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요인에 따라 부서를 이동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직원들과의 회식자리가 마련되곤 한다. 한 부서에서 같이 고생할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면하는 첫 자리가 되면 언제고 ‘어처구니’론을 강조하게 된다. 황당한 일을 당하거나 상식에 벗어난 일을 접하게 되어 어이가 없을 때 우리는“어처구니 없다라는 말을 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중엔 그 어원을 잘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상 생활 속에서 늘 써오던 대로 표현할 뿐이다. ‘어처구니’란 말도 그렇다
어처구니의 사전적 의미는 상상 밖으로 큰 물건이나 사람을 이른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어처구니 없다”가 쓰이는 말의 의미를 선뜻 이해할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어처구니’의 다른 뜻을 알아내는데 1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어처구니’의 뜻은 2가지로 나와있다. 하나는 조선시대 궁궐의 전각이나 남대문같은 문루의 기와지붕에 한 줄로 늘어서 있는 기묘한 동물 모양들의 토우를 말하고 또 다른 하나는 맷돌의 손잡이를 말한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콩이나 팥, 보리쌀 등 곡물을 잘게 부술 때 쓰는 생활도구로 ‘어처구니’는 맷돌을 돌릴때 맷돌 윗부분 옆에 단단히 박아놓은 나무손잡이를 말한다. 그렇다면 “어처구니 없다”라는 말이 왜 황당한 일을 당했을 때 어이없다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는가. 아마도 그것은 비록 하잘 것 없는 나무손잡이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없다면 맷돌의 기능이 상실되기 때문에 생긴 말이 아닌가 싶다. ‘어처구니’가 없는 맷돌을 생각해 보라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이니겠는가. 지금 충청북도를 비롯한 모든 자치단체가 ‘98년부터 시작한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정원의 20%를 감축하여 금년 7월말이면 구조조정에 따른 과원을 정리해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의 구조조정은 ‘98년도 현 정원을 기준 하여 20%를 감축한 것이기 때문에 정원은 94년도 수준으로 동결된 반면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른 행정수요는 더욱 다양화되고 증가되어 인력부족현상이 심화되어가고 있다. 구조조정이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행정수요에 맞춰 업무기능을 조정하고 인력을 적절히 배분하여 기구를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단순한 숫자 논리로만 인력을 감축한 것이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한 느낌이다. 늘어나는 행정수요를 인력의 한계에 부딪쳐 수용하지 못한다면 행정의 질은 그만큼 낮아 질 수밖에 없다. 충청북도는 산업시대에 뒤떨어진 지역 발전을 앞당기기 위해 21세기 고 부가가치 전략산업인 IT산업과 BT산업에 도정의 모든 역량을 집주하고 있다. 오창과학지방산업단지의 기업유치, 오송생명과학단지조성, 그리고 이를 위한 2002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개최 등 주요 현안사항들이 산적해 있다. 서두에 ‘어처구니’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직위의 높고 낮음이나 업무의 중요도를 떠나 ‘어처구니’의 몫을 다할 때 그 조직의 기능은 살아나고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가 달성되기 때문에 스스로의 직무에 충실해 줄 것을 당부해 이르는 말이다. 보이지 않는 곳 그늘진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처구니 상이라도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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