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김남균 취재1팀 기자

▲ 김남균 취재1팀 기자

올 여름휴가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5일, 취업전문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화장품 회사의 채용공고가 올라왔다. 담당 업무는 제품재고관리 및 지게차 상하차 출고 업무. 시급은 5580원이었다.

지난 달 9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16년 시급으로 6030원을 결정했다. 이날 결정된 최저임금은 어차피 내년에야 적용될 것. 화장품 회사는 지게차 업무를 보조할 직원의 임금은 최저임금 5580원으로 공고했다.

사람이 죽었다.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던 직원 이 모씨가 지게차에 치여 죽임을 당한 건 7월 29일. 사인은 ‘출혈 과다에 의한 쇼크’였다. 그는 다친 지 1시간이 넘어서야 병원에 도착했는데, 출동한 119 구급차를 회사가 되돌려보냈다. 회사는 구급차 대신 회사 차량에 이씨를 태우고 지척에 있는 병원 대신 먼 곳에 떨어진 협력 병원으로 향했다. 무엇을 협력하는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병원과의 거리는 그의 생사를 가른 거리가 되었다. 그가 죽은 뒤에 회사의 대표는 문상조차 오지 않았다는 소식도 들렸다.

그의 죽음은 사람들을 울분에 빠뜨렸다. 하지만 사람들이 울분을 터뜨린 것은 그가 죽고 삼우제를 치르고도 거의 20일 지난 뒤였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를 대신할 시급 5580원 지게차 보조 업무원을 뽑는다는 구인공고가 나간 지 2주 만의 일이었다.

다시 그의 죽음을 복기하면 이 회사가 얼마나 사람 목숨을 경시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노동부 발표에 의하면 그는 지난 해 1월에도 지게차에 치였다. 이 사고로 그는 3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산재처리를 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정황이 당긴 CCTV화면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뜩 물건을 실은 지게차가 그를 치었다.

왜 그랬는지는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사람이 치여 병원에 수개월 입원하는 비용보다 이를 방치하고 얻은 이익이 더 컸기 때문이다. 산재 처리를 하는 것보다 공상처리를 해 보험료를 아끼는 것이 더 회사에 더 많은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회사를 ‘살인기업’이라고 비난했다. ‘살인기업’이라는 의미에는 출동한 119 구급차량에 그를 태워 가까운 병원에 보내기만 했어도 그를 살렸을 거라는, 결국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원망이 배어 있다.

이씨의 죽음처럼 ‘효율성’과 ‘경비절감’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안전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산재사망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매년 2400여 명의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죽는다. 하루 꼴로 6.5명이 사망하는 셈이다.

이 씨가 다니던 회사의 이름은 ‘에버코스’다. 대기업에 화장품을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납품하는 회사로 20년 사이에 초고속으로 성장했다.

현재 이 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경찰과 노동부가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결과를 기다릴 것 업이 사업주에 대한 처벌수위도 이미 예상된다. 영국이나 캐나다처럼 ‘기업살인법’이 없는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생명보다는 비용절감을 우선한다. 기업의 비용절감이 우월적인 가치인 우리나라에서 죽어간 이 씨 대신 또 다른 시급 5580원 노동자가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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