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심리학 권위자 이부영의 <그림자, 우리 마음속의 어두운 반려자>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김상수 충북재활원장

▲ 그림자, 우리 마음속의 어두운 반려자 이부영 지음. (주)도서출판 한길사 펴냄.

현시된 세계와 마음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 힘든 시대를 반영하듯 마음에 관한 책들이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라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작용이 마치, 버튼만으로 쉽게 취사선택할 수 있는 자판기음료처럼 오인하는 위험이 있습니다.

정신분열환자를 내담하며, 인간 의식은 무의식의 강력한 영향 하에 있다는 것이 19세기 프로이트(S. Freud)에 의해 확증되었습니다. 아는 마음인 의식과 모르는 마음인 무의식에 대한 연구는 융(C. G. Jung. 1875~1961)에 이르러 경험심리학이 가진 오류와 무의식 영역에 대한 폭을 확장시키며, 달리 해석하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융은 의식계를 흔히 ‘나’로 인식하는 ego, 무의식계를 그림자, 아니마/아니무스, 자기(self)로 분류했습니다.

책 <그림자, 우리 마음속의 어두운 반려자>는 자아의식과 대인관계에 초점을 맞춘 대중적 인기를 가진 심리학책이 아닙니다. 융의 분석심리학을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엮어 심층심리학이 관여하는 깊은 무의식 영역의 그림자 대면을 강조합니다. 그것은 종교적 수행과도 일맥상통하고, 힘든 작업이기도 합니다. 무의식은 태어날 때부터 마음의 토대가 되며 인간고유의 원초적, 보편적 특성이라고 융은 말했습니다. 자율성과 창조적 조정능력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의식을 의식화하여 창조적으로 변환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림자’란 의식화과정에서 가장먼저 만나는 무의식입니다.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 낡은 방식, 낡은 인격, 안일한 것, 부정적 측면, 에고의 어두운 면, 바람직하지 않은 성질의 총화, 잘 발전되지 못한 기능들, 분화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는 원시적 경향성, 배척되어 강렬한 저항에 의해 억압된 성격측면 등입니다.

‘그 사람 그런 줄 몰랐다’며 실망하고 비난할 때가 있습니다. 사회적정체성에 따라 인격을 등식화해놓고 있다가 그에 맞게 발현되지 못할 때, 서로의 어둡고 부정적인 측면들이 투사되는 것입니다. 그림자는 상대악적 위치에 있다가 의식과의 동화를 통해 창조적 능력, 성숙의 씨앗으로 변환되기 때문에 그림자에는 창조적 기능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그림자를 의식화해가는 것은 우리 정신의 어둡고 밝은 면을 모두 다루어 전인격체가 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림자를 잃어버린 현대인들

그러나 우리는 신경을 건드리는 무의식의 그림자 보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교육의 양이 많은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그림자를 잃어버린 사람이 많습니다. 이 말은 그림자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그림자와 분리되었음을 가리킵니다. 그림자의 상실은 인간 존재의 상실이기도 합니다. 그림자의 억압은 노이로제와 같은 병리적 질환으로 드러나거나, 타인에게 투사하여 더욱 강화된 그림자를 직면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림자는 선과 악을 지칭하는 이원적이거나 죽은 개념이 아닙니다. 열등해보이고, 충격적인 인간속성을 표현한다 해도 의식화를 통해 분화, 발달되어 창조적 변환이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과학이나 종교적인 가치가 깊이 내면화된 사람일수록 ‘그림자 없는 사람’의 유형이 많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있으며, 자신의 존재를 잘 유지한다는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 사회적 재앙은 우리 안에 무서운 것의 존재유무가 아니라, 인식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그림자의 실체를 용감하게 직면하는 것만이, 개인과 집단이 가진 그림자의 열등함을 교정할 기회가 생깁니다.

뉴스 보기가 끔찍할 정도로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습니다. 개인과 집단의 무의식 안에 깊이 억압된 그림자를 용기와 도덕적 결단으로 직면하지 않는 한, 임시방편의 해결책밖에는 찾을 수 없습니다. 억압적이며 집단적이었던 우리문화에서 개인은 소외되고, 선과 악의 이원적 잣대로 재단되어 상벌이 주어졌습니다. 자신을 깊이 성찰하고 살펴볼 성숙한 문화는 장려되지 못했습니다.

유행처럼 마음을 이야기하고, 힐링을 추구합니다. 사지선다형으로 제시되는 심리테스트가 궁극의 답이 될 수 없습니다. 융은 의식과 그림자의 관계를 대극합일을 향하는 전체정신, 즉 통일체라고 했습니다. 우리 각자의 그림자를 통해서 완전성으로 묘사되는 神性, 하느님나라를 지금 여기서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저는 “나를 따르려거든 누구나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한다.”(마태16,24)는 예수님의 매우 현실적이며, 궁극적인 가르침과도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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