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당원 자격정지로 공천 배제 결정···더민주당충북도당 위원장직도 박탈
‘시집 강매’사건 후 주변 불출마 충고 거절···"출마 봉쇄 너무 가혹" 항의 여론도

더민주당 노영민 국회의원(58·청주 흥덕을)이 총선 출마를 접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더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시집 강매 파문을 일으킨 노 의원에게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는 공천배제대상에 해당되는 형이다. 노 의원은 지난해 의원 사무실에 카드단말기를 놓고 상임위인 산자위 산하기관에 시집을 강매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 노영민 의원

이 문제가 터졌을 때 노 의원실은 “사무실에서 출판사의 카드 단말기로 책을 산 기관이 한 군데 있었는데 반환조치 했다. 노 의원은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자 노 의원은 대국민사과 성명을 내고 산업통상자원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국민들에게는 국회의원직을 이용해 시집 강매를 한 나쁜 의원으로 각인됐다. 이 때문에 청주지역에서는 노 의원이 공천을 못 받거나, 받더라도 당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자진해서 깨끗하게 불출마를 선언한 뒤 다음 선거를 준비하라고 충고했으나 듣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윤리심판원 관계자는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엄중하고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당사자들은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으나 국민들이 국회의원에 대해 높은 윤리의식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상식과 눈높이, 윤리성을 기준으로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윤리심판원은 이 날 4시간30분에 걸친 토론 끝에 표결없이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더민주당 당헌당규상 징계는 제명-당원자격정지-당직자격정지-당직직위해제-경고 등 5단계로 돼있다. 당원자격정지는 꽤 높은 징계에 해당된다는 분석이다. 해당 의원들은 1주일 이내에 재심 신청을 할 수 있다.
 

노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표 비서실장을 하는 등 문 대표 최측근으로 꼽혔다. 문 대표는 노영민·신기남 의원이 징계를 당한 후 ‘안타깝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문 대표의 측근이거나 범친노 중진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읍참마속(泣斬馬謖)’을 단행, 흔들리는 당의 기강을 바로 잡으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 의원은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배지를 달고 당선됐다. 이후 열린우리당 원내대변인, 민주당 대변인·원내 수석부대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해외자원개발국정조사특위 위원장, 더민주당충북도당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해외자원개발특위 위원장일 때는 이명박 정권의 자원개발 문제점을 들춰내고 이 전 대통령을 청문회에 세운다는 계획이었으나 여당의 비협조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돌연 자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노 의원은 25일 윤리심판원이 6개월 당원 자격정지를 결정한 순간 당원이 아니다. 충북도당위원장 자격도 자연스레 박탈된다. 결과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할지 여부는 아직 모른다. 노 의원은 현재 서울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향후 문제를 숙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당도당 관계자는 “충북도내 국회의원과 지역위 운영위원장, 광역단체장 등이 참여하는 회의에서 향후 도당 위원장 문제를 어떻게 할지 협의한 뒤 중앙당에 올리면 중앙당에서 인준을 받는다. 1주일 내에 마무리 될 것이다. 도당은 현재 일시적 업무중지 상태이나 통상적인 업무는 그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 의원이 입장을 정리해야 흥덕을 후보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더민주당도당은 27일 "노 의원의 잘못에 비해 징계수위가 높다는 데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출마 자체를 봉쇄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노 의원이 총선에 출마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 우리는 노 의원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오제세(청주 흥덕갑)·변재일(청주 청원) 의원은 노 의원 여파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같은 당 인데다 4선 고지를 넘어야 하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있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 반면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은 흥덕을 터줏대감이 물러날 위기에 처하자 당내 공천권을 따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 도종환 의원

뜻하지 않은 만남, 예기치 않은 변화
도종환 의원 비례대표로 이끈 노 의원, 지역구 물려줄까

 

노영민 의원이 출마를 못 할 경우 도종환 의원(비례대표)의 출마가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도 의원의 지역구가 마침 개신동이라 노 의원의 지역구인 흥덕을과 일치한다. 이 지역구 더민주당 쪽에서는 이미 정균영( ) 정책위부의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뛰고 있다. 정균영 씨는 청주·청원통합운동 등을 했고 더민주당 중앙당에서 정책위부의장으로 일했다. 그는 ‘포스트 노영민’을 노리고 준비해 왔다. 따라서 이것이 현실화되면 도 의원과 정 후보간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만일 도 의원이 출마한다면 노 의원과 인연이 새삼 화제에 오를 전망이다. 도 의원은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지역구 공천심사위원으로 들어가면서 처음 정치권과 손을 잡았다. 이후 비례대표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이 됐다. 당시 도 의원은 “한명숙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을 하라고 해서 못한다고 했더니 다른 최고위원이 지역구 공천심사위원장을 하라고 했다. 그것도 못한다고 했더니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고 해서 고민 끝에 공천심사위원을 하게 됐다. 비례대표는 생각도 안 했는데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에서 이름을 올렸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심사위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런데 당초 최고위에서 서울지검 특수부장 출신의 변호사를 비례 16번으로 올린 것. 그러자 당무위에서 검찰출신 인사가 너무 많다며 반대했다는 것이다. 이 때 노영민 의원이 반대토론자로 나서 도종환 의원을 적극 추천했고 이윽고 표결로 발전해 도 의원이 압도적 지지를 받아 공천을 받게 됐다.
 

도 의원은 처음에 한명숙 전 대표 제안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 노 의원의 추천으로 비례대표 의원이 됐다. 그런데 정치판에서는 친구도 동지도 없다고, 도 의원은 이제 노 의원을 넘어야 할 입장이 됐다. 물론 도 의원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4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예기치 않은 모습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도 의원은 당내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위원장을 맡아 국정화저지 반대에 앞장섰고, 지난해 12월 17일 ‘역사교과서용 도서의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그가 대표 발의한 문학진흥법이 통과돼 문화예술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문학분야가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15일에는 더민주당 대변인으로 임명돼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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