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억원 시비 투입 불구 투자유치 등 주민 체감효과 미미

제천시가 충북을 대표하는 엑스포로 육성 중인 ‘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가 올해로 5회째 열었지만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경제 활성화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0년 한방 바이오도시 제천을 전 세계에 알리고 한방 바이오산업의 중심으로 육성하기 위해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가 열렸다. 이후 한방바이오박람회로 명칭을 바꿔 매년 열리고 있는 이 행사에는 해마다 약 10억 원의 시비가 투입되고 있다.

▲ 지난 9월 12일부터 17일까지 제천에서 열린 한방바이오박람회 광경. 시가 매년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실제 지역주민이 체감하는 경제 활성화 정도는 극히 미미하다는 평이다. 관람객조차 많지 않아 행사장 안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제천시는 지난 9월 개최된 5회 한방바이오박람회에 세계 22개국 바이어들이 찾아왔다고 밝혔다. 행사 기간 동안 우리 기업들과 845만불 규모의 수출상담이 이뤄졌고, 그중 Sin Ki Conceptual World(홍콩)과 ㈜아리바이오, Meitian Biotechnology(대만)와 ㈜원일바이오 간에는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며 성과를 과시했다.

시 보도자료에는 현대홈쇼핑, 쿠팡, 농협하나로마트 등 국내 대형 유통기업 바이어들과 비즈니스 미팅도 개최돼 지역 한방기업들과 상담한 부분도 비중있게 소개됐다. 약초만을 판매하는 약령시장을 구성해 백수오 사건으로 훼손된 제천약초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전국 관람객들에게 제천산 약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도 됐다는 것이 제천시의 자평이다.

그러나 행사 기간 동안 박람회장은 일부 인기 이벤트장을 제외하고는 관람객이 많지 않았고, 바이어들을 위한 상담 코너에도 기업체 관계자 등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행사가 끝난 지 한 달이 경과됐지만, 엑스포 때 체결한 MOU를 계약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한 시 차원의 구체적 노력이나 성과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약 10억 가까운 수출상담이 실제 계약으로 연결된 실적 또한 단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천시가 매년 적지 않은 예산을 엑스포에 쏟아 붓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시민 다수의 여론이다.

제천시의회 A의원은 “현재 제천시의 1년 예산은 특별회계 포함 약 6300억 원인데, 그 중 가용예산은 약 350여억 원에 불과하다”며 “이처럼 시 살림이 빠듯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성과도 미미한 한방바이오박람회에 매년 10억 원씩(가용예산 대비 2.8%)을 투입하는 것은 시 재정 건전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걱정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는 짭짤한 입장수익을 올린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 충주 국제무술축제, 괴산 세계유기농엑스포 등과 달리 별다른 수익구조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시민 다수는 한방바이오박람회를 시가 주도하기보다는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국가기관이 주최·주관해 엑스포 위상을 격상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대신 제천의 풍부한 관광자원과 연계한 보다 직접적이고 성과 중심적인 축제와 행사를 육성해야 한다는 게 지역 여론이다.

크라운해태그룹이 제천에서 개최 예정인 국제BMX(묘기용 미니자전거)대회가 그 좋은 사례로 꼽힌다.

이 대회는 10월 17일 제천시 의림지 일원에서 열린다. 현재 제천지역 숙박업소들은 이 대회 참석을 위한 동호인과 관람객들의 예약 전화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미 청풍호 국민연금리조트에는 약 50개의 룸이 예약을 마친 상태고 ES리조트를 비롯한 중고가 숙박시설도 방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예약이 잇따르고 있다.

대도시 지역에서는 1회 레슨 비용만 8만 원에 달할 정도로 두꺼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BMX 레저 시장을 제천시가 선점할 경우 관광산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경제유발효과가 어느 정도에 달할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보기 좋은 광경이다.

그러나 크라운해태그룹과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한방바이오박람회에 10억 원을 쏟아부은 제천시가 지금까지 제천국제BMX대회에 지원한 것이라곤 고작 유지보수에 필요한 장비 대여에 불과하다.

제천시 관계자는 “현재 시 재정형편으로는 BMX대회에 예산을 배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시로서는 관련 장비를 대여해 주는 정도의 성의는 표했다”고 말했다.

매년 10억 원씩을 한방바이오박람회에 투입하고 있는 제천시가 이미 숙박업과 외식업, 관광산업에 뚜렷한 활성화 효과를 보이고 있는 BMX대회에는 예산이 부족해 재정을 지원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 제천시는 일용직 비정규직조차 채용이 녹록치 않을 만큼 예산 사정이 어렵다. 결국 선후경중을 고려한 전략적 예산운용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화려한 이벤트와 홍보 소재가 넘치는 대형 엑스포 지원에 중점을 둘 것인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직접효과가 있는 보다 경제적인 행사를 발굴 지원할 것인가? 주민들의 답변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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