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청렴’ 외쳐도 뇌물수수 체질화 소문···공직비위 해결 힘들 듯
강압적으로 여행비 받아 성매매관광 했다 알려지자 시민들 ‘충격’

▲ 이승훈 청주시장(사진 맨 앞)은 지난 16일 시정성과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명예의전당을 열었다. 혹시 최근 비위문제로 얼룩진 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국면전환용일까?

이승훈 청주시장은 취임하면서 공직비리 근절과 청렴을 크게 강조했다. 민선5기 때인 지난 2013년 청주연초제조창 매입과정에서 6억6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간부공무원이 구속됐다. 그러자 이 시장은 차별화를 선언하면서 청렴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웠다.

지난 2014년 11월에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청렴대상을 시상한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청렴한 정신으로 시정을 빛낸 직원을 매년 1명씩 발굴, 표창함으로써 청렴 행정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유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4월 2일 식목일 행사 때는 ‘청렴 나무심기’라는 이름을 붙이고 문의면 가덕면에서 식목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최근 시 공무원 2명이 직무관련 단체로부터 여행비를 챙겨 중국을 다녀온 것이 적발돼 이 시장의 청렴행정도 웃음거리가 됐다. 투자유치과 7급 일반직과 통역을 담당하는 8급 계약직 등 2명은 지난 4월 15~17일 중국 광저우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비는 청주시가 보조금을 주는 글로벌무역진흥협회 충청지부로부터 중국돈 1만4800위안(한화 262만원)을 받아 해결했다. 이 돈도 협회측에서 자발적으로 준 게 아니고 공무원 A씨가 달라고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현재 공무원 2명은 직위해제 된 상태다. 경찰에서 이 사건을 수사중이고 충북도 인사위원회 징계를 남겨두고 있다.

이 사건이 터진 후 경찰이 보조금 수사로 확대하자 시 공무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재수없게’ 걸린 것이지 업무관련 업체나 단체, 그밖의 사람들에게 뇌물을 받는 게 체질화 돼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청렴교육도 소용없다. 몇 시간 교육받아서 될 문제가 아니다. 특정분야는 뇌물수수가 관행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청주시가 사건 하나 터지면 시끄러웠다 다시 조용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우연히 드러난 게 아니고 글로벌무역진흥협회 충청지부에서 ‘공무원들이 너무 괴롭혀 못 살겠다’며 작정하고 문제화하면서 시작됐다. 협회 측은 당초 감사원에 제보하려고 공무원 A씨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중국돈으로 환전한 내역 등을 가지고 있었으나 청주시 관계자가 알고 협회 측을 설득해 자체 조사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후 청주시는 이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했다. “내부 감사를 해서 스스로 정화하겠다는 의미였다”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두 공무원의 성매매관광 혐의는 문자메시지 상에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협회 측 관계자와 함께 중국을 가자고 제안했고, 소위 ‘밀착가이드’라 불리는 여성을 얼마짜리로 하라는 내용 등을 문자로 보냈다는 것이다. 여성의 나이에 따라 얼마 얼마 하는 식으로 구분돼 있다고 한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엄벌에 처해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협회 측이 공무원들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할 정도면 여러 번 금품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오가고 있다. 이 제보를 두고 용기있는 행동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이 협회는 오히려 보조금 수사를 받게 됐다. 이번 건의 포인트는 시 공무원이 보조금을 주는 협회에 내놓고 여행비를 요구한 ‘갑질’ 사건이다. 돈을 안주면 지원을 끊겠다고 했다는 얘기까지 있다.
 

그러나 사건은 보조금 수사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제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들도 있다. 이렇게 한꺼번에 범죄자 취급을 받으면 누가 제보를 하겠느냐는 것. 실제 앞으로 제보자 만나기는 더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신생 협회가 시 보조금을 과하게 받았다고 보는 게 중론이고 차제에 보조금을 적정하게 배분했는지 목적에 맞게 쓰여졌는지를 조사해야 한다는 게 시민들 말이어서 여기서 멈출 수는 없게 됐다.
 

모 씨는 “뇌물수수가 관행화 돼있다고 하지만 제보자가 없는 이유는 입 열면 자신도 다치기 때문이다. 사업을 계속하고 싶으면 절대 말할 수 없다. 뇌물을 주고 받는 사람들끼리 ‘공생’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뇌물수수는 음성적으로 이뤄져 시장이 아무리 청렴을 외쳐도 고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말했다. 이승훈 시장은 회의 때 청렴을 강조하고 보조금 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단시일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어쨌든 이 시장은 앞으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실제 공직사회가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여줄 책임을 안게 됐다.

청주시 보조금 문제로 확대된 비위사건
C 시의원에게 쏠린 눈 “친한 친구 맞지만 외압 없어” 해명

 

청주시 공무원 해외여행 접대사건이 시 보조금 문제로 확대됐다. (사)글로벌무역진흥협회는 지난 2011년 3월 지식경제부로부터 사단법인 허가를 받아 광주시에 협회 중앙회를 설립했고, 2013년 7월 청주시에 충청지부를 만들었다. 그 뒤 청주시로부터 2015년에 3억3000만원, 올해 2억85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청주시 관계자는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해외에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하고 바이어 발굴, 박람회 참여 등의 업무를 하는 곳이다. 청주시가 중국을 상대로 사업을 하면서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며 “청주·청원통합 이후 수출업무가 늘어 보조금도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회가 설립된 이후 실적이 거의 없는데 이처럼 많은 보조금을 받은 것이 수상쩍고 여기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보조금 지급 과정에서 특정한 사람의 외압이 없었는지, 정산과정이 제대로 되었는지, 혹시 보조금 중 일부를 공무원들에게 상납하는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아닌지 등에 대해 의구심이 일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도 청주시 보조금 관련서류를 제출받아 폭넓게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청주시의원 C씨는 이 협회 충청지부장과 친구 사이이고, 이 지부장을 청주시에 소개해줬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C의원 선거 때는 이 지부장이 사무장 일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협회가 보조금을 받는 과정에서 C의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의원은 “절친한 친구사이가 맞다. 이 협회가 이런 일을 하니 알아보라고 청주시에 얘기한 적 있다. 정책제안 이었다. 그랬더니 담당과에서 제안서를 받고 실사를 하더니 괜찮은 사업이라며 보조금을 줘서 중소기업 수출대행을 맡기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은 청주시에서 판단해서 준 것이다. 외압을 넣은 적 없다. 집행부에도 내 친구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잘랐다. 다만 이 사건이 터지기 전 협회 관계자가 전화 해 ‘공무원이 돈을 요구하는 일이 있어 더 이상 못참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 전에는 이 건을 몰랐다는 것. 그런데 이 의원은 문제가 벌어진 투자유치과와 여기서 보조금을 받는 이 협회를 견제·감시해야 하는 상임위 소속이다. 이 때문에 꼴이 우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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