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평이···기획감사, 단순질문, 지역구 챙기기, 무조건 질타 ‘문제’
“상시 공부하면서 행정감사 준비 모임 필요, 의원연찬회 별 도움 안돼”

지방의원들의 1년 농사는 행정사무감사로 귀결된다. 지방의회의 가장 큰 역할은 집행부 견제와 감시이기 때문에 행정사무감사는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린다. 한 해가 마무리되는 매년 11~12월은 지자체 행정사무감사 시기이다. 충북도의회는 지난 11월 13일~24일, 청주시의회는 11월 24일~12월 1일까지 열렸다. 양 의회 의원들은 너도 나도 지적사항을 쏟아냈고, 더러는 칭찬도 했다. 매년 하는 연례행사이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자세히 보면 따져볼 일이 많다.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이하 행정감사)는 1주일 정도 이어진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집행부 공무원들이 감사장에 들어간다. 답변은 실·국장들이 하지만 과장, 팀장, 팀원까지 자료를 들고 줄줄이 참석한다. 이들은 혹시나 국장이 답변을 못하면 자료를 갖다 주려고 대기하는 ‘대기조’들이다. 대기조들 중에는 꾸벅꾸벅 졸거나 슬쩍 슬쩍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공무원들도 있다.

이 시간이 1년 동안의 행정을 뒤돌아보는 기회가 된다면 유익하겠지만 과연 그럴까?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감사장에 몇 십명씩 대기하는 것조차 행정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해 감사도 일부 몇 몇 의원들이 날카로운 질의를 했을 뿐 대부분은 평이해서 이슈가 되지 않았다. 충북도의회나 청주시의회 모두 크게 쟁점이 될 만한 사안이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그동안 언론에 오르내렸던 문제들을 집중 질타했을 뿐 새로운 문제를 발굴해 개선하는 노력은 부족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의원들은 행정감사의 질적 수준을 크게 높여야 하는 사명을 안고 있다.
 

▲ 올해 충북도의회 행정감사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더 분발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사진은 정책복지위원회의 여성정책관실 감사 장면.

충북참여연대 행정감사 모니터단 운영 책임자인 김혜란 생활자치팀장은 “도의회 행정감사 모니터를 해보니 의원들의 열정을 발견할 수 없었다. 소수 몇 명을 빼고는 습관적으로 질의하고 넘어가는 식이다. 사업의 내용을 묻는 단순한 질의, 자신의 지역구 사업 잘 해달라고 부탁하는 질문의, 핵심 없는 하나마나한 질의가 아직도 많다. 질의도 명쾌하게 해야 하는데 어떤 의원들은 무엇을 묻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장황했다”고 말했다.
 

한 모니터요원은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의 행정국 감사 중 가장 뜨거운 이슈는 도의회 독립청사 건립에 관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새누리당 거의 모든 의원들이 연구용역 결과를 왜곡했다며 도 행정국장과 용역을 했던 충북발전연구원장을 몰아붙였다. 끝내 원장에게서는 사과, 행정국장에게서는 시시비비를 가려 잘못한 사람을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물론 잘못이 있으면 지적을 해야 하지만, 이건 도의회 새누리당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기획한 질의처럼 보였다. 도민의 삶의 질 향상보다는 기관간 일어난 일에 더 관심을 갖는 게 좀 우스워 보였다”고 정곡을 찔렀다.
 

실제 이렇게 여러 명의 의원들이 한 사안에 달려들어 질의를 퍼부은 적은 없었다. 정 필요하다면 도·도의회·발전연구원 3개 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할 것이지 이를 행정감사장에서 장황하게 따지고 묻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게 도민들의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정작 물어보고 점검해야 할 일은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
 

“일부 전문위원실에서 대신 써 줘”
 

또 다른 모니터요원은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가 도를 넘었다. 그 중 음성출신 최병윤 의원과 괴산출신 임회무 의원이 특히 심했다. 음성지역구 의원은 음성지역 사업에 왜 예산을 안 세웠느냐며 어려우면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까지 했다. 또 괴산지역구 의원은 괴산유기농엑스포 유공 공무원 특별승진을 부탁했고 괴산군민 중 체육회 임원이 왜 없느냐고 따졌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청주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질타들이 쏟아졌다. 올해 흔들리는 시정의 대표적인 사안 중 하나는 CI 관련 논란이었다. 그런데 시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은 시민과 야당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CI관련 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렇게까지 한 의원들이 정작 행정감사 때는 집행부를 집중 추궁했다. 황영호 의원은 “담당 부서장이 언론에 브리핑한 것을 하루 만에 시장이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 혼선을 빚으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CI를 둘러싼 모든 논란과 혼란은 결국 집행부 책임이다”고 비판했다.
 

이완복 의원도 “공표 전 사용해서는 안 되는 CI를 시 집행부 멋대로 청원생명축제와 국제공예비엔날레 때 사용하고, 사용해야 할 시정계획서에는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시민들은 이승훈 시장이 같은 당이라고 무조건 감싸던 의원들이 이제와서 잘못된 시정을 비판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충북도의회나 청주시의회에는 초선의원들이 많다. 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행정감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 차원에서 행정감사를 잘 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초청강연회 같은 것을 열지 않는다. 의원들끼리 연구모임도 없다. 오로지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피감기관인 집행부는 몇 십년씩 행정에 종사하고 있다. 따라서 정곡을 찌르기가 쉬운 건 아니다.
 

모 청주시의원은 “정책입안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심도있는 질문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몇 개월 전부터 무슨 질문을 할 것인가 준비하고 자료를 모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의원들이 몇 명이나 될까 회의적”이라며 “의회에서 1년에 한 번 연찬회 열어야 도움이 안된다. 상시 공부하면서 행정감사 준비를 할 수 있는 모임이 정말 필요하다. 초선의원은 잘 몰라서, 재선의원은 집행부와 관계를 고려해 날카로운 질문들이 나오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더욱이 광역의회나 기초의회를 막론하고 일부 전문위원실에서는 의원들에게 질문지를 대신 써준다는 말들이 있다. 전부터 이런 말이 있어 왔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모 의원은 “도민들이 알면 놀랄 일인데, 일부 의원들은 써준 것을 읽는다”고 털어놓았다. 
 

행정감사장에서 반복되는 민망한 광경, 올해도 예외없어
 

행정사무감사는 의회가 집행부를 감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집행부 평가가 이뤄진다. 하지만 집행부를 질타하는 의원들의 평가도 동시에 이뤄진다. 의원들의 질문 수준을 보면 의정활동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 그런데 매년 하는 감사를 성의없이 치르는 의원들이 예상외로 많다. 행정감사 모니터요원들이 지적하는 ‘꼴불견 7가지’를 정리해본다.

1. 전년도 지적한 사항 또 지적···감사 때 지적한 사항은 평소 체크해야지. 지적된 게 잘 개선됐는지를 꼭 감사장에서 확인해야 하나?

2. 행정감사장에서 자료요구···감사는 이미 시작됐는데 그제서야 자료요구. 혹시 다른 때 쓰려고 확보하는 건가?

3. 자기 지역구 챙기기···특히 도의원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 자신의 지역구 관련 사업에 예산 배정이 왜 안됐는지 추궁하는 건 보기 민망. 심지어 예산 세우는데 어려움이 있으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하는 의원도 있음.

4. 질문지 누가 대신 써줬는지 더듬더듬··간혹 질문 내용을 파악조차 못하고 질문지를 더듬더듬 읽는 의원들이 있어 경악. 아직도 전문위원실에서 질문 거리를 써준다는 말이 있는데 이를 증명하듯 써온 것을 읽는 의원들 있음. 의원은 아무나 하나?

5. 평소에는 집행부 편, 감사 때는 호되게 지적···청주시의회 새누리당은 똘똘뭉쳐 집행부 CI 조례안을 통과시키더니 행정감사 때는 집행부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 그럼 조례안은 왜 통과시켰나?

6. 감사하는 게 아니라 궁금한 것 묻기···행정감사장을 평소 궁금했던 것 묻는 회의 정도로 생각. 000사업은 예산이 얼마 들어가나, 000사업 내용은 뭐냐는 식으로 질의.

7. 격려성 발언 과다···감사하는 게 아니라 ‘000을 잘해달라’고 부탁. 혹시 그 사업과 특별한 연관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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