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정신‧육체적 질병↑ … ‘좋은 돌봄’ 불가능
99%가 질환호소, 42% 물리치료…최저임금 이하 월급

▲ 지난 7월 돌봄서비스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단체가 요양보호사들의 노동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어르신들이 나를 청소하는 파출부로 생각한다. (어르신) 손님이 오셨는데 손님이 ‘누구냐’고 물으시니 ‘청소부’라고 대답하신다.  ‘나는 청소부가 아니라 요양보호사예요’라고 손님에게 말씀드렸다.” 돌봄 노동을 하는 한 요양보호사는 마음 안에 쌓인 응어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용자나 제공자 중 어느 한쪽에 눈길을 맞추고 진행되면 ‘좋은 돌봄’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2008년 노인요양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서비스 이용자들은 이용자대로 불만이 쌓였고, 서비스 제공자인 돌봄노동자는 비정규직으로 국가공인 파출부 취급을 당하는 것에 불만을 가져왔다.

고령화사회에 요양 서비스의 사회적 중요성은 높아져 갔지만 막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노동자들이 돌봄과 무관한 농사일을 하고 성희롱을 당하거나 폭언·폭행도 감내해야 했던 현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돌봄 노동자들이 아프다. 파출부처럼 대하는 이용자들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하고 성희롱이나 성폭력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흔히 ‘골병’이라고 부르는 ‘근골격계 질환’으로 절반 이상의 노동자들이 병원을 찾는다.

‘서울시 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98%가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한다. 과중한 힘과 부자연스러운 자세, 무리한 반복적 손놀림 등으로 근골격계 질환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요양업무의 특성에 견줘 보면 자연스런 결과다.

2014년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평가연구’에 따르면 노인요양원과 같은 시설급여기관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의 42%, 재가급여기관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의 24%가 근골격계 질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요양보호사들은 아프거나 다치게 되면 해고나 계약해지와 같은 불이익이 걱정돼 산업재해신청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한다. 2014년 한국보건복지자원연구원(이사장 백도명 교수)이 진행한 ‘서울시 요양보호사 노동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하다 다친 요양보호사의 90% 이상이 개인적으로 알아서 처리한다. 이들 중 1%만이 산재를 인정받고 치료를 받았다.

 

시설종사자 50%가 성희롱 경험

돌봄종사자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급여기관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의 월 평균임금은 2014년 기준으로 82만1519원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한 달 급여가 80만원 이하 라고 응답한 비율도 67%에 달했다. 전체 요양보호사 중 재가급여시설에 종사하는 비율이 90% 정도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요양보호사의 저임금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임금도 문제지만 노동조건도 열악했다. 재가시설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의 82%가 “휴게시간이 따로 없다”고 답했다. 방문요양 분야에 종사하는 요양보호사는 식사시간이 따로 없어 끼니를 거르거나 이동 중 김밥이나 우유로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돌봄노동자들이 좌절하기도 하지만 성희롱이나 비인격적 대우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깊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요양보호사의 대부분이 여성이고 서비스가 제공되는 형태가 방문 가정이나 시설 내인 것을 감안하면 기본적으로 성희롱에 노출되기 쉽다.

이를 반영하듯 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의 52.9%가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요양서비스를 담당하는 재가급여기관 종사자는 이보다 낮은 19%가 성희롱을 경험했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보험 법령에는 요양보호사가 수급자를 가해하는 경우에 대해서만 제재 조항을 넣었을 뿐 성희롱과 같은 반대의 경우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또 장기요양기관의 급증에 따른 경쟁과 수급장 중심의 법제도로 인해 요양보호사 대부분이 집안일이나 농사일과 같은 부수적인 업무까지 요구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보호사의 80%가 업무 외 부가적인 일을 요구받았다. 또 전체 요양보호사중 43%가 매일 같이 부가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요양보호사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인격적 대우로 인해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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