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홍강희 편집위원

▲ 홍강희 편집위원

대학간 통합은 필요성이 입증되면 해야 된다. 대신 절차와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가 성패를 가름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시끄러운 충북대와 한국교통대 증평캠퍼스 통합, 충북대와 충북도립대간의 통합은 정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해당 대학은 구성원간 반목과 갈등으로 쑥대밭이 돼도 좋다는 식의 태도는 덩치 큰 국립대와 교육부의 오만으로 비친다.

충북대와 교통대 증평캠퍼스 통합 논란을 들여다보자. 충북대는 교통대 증평캠퍼스와 살림을 합치자고 하고, 증평캠퍼스도 가겠다고 한다. 그러나 교통대 본부는 증평캠퍼스를 절대 내줄 수 없다고 한다. 이 대목은 충북대가 증평캠퍼스를 강압적으로 가져가겠다고 우기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합의가 안됐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교통대 증평캠퍼스가 정말 필요했다면 충북대는 정정당당하게 교통대 본부와 통합 논의를 시작했어야 했다. 이 논의는 교통대 총장도 모르게 진행됐다고 한다. 충북대는 총장을 제치고 증평캠퍼스 몇 몇 교수들과 통합을 진행했고, 이를 뒤늦게 안 교통대 총장은 분개해 절대 통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일 총장 대 총장이 공식적으로 논의했다면 지금처럼 지역사회를 혼란스럽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통합 필요성이 있었으면 성사됐을 것이고, 없었으면 결렬됐을 것이다.

그리고 통합이 설사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통합은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에 한, 두 명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 총장들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구성원들이 찬성해야 하는 문제이다. 양 대학 구성원들이 필요성을 인정하고, 통합 후 어떤 비전을 가지고 대학을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충북대와 교통대 증평캠퍼스의 통합 논의에는 가장 중요한 이것이 생략됐다. 그래서 이 문제는 한 쪽만 이익을 취하는 흡수통합 시도로 보인다. 이익을 취하려는 쪽은 물론 충북대이다.

더욱이 충북대는 충북도립대까지 통합하려는 계획을 드러냈다. 그것도 총장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게 아니고 증평군의회와 있었던 간담회 자리에서 나왔다. 충북대는 이번에도 도립대 측과는 공식적인 논의 한 번 하지 않았다. 교육부의 ‘1道 1국립대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역내 국공립대학 통합을 추진한다는 게 충북대 계획이라고 한다.

그럼 교통대 증평캠퍼스 통합도 이런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교통대 본교도 통합 대상이 될 것이다. 통합 논란으로 충북 지역사회가 혼란에 빠져 있어도 교육부가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이유가 이 것인가. 교육부와 충북대, 둘 다 당당하지 못하다.

윤여표 충북대총장은 이로 인한 궁금증을 즉각 풀어주어야 한다. 윤 총장은 충북대교수회가 하는 일이라서 모른다고 했다고 한다. 우습다. 대학간 통합을 주도하는 교수회를 이 때까지 본 적이 없다. 대학의 자치적인 심의기구인 교수회가 뭐가 몸달아 대학간 통합에 나선다는 말인가.

윤 총장은 교통대 전체와 도립대까지 통합하려는 계획이 사실인지, 그 이후에는 또 어떤 대학을 통합할 것인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교통대 증평캠퍼스를 툭 건드려놓고 불길이 삽시간 지역사회로 번지자 뒷짐지고 모른척 하는 태도는 비겁하다. 도민들은 교통대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와 교육부 앞 1인시위를 얼마나 더 바라봐야 하는가. 윤 총장은 차제에 모든 것을 속시원히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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