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전 시장, 행사장 열심히 참석···한 전 시장, 참석 줄이자 ‘역풍’
이기용 전 교육감, 非 교육 행사까지 휩쓸고 다니며 교육계 정치화

자치단체장 행사장순례 뒤집어보기
인구에 회자된 역대 기관·단체장

 

행사참석에 관한 한 몇 명의 기관·단체장 이름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청주시장 중에서는 남상우 전 시장, 한범덕 전 시장, 이승훈 현 시장에 관한 얘기가 거론되고 기관장 중에서는 이기용 전 충북교육감이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다.

역대 시장 중 행사참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사람은 남상우 전 시장이다. 충북시장군수협의회가 행사참석 기준을 만들자며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 바 있다. 협의회는 지난 2009년 한 해 동안 청주시장 904건, 제천시장 625건, 음성군수 574건, 진천군수 375건의 각종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남 전 시장은 지난 2006~2010년 청주시장을 역임했다. 청주시가 아무리 다른 기초지자체보다 일이 많고 큰 도시라고 해도 남 전 시장의 행사참석은 다른 시장·군수보다 월등히 많다. 그는 재임 기간 중 “시민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간다”며 행사참석을 무엇보다 중히 여겼다.

그러나 이후 취임한 한범덕 전 시장은 남 전 시장과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달랐다. 그는 형식을 싫어하고 행사참석을 줄여 오히려 임기 내내 ‘시장은 어디서 뭐하는 거냐’ ‘시장을 볼 수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후반에는 초반보다 행사장에 더 다녔으나 초반에 굳어진 이미지가 오래 갔다. 그는 형식적인 축사 폐지도 시도했다. 이것이 첫 해에는 지켜졌으나 축사 한 마디 하려고 오는 다른 기관의 기관장들이 달가워하지 않아 원점으로 복귀됐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형식 파괴가 신선하다는 반응들이 있었으나 다른 기관·단체장들이 협조하지 않아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국정감사장까지 오른 이기용 전 교육감

이승훈 현 시장은 부창부수로 부인과 함께 행사장 열심히 다닌다고 소문이 났다. 특히 부인인 천혜숙 청주대 경제학과 교수가 역대 어떤 시장 부인들보다 행사 참석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천 교수는 이승훈 시장이 지난 2012년 총선 출마로 정치에 첫 발을 들여놓았을 때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2014년 시장 출마를 했을 때 본격적인 운동에 매달렸다. 청주시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에 참석해 명함을 돌리자 열혈운동가로 이름이 난 것.

그는 이 시장 당선후에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는 게 주변 사람들 말이다. 그러다 급기야 지난해 5월 30일에는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전국청소년토론축제에서 이 시장 대신 참석해 축사를 하는 바람에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자 더민주당충북도당은 “이는 자신을 시장급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단체장이 불참하면 축사 대행은 부단체장이나 국·과장 몫이다. 시장 부인은 시장이 아니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실제 시장 부인이 축사를 한 것은 부적절 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편 행사장 순례를 열심히 한 기관장으로는 이기용 전 교육감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전 교육감은 지난 2013~2014년 도지사 출마를 염두해두고 非 교육행사까지 휩쓸고 다녀 눈총을 받았다. 이 문제는 2013년 도교육청 국감장에도 등장했다. 김태년 의원(더민주당)은 “이기용 교육감이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정치적 행보를 하고 있다. 2013년 교육감 외부 행사 참석 현황을 분석해보니 교육과 무관한 행사 참석이 57건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지난 2013년 9월까지 교육과 상관없는 지역 단체장 이·취임식만 13번 참석했고, 지역단위 축제나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정치인도 이 교육감의 일정처럼 소화하기 힘들다. 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든지 불출마를 선언하든지 거취를 밝히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이 전 교육감은 교육만 생각하고 있다고 거짓 해명을 했다.

아울러 그는 교육감 사퇴도 하지 않은 채 새누리당 청주상당 당원협의회가 주최한 2014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사진을 찍어 다시 한 번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도교육청은 당시 정치적인 교육감 때문에 교육장이 행사장에 가서 ‘교육감 대신 왔다’는 말을 전하는가 하면 충북도에서 부단체장이 대신 참석하면 교육감을 먼저 소개해 달라는 떼를 써 웃음거리가 됐다. 이 전 교육감은 행사장에 갈 때 간부 10여명을 대동하고 다니며 세를 과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충북시장군수협이 만든 행사참석 기준안 ‘유야무야’
경북 칠곡군, 사회단체 회장단 불러 군수행사 참석 축소 설명회 열어

한 때 단체장 행사 기준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민선5기 들어 충북시장군수협의회(회장 한범덕 시장)는 취임하던 해인 지난 2010년 12월 단체장들의 행사 참석 기준을 정해 꼭 필요한 것만 가자고 합의했다. 민선시대들어 기관 및 단체들의 과도한 요구로 업무가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충북시장군수협의회는 도내 시장·군수들의 협의체로 청주시장이 회장을 맡아 왔다.

여기서 정한 참석 행사는 국경일, 법정기념일, 전국단위 대규모 문화예술체육행사, 도·시·군단위 주요기관 단체장 이·취임식, 기공·준공식, 개청식, 시무식 등이었다. 시·군의 단위기관이 주관하는 행사는 부시장이나 부군수가, 시군이나 단체 주관의 행사는 실국과장, 읍·면·동 단위 행사는 원칙적으로 읍·면·동장이 참석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빛을 보지 못했다. 모두 찬성해야 통과 되는데 일부가 반대하면서 실행되지 못한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경남 창원시와 충남 서산시, 경북 포항시와 영천시는 단체장의 전시성 행사참석을 줄이고 행사장 내빈석을 없애는 등 겉치레 의전을 줄이자는 여론이 있었고 일부 시행하고 있다. 그 중 경북 칠곡군은 설명회까지 열었다. 칠곡군은 지난해 5월 단체장의 권위적 행사를 주민참여형 행사로 전환하자며 여러 가지를 바꿨다. 지난해 5월 26일 칠곡군은 사회단체 회장단이 모인 가운데 의전간소화 설명회를 가졌다. 여기서 군수 행사 참석을 30% 줄이고 행사참석 범위를 정했다.

참석 행사는 국경일, 법정기념일, 전국 및 군단위 대규모 행사, 업무협약 및 정책간담회 등 정책추진과 관련된 행사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부군수, 국장, 과장, 읍면장이 분담해 참석한다는 것이다. 백선기 군수는 이와 관련해 “형식과 거품을 뺀 행사를 추진해서 군민이 중심되는 칠곡군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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