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도의회 어느 기관이 이전하느냐 보다 큰 그림 그리자” 여론
인근 도유지 포함 명물 만들어 구도심 공동화 현상 해결 ‘일석이조’

▲ 옛 중앙초를 중심으로 한 주변 지도. / 자료=충북발전연구원

옛 중앙초 부지를 어떻게 쓸 것인가. 최근 충북도와 도의회가 안고 있는 당면과제 중 하나다. 충북도는 지난 4월 옛 중앙초 부지와 건물을 교육청에서 무상사용 중인 충북체고와 상계처리하고 차액은 4년 분할 지급하는 방식으로 매입을 결정했다.

이어 도는 최근 충북발전연구원에 ‘옛 중앙초 활용방안 구상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용역기간은 8월 25일~10월 23일까지이고 용역비는 1800만원. 도 관계자는 “집행부와 의회 양측에서 하기 곤란해 제3의 기관인 충북발전연구원에 용역을 맡겼다. 발전연구원은 지난 3월 ‘충북도의회 청사건립 타당성 및 입지결정 분석’ 정책과제를 수행했다. 여기서 연구과정 중 공청회와 여론조사를 할 것이다. 도민들의 의견을 들어본 뒤 도와 도의회가 상의해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양 측은 ‘동상이몽’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집행부는 옛 중앙초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제2청사로 쓰고, 현 의회건물 2개 층을 의회에 더 내주고 싶어한다. 도의회는 현재 도청 신관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 7층에 있는 도의회 본회의장을 옛 중앙초 건물에 다시 지으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니 지금 있는 건물을 그대로 쓰되 공간을 더 확보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 도는 공간이 좁아 경제자유구역청과 소방종합상황실은 외부 건물을 임대해 쓰고, 일부 실·과는 2개 사무실로 나뉘어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도의회는 차제에 독립청사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도의회는 지난 3월 청사관련 토론회를 열기 전 의원 31명의 의견을 조사했다. 그러자 ‘27명이 옛 중앙초 부지로 이전해 독립청사 확보, 4명이 현 위치 그대로’라고 답변했다. 독립청사 확보를 택한 27명 중 24명은 신축, 3명은 리모델링 이라고 말했다.

도의회 관계자는 “다른 지역 사례를 조사해보니 단독 건물 없는 곳은 충북밖에 없다. 의원 개인사무실 없는 곳도 경기도와 충북뿐이다. 그래서 우리도 단독 건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나 도의회 모두 공간이 협소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양 기관이 옛 중앙초 부지와 건물에 눈독을 들이나 도민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자는 방침을 정해 겉으로는 의견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옛 중앙초 인근 인프라 훌륭

하지만 이 곳을 보다 큰 틀에서 바라보고 행정타운으로 조성하자는 의견들이 있다. 단순히 도가 이전하느냐 도의회가 이전하느냐를 놓고 싸울 게 아니라 양측이 같이 사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행정타운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구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밤 9시만 되면 불꺼진 동네가 되는 주변 문화동과 대성동, 수동을 살릴 수 있고 청주시의 명물로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옛 중앙초는 청주시내에서 오래된 학교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했다. 현재 남아있는 교사동은 1981년과 1984년 각각 지어졌다. 둘 다 30년 이상 된 건물들이다. 그리고 인근은 행정·연구·역사문화·경제시설과 생태·복합문화 공간이 공존하고 있다. 충북도청과 성안동·탑대성동 주민센터를 비롯해 충북발전연구원, 충북교육과학연구원, 청주향교, 청주문화관, 한국은행 충북본부 등의 건물과 상당공원, 당산, 당고개 등 생태공간이 있다. 또 주변에 역사와 문화가 숨쉬는 수암골과 청주최대 번화가인 성안길이 있다. 행정타운은 이를 엮어 새로운 거리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월 배명순·김덕준·설영훈 충북발전연구원 박사 등은 도의회가 의뢰한 정책과제 ‘충북도의회 청사건립 타당성 및 입지결정 분석’을 수행했다. 그러면서 옛 중앙초를 활용하는 방안 4가지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이 과제를 도의회 청사건립 타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썼을 뿐 활용방안까지 주목하지는 않았다.

배 박사 등이 내놓은 안 중 눈에 띄는 것은 기존 건물 리모델링+중규모 신축을 더한 ‘중규모 행정타운형’, 기존 건물 리모델링+대규모 신축을 더한 ‘대규모 행정타운형’이다. ‘중규모 행정타운형’은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체육관 철거 후 도의회 청사를 신축하는 한편 인근 충북도 소유 부지인 관사 앞 주차장과 충북발전연구원까지 확장해 도민들을 위한 문화·편의시설을 건립하는 안이다. 그리고 ‘대규모 행정타운형’은 기존 건물 리모델링과 체육관 철거 후 도의회 청사를 신축하는 것까지는 같고, 충북도 소유 부지에 인근 부지를 더 해 통 큰 도민 문화공간을 마련하는 안이다.
 

자치단체장, 성과주의 버리고 초석놓아라

이에 대해 배명순 박사는 “당장은 어렵겠지만 큰 그림을 그리자는 생각에서 제안했다. 충북도는 재정 때문에 난색을 표했지만, 일단 큰 계획을 하고 형편이 되는대로 조금씩 하다보면 그림이 완성될 것이다. 공공청사는 이제 도민들을 위한 공간 역할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옛 중앙초를 바라보는 시각은 도나 도의회가 이전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구도심 활성화와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행정타운 건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많다. 시대변화란 공공청사가 도민들의 문화공간 역할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청사 지하에 ‘시민청’이라는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서는 다양한 토론·공연·전시·놀이·행사 등이 열려 시민 문화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배 박사는 “도민들에게 도와 도의회 문턱은 여전히 높다. 여기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도민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 곳에 문화공간을 둔다면 도민들은 성안길에 왔다가 도보로 들렀다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영운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공공기관이 외곽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주변지역과 공생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공공기관은 구도심 활성화의 허브역할을 할 수 있다. 어느 기관이 옛 중앙초를 차지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양 기관이 함께 사용하고 거기에 도민들까지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 점에서 큰 틀의 행정타운 조성은 좋은 구상”이라고 강조했다. 반 교수는 청주시청사 문제도 단순히 신축이냐 리모델링이냐를 놓고 설전할 게 아니라 구도심활성화 차원에서 중앙시장~옛 연초제조창을 잇는 신축+리모델링이라는 큰 그림을 그릴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자치단체장들이 자기 임기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접으라고 주문하고 있다. 제대로된 마스터플랜을 제시해 다음 단체장이 이어서 사업을 하도록 초석을 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단체장의 성과주의로 인해 얼마 못가 문제점이 나타나는 임기응변식 개발이 주변에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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