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간 조정 작업…갈등의 구조와 영향분석 지도 그려
시 갈등관리시스템 도입한 첫 사례…중재안대로 진행돼

갈등사회, 해법을 찾아서
충북에서 벌어지는 갈등 돌아보기
갈등조정단 역할은 무엇인가
빅데이터로 본 ‘청주시 CI’논란①
빅데이터로 본 ‘청주시 CI’논란②
갈등해결 위한 대안 찾기

녹색청주협의회 갈등조정단은 지웰시티 3차 아파트 건립에 대한 조정 보고서를 지난 7월 제출했다. 갈등조정단의 최종 의견은 “원래의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라”는 안이었다. 지웰3차 부지와 공공청사 부지의 맞교환 방침은 사실상 철회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갈등조정단이 (주)신영대농개발의 손을 들어줬다는 비판도 나왔다. 갈등조정단을 이끌고 있는 이두영 충북사회경제연구원장을 만나 갈등조정에 대한 과정을 들어봤다.

▲ 대농지구는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충돌하는 지역이다. (주)신영대농지구는 3차 부지(8276m²)에 예정대로 고층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대농지구 및 청주산단 갈등문제 조정방안은 녹색청주협의회 갈등조정단이 처음으로 활동해서 보고서를 낸 사례다. /사진=육성준 기자

이두영 원장은 “언론에 과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처음엔 언론의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대농지구 일대는 이해관계에 있어 세력화된 집단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현재는 중재안대로 전개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 청주시로부터 대농지구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아 문제를 해결한 건 아니다. 갈등사안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먼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갈등을 구조화하고 영향분석을 해나갔다. 지난 3월 요청을 받아 7월까지 조정을 거쳤다”라고 덧붙였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문제 풀다

 

대농지구는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충돌하는 지역이다. 녹색청주협의회 갈등조정단은 크게 △SK하이닉스 및 청주산업단지 배출물질 및 소음 등에 갈등 △랜드마크 시설 부지에 지웰시티 3차 아파트 건설에 대한 갈등 △랜드마크 시설에 대한 입장차이로 인한 갈등 △청주산단 배출물질 관리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 대농지구 지구단위 계획 현황도

이 원장은 “대농지구는 원래 용도변경을 할 때 시차를 두고 진행된 게 아니었다. 공업지역-준주거지역-주거지역-상업지역의 순서를 밟아야 하는 데 공업지역에서 갑자기 상업지역으로 뛰어버렸다. 그러다보니 주거지역과 공업지역의 충돌이 일어났고, 배출물질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커져버렸다. 처음부터 대농지구 개발을 할 때 이러한 예상 문제들을 고려하고 진행했어야 하는 데 청주시의 중재과정이 부재했던 게 안타깝다”라고 설명했다.

언론의 반응도 시기별로 차이가 났다. 처음에는 SK하이닉스와 지웰시티 1차 주민들의 갈등이 크게 보도됐다. 공장에서 내뿜는 소음, 수증기 등에 대한 주민 민원이 제기되면서 소위 SK하이닉스 비판기사가 많이 실렸다. 이후 청주시가 대토방안, 공공용지 맞교환 얘기가 나왔을 때는 대토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보도를 했다.

이 원장은 “원점으로 돌아가 문제를 풀려고 했다. 이해관계를 적시하고, 갈등문제를 이해해야 한다. 만약에 대토를 했다면 또 다른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지웰시티 2차 주민들이 반대하고 인근 금호어울림 주민들도 조망권에 있어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물론 청주산단의 배출물질에 대해서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거버넌스 기구를 조직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공공용지 맞교환 왜 반대했나

 

갈등조정단은 보고서에서 “공공용지와 맞교환하는 방안은 지웰시티 3차에 대한 반대의견과 민원을 제기한 SK하이닉스 및 청주산단이 선호하고 있고, 신영대농개발이 적극 희망하며, 청주시가 적극 검토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이 이익갈등이기에 갈등당사자들의 합의해결이 우선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이나,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이 충족되거나 문제점이 해결되어야하기에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 근거로 △신영대농개발의 대농지구 개발에 대한 경영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검증이 되서 객관적인 신뢰가 확보되어야한다 △공공용지와 맞교환한 후 어떻게 무슨 용도로 활용할 것인지, 이해당사자들이 수용하고 대다수 시민들이 공감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어야한다 △ 공공용지와 맞교환할 경우 직·간접적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신영대농개발, SK하이닉스, 현대백화점, 락키호텔 등이 대다수 시민들이 만족하는 사회공헌사업이나 이익의 사회적 환원방안이 제시되어야한다 △랜드마크 시설에 대한 입장차이가 여전히 존재하고 향후 민·형사상의 다툼을 배재할 수 없는 만큼, 대농지구 이해당사자 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합의가 선행되어야한다 등을 제시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숙원사업이었던 초등학교 문제가 해결됐다. 초등학교 신설문제는 이해당사자 간 이견이 없고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으므로 신속히 추진하면 되게 됐다. 다만 중학교 신설문제는 충청북도교육청에서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 교통문제에 있어서는 청주시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합의했다.

 

(주)신영, 9월 말 사업승인신청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주)신영대농지구는 현재 3차 부지에 랜드마크를 짓는 다는 광고를 했고, 이에 대해 지웰시티 1차 주민들이 ‘과장광고 손해배상 소송’을 전개하는 등 금이 많이 가 있다. 최종 판결에서 법원이 (주)신영대농지구의 손을 들어줬다. 이 원장은 “지웰시티 1차, 2차 주민들의 입장이 물론 완벽하게 단일화 된 것은 아니다. 2차 아파트 주민들은 현재 입주예정자 협의회가 구성돼 있을 뿐, 대표자 회의가 구성되지 못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지웰시티 2차 주민들은 지웰3차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과 맞교환에 대해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신영대농지구는 지난 9월 24일 청주시에 3차 아파트 건설 사업승인신청을 했다. 법적인 보완사안이 없으면 60일 안에 승인여부가 결정 난다. 청주시 관계자는 “현재는 부서 간 협의 단계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농지구 및 청주산단 갈등문제 조정방안은 녹색청주협의회 갈등조정단이 처음으로 답을 낸 사례다. 이 원장은 “이번 안은 이해당사자들의 위치와 관계를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청주시는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갈등관리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농지구 및 청주산단의 갈등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지역사회와 시민환경단체들의 역할과 협력이 필요하다. 녹색청주협의회 갈등조정단은 필요한 역할과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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