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아파트 상가 미용실 ‘머리 염색에 52만 원’
인터넷 누리꾼 분노, 유사 상호·인근 미용실 피해

▲ 피해자 이모 씨 머리./ 제공=충주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충주의 한 미용실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터무니없이 비싼 요금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특히 해당 미용실 원장이 장애인 비하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주장까지 나와 장애인단체가 1인 시위와 불매운동을 벌이기로 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충주경찰서와 충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따르면 뇌병변 장애를 앓는 이모(35·여) 씨는 지난달 말 집 근처인 충주시 연수동 모 아파트 상가 미용실에서 머리 염색과 코팅을 했다. 이 미용실을 몇 차례 이용한 적이 있는 이씨는 예전에 했던 대로 10만 원 정도 선에서 염색을 해 달라고 했다. 몸이 불편한 이씨는 기초생활수급자다. 이씨는 생활비에서 한 달에 1만~2만 원 정도를 아껴 몇 달에 한 번씩 머리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렵다.

미용실 원장은 이씨의 머리를 손질하면서 “오늘은 비싼 약품이 많이 들어갔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안한 마음에 이씨는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지만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원장은 머리 손질이 끝나고 이씨가 체크카드를 꺼낸 뒤에야 “오늘 머리 값은 52만 원”이라며 카드를 받아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당시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은 직후였다.

이씨는 “머리 손질이 끝난 뒤 계산을 해야 돼 얼마냐고 물으니까 대답을 안 해 줬다. 얘기를 안 해서 카드를 줬더니 52만 원이라고 해 안 된다고 했다”며 “하지만 원장은 카드를 긁고 자기가 사인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52만 원은 나한테 한 달 생활비다. 머리 값으로 다 나가면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며 “돌려달라고 30여분 동안 매달리다시피 하소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 해당 미용실.

52만 원을 결제한 이씨는 억울하고 막막한 마음에 경찰과 장애인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씨의 머리 상태를 확인한 장애인단체는 두피까지 염색이 안되는 등 염색 상태도 좋지 않고 머릿결도 많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미용실 쪽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중재로 카드 결제를 취소하고 이씨와 20만 원에 합의를 했다고 했지만 이씨와 장애인단체는 잘못 알려진 부분이라고 했다. 합의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때 원장은 경찰에게 “비싼 약품을 쓴데다 커트, 염색, 코팅 등 여러 가지 시술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미용실 원장이 경찰들에게 ‘쟤 말을 어떻게 믿냐, 저런 장애가 있는 사람 말을’ 이런 식으로 얘기해서 참을 수 없었고, 너무 모욕스러웠다”고 주장했다. 충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이 미용실에서 피해를 본 사례가 최소한 2~3건이 더 있는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장애인 비하 발언 ‘물의’

한 지적 장애인 여성은 “커피 마시러 놀러오라”는 원장 얘기를 듣고 들렀다 커트비로 10만 원을 냈고, 또 다른 지적 장애인은 머리 손질과 염색에 40만 원을 지불 한 것으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파악했다. 해당 미용실이 있는 아파트는 저소득층과 장애인, 새터민 가족이 많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현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그 지역이 중증장애인이나 새터민들이 많이 사는 저소득층 임대아파트 내 상가였기 때문에 그 미용실 원장이 장애인을 많이 경험하다 보니까 일부 장애인들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한 것 같다”며 “염색하러갔다가 40만 원을 지불한 지적장애인 분이 있는데 그 분이 억울하다 했더니 오히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해 할 수 없이 결제를 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또 “사실 해당 원장이 저희 센터를 찾아와서 사과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는데 저한테 사과할 일이 뭐가 있겠냐”며 “정말 사과하고 싶다면 모든 피해자들을 스스로 찾아가서 직접 사과하고 그분들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얘기했다”고 언급했다.

심 센터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추후 피해자들을 모집해서 충분히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할 예정이고, 1인 시위와 불매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갈 계획”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다시는 장애인들에게 흔한 말로 등쳐먹는 일이 없도록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회적 약자를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더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했다.

행정처분 못해, 누리꾼 분노

▲ 관련 영수증./ 제공=충주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와 누리꾼들의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이들은 ‘바가지 요금’도 문제지만 장애인을 상대로 했다는 점에 더 분노하면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난다”며 “무엇보다 장애인이 받았을 정신적 피해에 합당한 보상과 처벌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관계기관이 조치할 처분은 전무한 실정이다. 자율요금제라 행정지도의 대상이 될 뿐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충주시 관계자는 “요금 자율제로 권고사항이 될 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없다”며 “논란이 커지는 만큼 운영을 중단할 것과 폐업을 권했는데 ‘(원장이)폐업할 생각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 사건이 커지자 해당 미용실은 문을 닫고 영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자 해당 미용실과 같은 상가 건물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미용실 2곳과 이름이 비슷한 미용실에 누리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면서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한 미용실 원장은 “전화를 받자마자 욕설을 해 화도 나고 황당했다”며 “비난하는 것도 좋지만 정확히 알고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충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측은 “시민들과 누리꾼들이 분노해서 유사 상호 이름이 있는 미용실과 인근의 미용실에 전화를 해 폭언을 하고 있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며 “조금만 자제해 주시고 저희 센터를 믿고 잘 풀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주기를, 그리고 응원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논란을 일으킨 미용실 원장의 해명 등을 듣기 위해 상가를 방문하고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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