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김성영 민주노총 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 김성영 민주노총 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쉬운 해고, 낮은 임금을 위한 노동개악. 민주노총이 정부가 말하는 노동개혁의 본질을 폭로하며 자주 쓰는 말입니다. 사용자 마음대로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해고할 수 있게 취업규칙 변경을 쉽게 만드는 소위 ‘노동개혁’이 실상은 노동자들에게 독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제 상당수의 국민들도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4.13 총선이 끝나고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한길 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총선에 참여한 응답자 중 59.3%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이 고용안정과 비정규직·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지지 후보와 정당 결정시 56.5%가 ‘노동 개혁’이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습니다.?이번 총선의 결과에 정부가 막무가내로 추진한 노동개악이 영향이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노동개악은 멈출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은 이미 노동개악 시도 이전에 쉬운 해고, 낮은 임금이 일상화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민주노총이 올해 서울 디지털, 의정부 용현, 안산 반월·시화, 대구 성서, 경남 웅상, 부산 녹산, 광주 하남 등 7개 공단에서 1300여명에게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임금피크제 도입, 수당삭감, 저성과자 징계 등 올해 노동조건 악화를 경험했다고 답변한 비율이 무려 23.7%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법정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 비율이 24.5%로 나타났습니다. 일상적인 고용불안이 사용자의 불합리한 처우에 대한 항의, 노동조합 결성 등의 집단 행동을 가로막아 저임금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노동개악이라는 법제도 도입을 막아내면서도 구체적인 노동자들의 현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일상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곳에서 이미 노동자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이를 함께 막아내지 못한다면 법제도를 저지한다고 하더라도 현장은 이미 노동개악이 도입 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에 빠질 것입니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는 이런 부분에 주목하여 노동자 실태조사 사업을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노동자의 삶을 지키는 울타리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노동자 권리 찾기 사업단 ‘울타리’를 꾸렸고 5월 셋째 주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충북 노동자들의 현실을 파악하는 실태조사를 한 달간 진행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고용과 임금, 노동인권에 대해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이를 근거로 향후 충북지역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켜내는 사업을 집행할 것입니다. 그 동안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고 최저임금조차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 캠페인과 산발적인 상담과 통해 대응했습니다.

올해는 실태조사를 통한 실증적 근거를 바탕으로 명확한 지역과 대상을 선정하여 집중적이고 구체적으로 대응할 계획입니다. 실제로 지역 노동자들의 삶이 더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 구성원 모두가 신발 끈을 단단히 조이고 있습니다

노동개악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와 결단이 총선결과에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총선 이후 여야 할 것 없이 경제위기를 합창하며 노동자들이 구조조정과 해고를 받아들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결국 노동자들을 지킬 수 있는 건 스스로 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는 97년 IMF를 기억합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공적자금으로 회생한 회사의 사용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떵떵거리고 살고 있고 자신들이 불러온 위기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지지 않았습니다. 이번은 달라야합니다. 다수인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그 출발로 지역 노동자들을 만나고 알아가는 실태조사 사업을 시작합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첫걸음을 내딛겠습니다. ‘충북의 노동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