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김남균 취재1팀 기자

▲ 김남균 취재1팀 기자

청주시청 정문 옆 화단에 때 아닌 철제 울타리가 설치됐다. 지난 5일 시는 시청 정문 옆에 설치된 노조의 비닐 천막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뒤이어 노조의 농성장으로 사용된 공간을 포함해 철제 울타리를 설치했다. 한마디로 울타리는 ‘농성방해용 공작물’인 셈이다.

하지만 노조 농성을 울타리로 막아보겠다는 시의 야심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노인병원 노조는 농성장대신 인도에 돗자리를 깔고 노숙으로 전환했다. 노조는 24시간 집회신고를 한 터여서 이를 막을 방도도 없다.

밤이 되자 시청 앞에는 ‘불통’이 등장했다. 농성자들은 불통위에 숯불을 피워 추위도 달래고 국을 데워 저녁을 먹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불통은 묘하게 또 다른 ‘불통’을 연상시켰다.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 ‘행정력의 불통’이다.

노인병원 사태는 짧게 잡아도 2년여 동안 진행된 해묵은 갈등이다. 시가 이 기간 보여준 모습은 무능이었다. 갈등의 실타래를 풀기는커녕 꼬이기만 했다. 이 과정에서 시는 책임회피에 급급했다. 시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며 책임을 노조와 병원 수탁자에게 넘겼다.

시간이 흐르고 노조의 시청앞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의 피로감도 더했다. 오랜 간병에 효자 없다고 시민들의 감정이 악하된 틈을 타 청주시는 현재 모든 책임을 노조에게 돌린다.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고 불법행동에 엄정 대처하겠다는 청주시의 강경대응 이면에는 바로 청주시의 무책임을 감추기 위한 탈출전략이 숨어있다.

돌이켜보면 청주시노인병원의 핵심 문제는 노사 문제가 아니었다. 시민의 혈세 200억원 가까이 투입된 청주시의 공공시설이 목적한 용도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파행 운영되는 것이 핵심이었다. 병원 폐원 당시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놀랍게도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병원이었다.

여파는 컸다. 전 병원장은 노인병원에서 구입한 약품을 다른 병원으로 빼돌렸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법인이었다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지만 개인사업자여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운영하는 빵집의 빵을 옆집에 그냥 주었다고 죄가 되지 않는 논리다”라고 말했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청주시가 법률을 무시한데서 비롯됐다. 현재 사태를 야기한 전 수탁자는 수탁자격이 없었다. 청주시 조례에 의하면 수탁자의 자격은 법인이거나 내과, 신경과 등의 전문의 자격을 갖춘 의사였다. 하지만 전 수탁자 한수한 원장은 해당 자격을 갖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청주시는 이 문제에 눈을 감았다.

돌아보면 노사 문제가 아니었어도 노인병원 사태는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청주시는 이런 부분은 말하지 않고 노사 문제인 것처럼 시선을 유도한다.

청주시에 추천할 곳이 하나 있다. 이웃한 충주시청이나 음성군청을 가보라. 이곳에는 담장도 없고 정문도 없다. 넓게 개방됐지만 더 없이 평화롭다. 청주시가 설치한 울타리로는 노조의 농성을 막을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 문제의 근원을 살피고 소통을 가로막는 울타리를 철거할 때만이 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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