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3㎡형 거래 56건 중 27건 가격 동일…기획부동산 개입 의혹
국토부, 분양권 거래내역 공개…전국 평균 상회, 실수요자에겐 ‘독’

국토교통부가 지난 9월 17일부터 아파트 분양권과 입주권, 오피스텔 실거래가를 공개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아파트와 단독주택에 한해서만 실거래가를 발표해 왔었다. 실거래가 공개는 기준가액보다 현저히 낮게 신고된 것이나 높게 신고된 것을 제외한 자료를 공개함으로써 일반적인 거래현황을 파악하고 주택 구입 시 시장가격을 알아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확대 공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분양권 매매가이다. 분양권 매매가는 최초 입주가 시작되기 전 부동산의 상승가치를 판단해 거래가가 책정된다는 점에서 현 시점 뿐 아니라 향후 기대심리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수치일 수 있다. 아파트 분양권 매매 동향을 통해 청주지역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전망을 들여다보았다.
 

▲ 사진설명-청주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전국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은 내년 9월 입주 예정인 율량지구 제일풍경채. 사진/육성준 기자

내년부터 시작되는 동남지구 내 아파트 공급을 앞두고 과잉 공급에 따른 우려가 높다. 하지만 국토부가 공개한 분양권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청주지역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분위기 속에 일부 아파트는 분양권 전매가가 획일적으로 형성돼 일명 ‘기획부동산’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개입은 결국 실수요자의 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해 철저한 단속이 요구된다.

현재 청주지역에서 입주를 앞두고 있는 아파트는 복대지구 두진하트리움과 율량지구 대원칸타빌 4차·제일풍경채, 호미지구 우미린1·2차 등이다. 이들 아파트는 높은 청약률을 나타내며 분양을 마쳤고, 현재 활발하게 전매가 이뤄지고 있다.

분양권 시장 활황…기대심리 반영

분양권이란 아파트 청약 당첨자가 입주할 수 있는 권리로, 입주전에 등기없이 분양 계약서를 사고파는 일이 소위 말하는 ‘분양권 전매’다. 분양권 전매가 활발하게 진행된다는 것은 부동산 경기가 긍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토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입주를 앞둔 청주지역 아파트에 대한 분양권 전매도 전국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에 나타나 있듯이 입주를 앞둔 청주지역 주요 아파트 5곳에서서 분양권 매매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매매 차익(프리미엄)은 최저 4.0%에서 최고 6.5%까지 형성되고 있다. 국토부 발표 내용을 토대로 분석하면 1건 거래 시 1000만~2000만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권의 경우 다운계약서 작성이 일반화돼 있어 이번에 국토부가 발표한 실거래가 데이터보다 프리미엄은 더 높은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많게는 수익의 50%까지 양도세로 내야 한다는 점과 등기 이전 절차가 없다는 분양권의 특성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까지 이어진 광풍은 잦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공개 자료는 물론 부동산중개업계에서도 프리미엄이 붙긴 하지만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분위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일단 내년 초 분양하는 청주테크노폴리스와 방서지구 일부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입주와는 온도차가 있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실수요자가 아니라 분양권 전매로 단기 수익을 챙기려는 투자세력 덕분에 청약시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금의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진, 입주 전 주인 두 번 바뀌어

이 같은 분위기는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는 실수요자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현상일 수 있다. 주택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내가 구입한 재산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분양권 시장만 활발하다면 이는 불필요한 지출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급자와 수요자간 직거래가 아니라 중간 유통상이 대거 참여하는 형태인 것이다.

두진하트리움의 경우 시장분위기를 타고 지난 2년 새 449건의 분양권 전매가 이뤄졌다. 총세대수가 356세대인 것을 감안하면 평균 1가구당 1번 이상의 거래가 있었다는 것이다. 두진하트리움에 살고자하는 A라는 구매희망자가 있다고 하면 최초 분양권에 당첨된 투자자에 보다 2차례의 전매 과정에서 붙은 프리미엄을 더 지불해야 분양권을 얻는 것이다.

두진하트리움은 소형 아파트인 전용면적 60㎡형에서 가장 높은 프리미엄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장 수요가 많은 전용면적 84㎡형의 경우도 율량지구 대원칸타빌(6.1%)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게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5개 아파트의 분양권 거래현황을 살펴보면 분양권이 상승하고 하고 있지만 올해보다는 2014년(제일풍경채), 2014년보다는 2013년(대원·두진)에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권 상승폭이 더 큰 것을 알 수 있다. 상승기조는 유지하고 있지만 상승폭 점차 둔화되고 있다.

호미지구에 건설 중인 우미린 1·2차의 경우에는 기획부동산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돼 관계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 우미린의 경우 분양한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총 697건의 분양권 거래가 이뤄졌고, 그 가운데 상당수가 같은 시기에 같은 가격에 거래됐다는 점에서 기획부동산 개입 의혹이 크다.

우미린 1차 84㎡의 경우 지난 7월 한 달간 71건의 전매가 이뤄졌고, 이 가운데 23건이 동일하게 3억 59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1건은 3억 690만원에 거래됐다. 113㎡형의 경우 56건 중 27건이 3억 9640만원이라는 같은 가격에 거래됐다. 56개의 개별 거래 가운데 절반이 같은 가격에 거래된 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을까?

우미린 2차 분양권 거래 기록은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84㎡형 248건의 분양권 전매 중 103건(41.5%)이 동일한 가격 3억 590만원에 거래됐다.

우미린 분양권 거래의 또 다른 특징은 분양 시작과 함께 활활 타오르던 분양권 전매가 3개월째 접어들며 사실상 거래가 끊어졌다는 점이다. 7월에는 427건이던 분양권 전매는 8월 250건으로 줄더니 지난달에는 20건으로 대폭 줄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획부동산이 치고 빠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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