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투석 환자 1주일 3회 ‘발 동동’

충주지역의 유일한 야간 신장 투석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직장인 환자의 야간 신장 투석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충주지역 신장 투석 환자는 321명이고, 신장 투석 의료기관은 종합병원 2곳, 병·의원 4곳 등 모두 6곳이다. 이 중 그동안 유일하게 주간과 야간 신장 투석을 했던 B의원이 경영난으로 사실상 폐업상황이다. 때문에 투석과 직장생활을 병행한 직장인 환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야간 신장투석을 받으며 직장생활을 하는 정모씨는 “1주일에 3번, 받을 때 마다 4시간씩 투석을 받고 있다. 아픈 몸이지만 직장생활을 하며 야간 투석을 받았는데 충주에서 유일하게 야간투석을 운영하던 의원이 재정상의 어려움으로 폐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간에 운영하는 투석병원은 많지만 저는 야간투석을 하지 못하면 직장을 다닐 수 없고, 나아가 생계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여러 개인병원이나 충주의료원 등에 야간투석실 운영을 요청했지만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인구 20만 이상의 충주시에 야간투석병원 하나가 없어 이렇게 환자들이 고통받는 현실이 암담할 뿐”이라며 “시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진척상황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충주시와 병원 간 협조로 꼭 야간투석병원을 마련해 저희 같은 투석환자들이 투석과 생계활동을 병행하면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현재 야간에 신장 투석을 하는 직장인 환자는 13~15명 정도로 알려졌다.

이들 역시 정씨와 마찬가지로 어렵게 직장을 얻은 만큼 야간투석병원 부재로 인해 직장을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신장 투석을 받는 김모씨는 “혈액투석을 하는 2급 신장장애인은 4시간이나 걸리는 투석을 일주에 보통 3회 정도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직장환경에서 이를 용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생계비를 벌기 위해 낮에는 일하고 야간에 투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충주의료원, 의료진 충원해야 가능

김씨는 “기존에 취업하려고 했을 때 사실상 채용이 확정된 상황에서 주 2회 신장투석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신체검사에서 탈락했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취업을 위해 장애를 숨기는 예도 허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간신히 취업했는데 이제는 야간투석을 받는 병원이 없어 직장생활을 못한다면 누가 생계를 책임지냐”며 “관계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주시는 이들 직장인 환자의 신장 투석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고 있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

조길형 시장은 최근 시청 업무 보고회에서 직장인의 야간 신장 투석병원 폐원과 관련해 “민간부문에서 해결하지 못하면 공공부문에서 맡을 수 있는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 달라”고 관계부서에 주문했다. 조 시장은 “생계를 위해 밤 시간에 투석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자들이 치료에 차질이 없도록 관계기관과 조속히 협의해 이른 시간에 야간투석병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충주지역 병·의원들은 전문인력 확보와 재정문제를 들어 야간 투석 운영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충주의료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료기관은 민간부문이라 시에서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공공의료기관인 충주의료원도 신장내과 전문의가 1명에 불과, 야간신장투석을 하려면 전문의와 전문 간호사 등 의료진 충원이 불가피하지만 인력채용과 이에 따른 예산확보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병원 순번제도 안전성 ‘난색’

이에 따라 충주시는 이들 공공·민간 의료기관에서 순번제로 야간 신장투석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혈액농도를 수시 검사하는 등 안정적인 검사와 투석의 어려움으로 의료기관들이 어려움을 표하고 있다. 여기에 자칫 문제가 생길 때 책임 소재를 놓고 논란이 될 수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시 보건소 관계자는 “충북도와 충주의료원, 민간 의료기관들과 방안을 찾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며 “답은 안 나오는데 해답을 찾으려니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도와 의료원에 매달리고는 있는데 확답을 못 들었다”며 “병원 순번제도 안정적인 검사가 문제가 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야간 신장투석병원 문제는 올해 초부터 예견돼 왔던 문제인데 시에서 대책마련에 너무 안일했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관계기관 간 유기적인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B의원 외에 신장 투석을 하는 충주지역 병원은 건국대 충주병원, 충주의료원, 현대요양병원, 신승준 내과, 제중 내과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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