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감사’ 청주시의회, 지루한 나열식·겉핡기식 질문에 맥빠져
“올해 행정감사 대상 기간 3개월, 사건 많아 분위기 뒤숭숭” 해명

▲ 청주시의회는 13~20일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기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초반 감사는 너무 싱거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시의회가 올해 처음 6월 정례회 때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준비부족으로 ‘물 감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행정감사는 13~20일까지다. 예년에 11월에 하던 행정감사를 옮기면서 올해는 지난해 10~12월에 했던 사업만을 대상으로 한다. 감사대상 기간이 3개월 밖에 안된다. 다만 내년부터는 전년도 1~12월 1년치를 감사하게 된다.
 

하지만 감사대상 기간이 짧은 것은 감사가 싱겁게 진행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다. 모 의원은 “시의회에 사건이 많아 벌써 몇 개월 전부터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그 때문에 의원들이 행정감사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말했으나 이 또한 핑계가 아니라는 게 시민들의 얘기다. 감사대상 기간이 짧고 사건이 많았어도 행정감사는 의원들의 1년 업무 중 중요한 것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그간 청주시 CI가 변경됐지만 구 청원군지역에는 미비된 곳이 많으니 정비바람(남일현·이완복 의원), 국토부로부터 MRO사업 선정이 무산될 경우 출구전략과 대안마련(김은숙·황영호·정태훈 의원), 시민소통 활성화 방안 마련(김성택 의원) 희망복지팀 등 사회복지 분야에 전문직렬 충원(변창수 의원), 장애인들이 충혼탑에 참배할 수 있도록 시설개선(최충진 의원), 복지이통장이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동네복지를 실현하는 실질적 중재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남연심 의원), 복지재단내 위원회 과다와 수당 과다 지급 문제 발생(변창수 의원)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또 안전관리자문단 운영실적 저조(박노학 의원), 북이면 폐기물처리시설 도시계획 결정에 대해 주민반대 많으니 대책마련 필요(변종오 의원), 구청별 지난연도 지방세 및 세외수입 미수액 징수방안 적극 검토(유재곤 의원) 등도 문제를 삼았다.

이런 가운데 그 중 몇 명의 의원은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행정문화위원회 남일현 의원(더민주·낭성, 미원, 가덕, 남일, 문의면)은 13억4000만원이 들어간 청주예술의전당 무대장치 조달 납품업체를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선정한 이유를 따졌다. 그는 “5000만원 이상은 공개입찰해야 한다. 지난 3월 2일 설계회사와 무대조명장치 구입을 공개입찰로 선정했다. 그런데 바닥 무대장치 시공업체는 이미 선정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병덕 회계과장이 “사업부서에서 중소기업 활성화에 대한 우수 조달물품을 선정하는 근거가 있다. 사업부서에 공개입찰을 권유했지만 강제규정할 방법은 없다”고 답변했으나 우수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수의계약으로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남 의원은 행정지원국에 대한 감사에서 “청주시는 ES청원 소유의 폐기물소각장 부지를 매입해 북부소방서 건립을 추진했는데, 부지를 사기 위해 100억 원에서 44억 원으로 가격을 크게 낮췄다. 매입비가 터무니없이 비싸 시의회에서 부결시키자 가격을 낮춘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충청북도 소방본부가 소방서 건립 부지로 접근성이 떨어져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는데도 매입을 추진한 것은 ES청원의 땅을 사주기 위한 특혜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감사, 집행부·의원 모두 평가받는 자리”

이에 대해 집행부는 오창지역 주민들이 소각장 이전 등 환경 개선을 요구했기 때문에 업무협약을 한 것이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는 도시계획 변경을 통해 도로를 개설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행정문화위 황영호 의원(새누리·내덕1, 내덕2, 율량·사천, 오근장동)은 문화체육관광국 감사 시 “보조금 지급 기준이 뭐냐. 권력있는 사람이 부탁하면 많이 주고, 그렇지 않으면 적게 주는데 기준이 무엇인지 말해보라”고 집행부 간부들에게 물었다. 이에 대해 간부들이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자 명확한 기준을 가져오라고 질타했다.

 

최근 신생협회인 글로벌무역협회는 청주시로부터 2년간 6억원 가까운 보조금을 받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 13일 이 협회 지부장과 친분이 있는 모 시의원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따라서 말많고 탈많은 보조금에 대해 차제에 지급 기준을 정하자는 것이다.
 

시의회 행정감사를 모니터했던 오창근 충북참여연대 국장은 “지난해 지적했던 사항을 어떻게 조치했는지를 귀중한 감사 시간에 묻고 단순한 나열식 질문을 하는가하면 횡설수설하며 무엇을 묻는지조차 모르겠는 의원들이 있었다. 하재성 의원은 1시간 동안 자료집을 넘겨가며 단순 질문을 쏟아냈고, 이유자 의원은 13~14일 양일간 한 번도 발언을 하지 않았다. 감사가 너무 싱거워 실망스러웠다”고 비판했다.
 

집행부를 몰아붙이고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속시원히 밝혀주는 의원들을 보고 싶다는 그는 “그나마 남일현 의원의 폐기물소각장 부지매입비 문제와 황영호 의원이 명확한 보조금 지급 기준을 마련하라고 쐐기를 박은 것이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한편 모 씨는 “행정감사는 의원과 집행부가 시민들에게 동시에 평가받는 자리다. 평소 의원들이 관심을 갖고 집행부 사업을 챙기고 자료를 요구한 뒤 분석해야 좋은 질문이 나올텐데 그런 의원들이 거의 없다. 또 집행부는 감사받을 때만 모면하고 나면 1년이 편하다는 식으로 생활하고 있어 문제다. 감사에 지적받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매번 등장하는 ‘영혼없는’ 질의와 답변
의원 “노력해달라”, 집행부 “의원님 말씀이 맞습니다” 무조건 수긍

 

이번 청주시의회 행정감사 때도 ‘영혼없는’ 질문과 답변들이 등장했다. 의원들은 말미에 집행부 공무원들에게 “다시는 그러지마라” “노력해달라” “잘 챙겨달라”는 등의 격려성 발언을 많이 했다.

반면 공무원들이 빈번하게 하는 답변은 “조치를 취하겠다” “개선하겠다” 등이다. 질의를 빨리 끝내고 감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네. 의원님 말씀이 맞습니다”라고 수긍부터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의원의 지적에 대해 설명할 게 있으면 해야 하나 ‘괘씸죄’에 걸릴까봐 대충 넘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슬쩍 넘어가는 태도는 의정모니터단들이 매번 지적하는 사항이다. 이런 태도는 과연 언제 바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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