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 창조컨설팅 개입 이후 5명 정신질환 산재인정
자체조사, 10%가 자살 고위험군…노사대립 후유증 여실

▲ 故 한광호 씨의 어머니가 쓴 자필 위임장

유성기업 노동자 한광호 씨가 사망한지 25일이 지났지만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장기화되자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서울광장으로 나섰다.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에 있던 경찰은 종교계를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집시법 위반으로 종교인들에게 소환장을 보냈고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은 종교탄압이라고 맞섰다. 이런 가운데 유성기업 소속 노동자 5명이 정신질환(우울증)으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이 죽은 노동자는 말이 없는데 무너진 노사관계는 더 큰 사회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1년 이후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개입사업장인 자동차 부품생산기업 (주)유성기업. 지난 달 17일 이 회사 영동공장 노조 전 대의원 한광호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조는 “회사의 가학적인 노무관리가 불러온 타살”로 규정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부분파업과 집회를 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에 특별교섭을 요구했다.

유성기업은 노조의 주장과 요구를 일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유성기업은 “한광호 씨의 자살은 회사와 무관한 개인적인 사유에 기인한 것으로 노사 대립에 따른 우울증과 징계절차에 대한 부담감으로 자살했다는 유성지회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회사는 무단 결근에 따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출석요청을 했을 뿐 어떠한 징계나 징계절차의 개시를 통보한 바 없다”고 밝혔다.

 

자식 잃은 것도 서러운데...

지난 5일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지회장 김성민, 이하 노조)은 고 한광호씨의 어머니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근로복지공단에 청구했다. 노조는 “유성기업은 고인이 지회 간부로 활동했던 2012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11차례 고소했다.

이 중 2건만 기소되고 나머지 9건은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사망 당시 2건의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밝히고 "한광호 열사 죽음은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와 가학적 노무관리에 의한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고인의 유족은 "노조 조합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이뤄진 사측의 노무관리에 고인이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됐다"며 "산업재해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노조가 고 한광호 씨의 모친으로부터 받은 위임장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보상신청을 하기에 앞서 한 씨 어머니의 친필 위임장을 받아 회사에 특별교섭을 요구했다.

노조가 받은 위임장에서 한 씨의 모친은 “모든 것을 노조에 위임했다. 아들을 죽게 만든 회사를 직접 만날 생각이 없다. 빨리 노조와의 협상에 나와 사죄하라”고 적었다.

반면 유성기업은 노조에 공문을 보내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수사여부를 의뢰 검토 중”이라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유성기업은 “당사와 경찰서 담당형사가 확인한 바로는 고인의 노모가 중증 치매증세를 보여 정황상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로 고인의 노모가 장문의 자필서한을 작성한 것에 대한 진위여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는 “고 한광호 열사의 어머님은 파키슨씨 병으로 거동이 불편할 뿐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유성기업은 경찰서를 빙자해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연이은 정신질환, 결국 산재인정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노사관계 대립과정에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에 따르면 창조컨설팅이 개입돼 노사관계가 악화된 2011년 이후 5명이 노동부로부터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유성기업 노동자 A씨는 2012년 3월, 파업 복귀 후 직장 내에서의 장기간 근로와 구사대 동원, 공장 내에서의 고립 등으로 인한 우울증세, 불안, 초조, 불면 등이 발병한 것이라며 산재신청을 접수했다.

이에 대해 대전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는 “2011년 5월 노사분규 이후 복귀하여 2개월 경과한 시점에 수면장애 등의 증상이 발현되다가 이후 증상의 중증도가 심해지면서 우울증으로 진단된 상태로 파업 및 복귀과정에서 동료들의 비난에 대한 부담과 농성 중인 조합원들과의 대치상황에서 발생된 갈등, 장시간의 연장근무 등 업무와 관련된 상당한 스트레스와 과로를 경험한 사실이 인정되고, 신청인이 과거 정신과적 병력이 없었던 점 등을 보아 신청 상병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슷한 이유로 2014년 3월 B(46) 씨, 11월 C(36)씨, 2015년 7월 D(34)씨, 2016년 3월 E(39)씨 등이 산재를 인정받았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지난 3월 28일 노동부에 유성기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임시건강진단명령과 치료, 역학조사를 요구했다. 노조의 요구에 대해 현재 노동부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자 노조는 “노동부가 직무유기를 한다”고 나섰다. 12일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부천과 인천에서 메틸알코올(이하 “메탄올”) 문제로 젊은 노동자들이 실명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노동부는 메탄올 취급사업장 3117개소에 대한 긴급 관리실태 점검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괴하게도 유성기업은 노동부의 무능인지, 고의인지 전수조사 사업장에서 누락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부는 “2011년 유성기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하면서 메탄올 사용과 관련한 위반내용을 점검했었고, 심지어 2011년 특별근로감독에 시정명령이 이행되지 않은 상태로 지금까지 메탄올이 노출된 상황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2013년 충청남도의 지원을 받아 유성기업 조합원 심리상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유성기업 영동공장 노동자 40여명이 자살 고위험군 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경찰, 추모 기도회 연 종교인 소환장 발부

기장, "종교탄압 중단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반발

지난 6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성명을 내고 “서울남대문경찰서가 발부한 기장 총회장 출석요구서를 즉각 철회하고, 경찰청장은 계속된 종교탄압에 대하여 한국교회 앞에 정중히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성명의 발단이 된 계기는 지난 3월 21일 기장 총회가 주최한 ‘고난당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총회 시국기도회'. 기장은 이날 행사가 “날이 갈수록 파괴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의 회복을 염원하는 기도회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최장소 관할서인 서울남대문경찰서는 행진인원이 신고된 300명이 안 된다는 이유로 시국기도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행진을 가로막았다. 이어 기장 총회장에게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혐의로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은 기장은 성명을 통해 “기독교의 대표적인 축일인 부활주일에 우리 교단 소속 향린교회 교우들은, 극심한 노조탄압에 못 이겨 자결한 유성기업 고 한광호 노동자를 위한 추모기도회를 드리고자 하였다. 그런데 서울남대문경찰서가 예배물품을 강탈하고 파손하여 결국 추모기도회를 드리지 못하게 되었다”며 “신앙인에게 있어 그 존재의의를 밝혀주는 예배(기도회)가 침탈된 사태의 위중함을 우리는 심각하게 받아 들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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