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별로 떠안기로, 음성농협 부담 늘고 감곡농협 혜택

▲ 음성지역 7개 농협이 참여한 통합RPC가 참여농협의 출자지분에 3년간 수매량을 더해 적자 손실금을 지역농협별로 떠안기로 했다. 사진은 음성군RPC 준공 모습.

음성지역 7개 농협이 참여한 통합RPC (미곡종합처리장)가 참여농협의 출자지분(40%)에 3년간 수매량(60%)을 더해 적자 손실금을 지역농협별로 떠안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출자지분은 많고 수매량이 적은 감곡농협이 혜택을 보게 됐으며, 수매량이 가장 많은 음성농협은 적자 손실금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음성군 통합RPC조합 공동사업법인 이사회(7개 조합장으로 구성)는 출자지분 만큼 적자 손실분담금을 떠안던 기존 방식에서 출자지분 40%에 3년간 수매량 60%를 더한 방식으로의 전환을 최근 결정했다.

이번 일은 통합RPC에 출자지분이 가장 많지만 수매량은 타 지역농협에 비해 적은 감곡농협이 해마다 가장 많은 적자 손실분담을 떠안게 되면서 이의를 제기하며 시작됐다.

음성군 통합RPC는 2008년 10월 출범했지만 해마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4년 13억 원, 지난해 14억 원의 적자를 봤다. 2013년도 8600톤, 2014년 9900톤, 2015년 1만 1000톤 등 해마다 수매량이 증가하면서 적자 손실금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감곡농협은 지난해 출자지분(25%) 만큼인 3억 5000여만 원의 손실분담금을 떠안았다. 이런 이유로 감곡농협은 지역농협별 수매량을 포함해 적자 손실금을 분담하자고 제안했으며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추청볍씨 신청 크게 줄어

음성군 통합RPC는 감곡농협 25%, 금왕농협 24.9%, 음성농협 22.5%, 삼성농협 9.8%, 대소농협 8.7%, 맹동농협 4.6%, 생극농협 4.6%를 출자했다. 지난해 감곡농협의 수매량은 1500톤인데 반해 음성농협은 4170톤을 수매했다. 이사회는 수매량이 많은 농협으로 인해 적자폭이 커짐에 따라 출자지분과 수매량을 접목한 적자 손실금을 분담키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500톤을 수매했던 감곡농협은 올해부터 출자지분 만큼인 2500톤을 배정받는다. 반대로 음성농협과 삼성농협은 수매량이 전년대비 600톤과 400톤씩 감소했고, 금왕농협(200톤)과 맹동농협(100톤)도 소폭 감소했다. 4개 농협에서 줄어든 만큼의 수매량은 올해부터 감곡농협, 생극농협, 대소농협이 더 가져간다.

통합RPC 관계자는 “통합RPC의 적정 수매량은 7000톤인데 해마다 올라가 1만 톤을 초과하게 됐다. 수매량도 출자지분대로 해야 되는데 그동안 이것이 되지 않아 감곡농협의 부담이 커져 갔다”며 “이를 바로잡고자 이사회가 열렸고 적자 손실금 분담이 이뤄지게 됐다”고 했다.

통합RPC가 추청 벼를 수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청볍씨 신청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벼생산 농민들이 소출량이 적고 도복(비나 바람에 쓰러짐)이 잦은 추청벼를 꺼리는 반면 소출량도 많고 재배하기 편한 호품벼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합RPC는 다올쌀 명품화 사업을 위해 국민적 선호도가 가장 높은 단일품종인 추청 벼를 수매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추청이 도복이 심하고 소출량이 적어서 재배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180톤에 달했던 추청볍씨 신청은 2011년 102톤으로 크게 줄었고 현재는 더 감소했다. 재배면적도 크게 줄었다.

때문에 통합RPC의 추청벼 수매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합RPC 관계자는 “대다수 쌀은 날이 따뜻해지면 밥맛이 떨어지는데 추청벼는 괜찮다. 문제는 음성군내 벼를 수매하는 곳이 제대로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추청이 4000톤까지 내려와야 한다. 학교급식을 공급하는 업체도 힘들어서 바꿔달라고 한다”며 “우리는 추청 40%만 끌고 갈 생각”이라고 했다.

브랜드 ‘다올찬 쌀’ 애물단지

음성통합RPC는 통합 직후인 2010년 ‘고품질쌀 브랜드 사업’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 2013년 국비를 비롯해 총 사업비 52억 원이 투자돼 도정시설을 새로 깔고 건물을 새로 지었다. 연간 처리물량 1만 7000톤을 소화할 수 있는 규모다. 당시 농협 측은 음성군의 ‘다올찬 쌀(추청벼)’을 명품 브랜드로 육성, 농가소득 증대에 나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올찬 쌀’이 지금은 지역농협에 적자를 안기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통합RPC는 2014년 9000톤을 수매했고, 지난해 1만 800톤을 수매했다. 40㎏ 포대 기준 22만 개에서 27만 개 가량을 사들인 것이다. 이같은 수매량은 고품질 쌀 브랜드사업 지침에 어긋난다. 사업지침대로라면 최소 1만 2000톤 이상을 수매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사업시행지침에는 연간 1만 2000톤 이상을 취급하는 RPC만 사업비를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협이 규정을 어겼고, 농식품부가 사후관리를 제대로 안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음성통합RPC는 추청 1등을 5만 원에, 일반벼를 4만 7000원에 사들였다. 수매량과 수매가가 거의 차이가 없다, 수매가가 높은 것도 아니고 수매량이 많은 것도 아닌데 적자 규모는 커지고 있다. 더욱이 음성군의 ‘다올찬 쌀’이 시장에서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다.

고품질쌀 브랜드 사업 이전과 이후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RPC가 골치를 썩이자 결국 조합장들이 나섰다. 지난해 농협중앙회 자회사 ㈜농협양곡이 지역농협RPC를 인수한다고 하자 매각신청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국 진천농협쌀조합법인에 밀리면서 무산됐다. 음성의 한 농협 관계자는 “RPC는 비싸게 많이 살수록 적자만 늘어난다”며 “사업은 정부가 해놓고 농협RPC를 망하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RPC는 산적한 과제를 음성군 등과 협의해 문제를 풀어갈 계획이다. 통합RPC 관계자는 “쌀 시장에 나가면 이천, 진천 쌀과 비교할 때 음성 쌀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더욱이 경기도 추청과 가격도 비슷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고품질 쌀을 브랜드화하는데 군과 현재 협의 중이고, 홍보하면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고 했다.한편, 음성지역 미곡처리장인 생극의 우농RPC와 삼성의 햇빛농산이 쌀 산업 침체로 사실상 폐업하거나 특정 지역 벼만 수매하면서 이 지역 올해 수매는 통합RPC로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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