지원활동을 펴왔다.

지방대학 이전반대 제천시민 추진위원회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 재발의를 적극 환영했다. 19대에선 법제사법위 소속 수도권 의원들의 반대로 심사가 보류된 끝에 자동폐기되는 운명을 맞았다. 이번 2차 개정안도 결국 다수를 차지한 수도권 의원들의 의중에 따라 결정된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방대의 수도권 이전을 인위적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학생 충원이 어려워진 지방 사립대의 위기를 극복할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4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운동’ 출범식을 가졌다. 상급학교 입시와 취업할 때 출신학교로 사람을 차별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들은 ‘학벌을 지우면 사람이 보인다’는 슬로건으로 100만 국민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

통계청은 해마다 ‘사교육비 부담 국민의식조사’를 하고 있다. 매년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사교육비 지출 이유는 “기업체 취업 등에 있어 출신대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출신학교 차별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내 자식의 사교육비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박혀 있는 출신학교 차별 관행과 국민 의식을 바꿀 수 있는 묘안은 없는 것일까? 가장 적극적인 대안은 차별 방지를 법률로 의무화하는 것이다.

2015학년도 대입부터 새롭게 도입된 지방대학 육성법(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 2015년 32곳의 지역대학 의학계열에서 전체 정원의 39.3%를 해당지역 출신으로 선발했다. 권역별로는 대구·경북이 50.43%로 가장 높았고 이어 부산·울산·경남 50.2%, 호남 43.9%, 충청 32.6%순이었다. 불가능해 보였던 현실이 제도를 통해 한걸음 다가선 결과다. 충청권 대학이 지역인재전형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 아쉽지만….

지방대학 육성법에는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때 지방대 졸업생을 35% 이상 뽑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35%를 지키는 경우가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다보니 임기제인 공공기관장들이 허투루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기업부터 지역인재 채용을 의무조항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간기업의 경우 국가 차원의 인센티브를 통해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의 인재를 채용토록 유도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기본은 격차를 줄이고 차별을 없애는 것이다. 이젠, 물적 토대를 넘어 인적 자원의 차원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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