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영·윤성희 씨 결혼, 면 주민 1/3이 모여 동네마을 잔치로

▲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결혼식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신랑과 신부. 특히 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일생 일대 최고의 주연으로 등장한다. 인구 1500명이 채 안 되는 옥천군 안남면. 지난 4일 안남면 잔디광장에서 잔치가 열렸다. 무덥게 내려쬐는 한 낮의 열기를 얕은 이슬비가 잡아준 오후가 되자 주민자치위원회 앞 잔디 광장이 북적인다.

‘배바우마을’이 새겨진 앞치마를 두른 아주머니들이 전과 국수, 약밥 등 음식을 소복소복 담아낸다. 일흔이 넘으신 어르신들은 일찍 자리를 잡고 약주를 기울인다. 아이들 수십 명이 떼 지어 잔디밭을 구르며 재잘거린다. 시골 마을에 아이들이 이리 많은지 놀랄 일이다.

드디어 김대영 안남면 주민자치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마을 잔치의 시작을 알렸다. 안 위원장의 말이 끝나자 안남면 둥실 풍물단이 길놀이를 시작한다. 길놀이 인원만 15명이 넘는다. 인구 1500명 남짓한 마을에 어느덧 모여든 인원만 500여명.

무대 앞에는 하얀 개망초 꽃이 담겨있는 쌀포대 화환이 나래비로 열지어 있다. 길놀이가 끝나자 난타공연이 시작된다. 둥실마을 풍물단 배태숙 대표가 “오늘 우리 막내 시집보내는 날이다. 잘 두드려야 잘 산다고 해서 신나게 두드리겠다”고 말했다.

헐! 오늘이 결혼식이라고. 그랬다. 안남면 주민자치위원장은 “윤성희와 정순영의 혼례를 축하 하는 덕실마을의 혼례잔치”라고 이날 행사를 소개했다. 이 마을 배바우작은도서관의 아이들과 새신랑은 신나는 댄스를 선보이고 동네 아주머니들은 연실 국수를 내놓고 사람들을 챙겼다. 잔치만 4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혼례장치의 주인공인 정순영 씨. 그는 옥천신문 전 편집국장이었다. 몇 해 전 신문사를 그만두고 지역공동체순환경제일을 하고 있다. 남편인 윤성희씨도 안남면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옥천 안남면에 뿌리를 내리기로 한 두 부부의 신혼여행은 잠깐 뒤로 미루기로 했다. 이유는 일손이 바쁜 농번기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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