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강 탐사
날 오라 해놓고
내 이름조차 모르는 당신!
그래도 나는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산을 안고 뿌리를 내렸습니다.
사름파리 돌무더기에 푸른 치마폭을 펴고.
꽃과 꿀을 준비 하였습니다.
당신의 행복을 위해
가시를 세워 울타리가 되려 했습니다.
내 어린 것들을 무참히 베어 가도
당신을 위한 땔감이라 눈물 흘리지 않았습니다.
온 산을 다 점령 하겠다 욕을 하여도
난 결코 당신을 미워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병든 나를 모른체하여도
난 당신을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먼 고향의 새소리, 풀냄새가 하 그리워
잎이 짜 글어 노랗게 시들뿐입니다.
8월 10일.(화요일) 맑음 .
지난 밤 12시와 새벽 2시에 물속 생명체들의 모습을 랜턴을 켜고 살펴보았다. 전에는 돌마다 까맣게 달라붙었던 올갱이(다슬기)가 몇 발을 옮겨야 겨우 한 마리씩 보이고, 이곳 역시 피라미가 많이 보이고 새코미구리. 돌고기. 동사리 등이 더러 보였다.
투망을 던져보았는데 잡히는 것 역시 별로 다르지 않았다. 새벽 3시가 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래도 식지 않는 모래 바닥의 열기와 극성스런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다.
이화백이 아침 식사준비 하는 것을 보고 옥우 씨를 데리고 오니 10시가 다되었다. 차를 타고 청천면 후평리로 이동하였다.
지점5. 후영야영장 하류 양수장/맑음.
수위의 차이가 심해서 그럴까? 물이 넓고 깊어서 먹이를 잡기가 어려워 살 수 없나? 확실치 않는 질문을 주고받았다. 얕은 곳에는 우렁이와 올갱이가 많았다.
상류부터 대부분 아카시 나무들이 잎이 누렇게 떡잎이 되어 떨어지고 고사목이 되어 가고 있었다. 박 교수에게 물어보니 혹 파리로 인한 피해 때문이라고 하였다.
양봉을 하는 이들이 꿀 농사를 망쳤다 하여도 귓가로 들었더니 한 이년 전부터 발병이 되었다고 한다. 언제는 사방사업용으로, 땔감으로, 밀원식물로 좋다고 외국에서 들여와서 잘 써먹을 일은 생각 않고 이제는 외래종이 온 산을 다 잡아 먹겠다고 불평을 하였는데……
처음 프랑스에 가서 TGV 열차를 타고 밤에 파리 역에 내리는 순간 수많은 인파를 보고 깜작 놀랐었다. 이곳이 유럽이고 프랑스고 파리인가? 당연히 백인들이 살 거란 내 좁은 선입견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흑인, 아랍인, 유태인, 동양인, 그리고 백인. 형형색색의 차림과 피부색.
프랑스의 출산율이 자꾸만 줄어든다고 하더니……
이웃나라 독일도 게르만 민족이 자꾸만 줄어든다고 하였다.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도 많이 낳기 싫어하고, 하나도 안 낳는 사람이 늘어가고 우리 고아들은 외국으로 보내면서도 남에 자식은 안 키우려하고 하지 않는가.
아카시를 누가 가져 왔나?
황소개구리, 부르길, 베스를 외래종이라 미워하기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프랑스가 백인들만의 땅이 아니 듯, 우리의 산에 조선소나무만 살수 없듯, 이제 우리나라가 한민족만의 삶터가 아닐 것이란 생각을 하며 외사리로 돌아왔다.
지친 몸을 부추기며 늦은 저녁을 지어먹고 민박집 창 밖의 빗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