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도내 단체장 설문조사, 실질적 예산·권한 확보 절실
‘자치경찰제’ 도입 필요성 공감, 이 지사 “기초지자체는 반대”

5·16군사쿠테타로 중단됐던 지방자치제가 1991년 우여곡절 끝에 부활됐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없는 반쪽짜리 제도였다. 결국 문민정부 출범이후 1995년 6월 27일 처음으로 지방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뽑는 온전한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올해는 지사·시장·군수 등을 주민 손으로 직접 뽑은 지 20년이 되는 해다. <뉴시스>는 지방자치단체장 선출 20년을 맞아 도내 단체장을 대상으로 3가지 질문의 설문조사를 벌였다. 질문은 첫째 지방자치가 제대로 정착됐다고 평가하는지, 둘째 온전한 지방자치를 위해 시급해 해결해야할 것이 있다면, 셋째 자치경찰제 신설에 대한 생각은 등이다. 설문조사는 구속중인 임각수 괴산군수를 제외하고 11명의 지사, 시장, 군수의 답변을 받았다. <뉴시스>의 해당 설문조사 결과와 기획기사 내용을 간추려 본다.

‘20년 된 지방자치, 정착됐다고 보나’란 질문에 대부분 단체장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실제적인 예산과 권한이 자율적인 지방행정을 펼치기에 한계가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이시종 지사는 “오히려 정체되거나 퇴보했다. 신중앙집권화와 다름없다. 달라진 건 주민 손으로 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것 뿐”이라며 지방정부는 ‘지방행정청’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이승훈 청주시장은 “주민참여 강화와 행정서비스 개선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열악한 지방재정과 제한적인 자치권 때문에 실질적인 ‘자치’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했다.

“지방정부를 ‘미성년자’ 취급”

조길형 충주시장은 “시정역량이 업그레이드돼 지역발전을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선심정책, 전시행정으로 지방재정이 악화되고 집행부와 의회갈등 등 부작용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근규 제천시장은 “풀뿌리 민주주의 학교, 지역특성에 맞는 맞춤형 정책, 눈높이에 맞는 복지제공 등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예산과 권한을 틀어쥐고 시혜적인 행태를 벗어나지 못해 지방정부를 ‘미성년자’로 취급한다”고 꼬집었다.

이필용 음성군수는 “정책선거로 변화하고 지역주민의 참여가 활발해져 완벽하지는 않지만 풀뿌리의식이 정착됐다”며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홍성열 증평군수와 유영훈 진천군수는 “중앙정부가 권한과 예산을 틀어쥐고 지자체엔 책임만 강요한다”며 “현재의 지방정치는 3할 지방정치”라고 평가했다. 정상혁 보은군수 역시 “지방재정은 열악하고 자치권은 제한돼있다. 실질적인 자치를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박세복 영동군수는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이 보장돼있지 않기 때문에 정착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류한우 단양군수는 “전체 예산의 10%만 재량껏 쓸 수 있고 모자라는 재원은 전국의 지자체와 경쟁하는 공모사업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방자치는 아직 멀었다”고 했다.

자치경찰제,예산·기능 신중해야

올바른 지방자치를 위한 시급한 해결과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이시종 지사는 “지방 재정이 부담하는 정책 결정을 사전협의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통보하고 있다. 성숙한 지방자치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 의견이 반영되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못박았다. 박세복 영동군수는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을 완화하는 특별법 제정, 공모사업 폐지, 특별지방행정기관 폐지, 중앙-지방정부 인사교류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관련법 전면 개정 및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성열 증평군수는 “기초단체장·기초의회 정당공천 배제, 지방 재정자립도 상승, 지역별 편차가 심한 지방세를 국세나 광역단체 세금으로 전환하고 고른 세목을 자치단체로 이관”하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김영만 옥천군수는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자치단체에 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규 제천시장도 “지자체의 재정자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류한우 단양군수는 지자체의 재정난 해소, 예산집행의 재량권 보장, 과다한 중앙정부의 공모사업 감축, 지방교부세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필용 음성군수와 유영훈 진천군수도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더 이양하고, 세수 조정을 통해 지자체 재정자립도를 높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해서는 대체로 ‘필요한 제도’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예산과 기능 등에 관한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한 뒤 지역 특성에 따라 시행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많았다. 이시종 지사는 이번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지난 4월 국회 지방자치발전특별위원회에서 자치구 폐지와 시·군·구별 자치경찰제 설치에 반대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당시 이 지사는 “기초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자치경찰제를 운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표명했다. 자치경찰제는 지방분권의 이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주고 책임도 지게 하는 제도다. 현재 세계 22개국에서 중앙의 국가경찰과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유일하게 자치경찰단을 운영하고 있다.

도내 시장·군수 5명당 1명 꼴 사법처리 당해
중도하차 1호 김환묵 전 괴산군수, 이건용 전 음성군수 취임 23일만에 구속

민선 단체장 선거 20년 동안 도내에서 사법처리로 중도 낙마(落馬)한 현직 단체장은 모두 8명이다. 선거법 위반으로 6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2명이 도중하차했다. 전체 단체장 51명 가운데 현직에서 옷을 벗은 단체장은 전체의 15.7%인 셈이다. 퇴직 후 처벌된 전직 단체장까지 포함하면 10명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민선 6기 현역 기초자치단체장 12명 가운데 3명이 단체장직을 잃을 처지에 놓여 있다.

민선이후 중도하차한 단체장 1호는 김환묵 전 괴산군수다. 김 전 군수는 1998년 재선에 성공했으나 경로당 등에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로 벌금 200만원이 확정돼 2000년 4월 군수직을 상실했다. 초대 청원군수에 오른 고(故) 변종석 전 군수는 2001년 초정스파텔 건립사업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3년이 확정돼 역시 옷을 벗었다.

2002년 6·13지방선거에서 당선한 이건용 전 음성군수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취임 9개월만에 중도 하차했다. 재선에 성공한 이건표 전 단양군수는 골재 채취업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2006년 2월 군수직에서 물러났다. 이시종 전 충주시장의 국회의원 출마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한창희 전 시장은 재선에는 성공했지만 기부행위 혐의(취재기자 20만원 금품제공)로 벌금 150만원이 확정돼 2006년 9월 취임 2개월만에 직을 내려놓았다.

민선 4기 김재욱 전 청원군수도 기부행위 혐의(이장단 향응제공)로 박수광 전 음성군수는 기부행위(업무추진비로 선물제공 등)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아 임기 만료 6개월 전에 이임했다. 또한 한용택 전 옥천군수는 뇌물수수와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불출마를 선언했다. 골프장 사업자로 부터 뇌물을 받은 이향래 전 보은군수도 재판중이라 이임식도 치르지 못한 채 임기를 마쳤다.

민선 5기에는 우건도 전 충주시장이 상대 후보(김호복 전 시장)에 대한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항소심 벌금 700만원이 확정돼 취임 1년만에 낙마했다. 3선으로 임기를 마감한 유봉열 전 옥천군수는 지난 2004년 7월 재직중 옥천군청 직원이 자서전 500권(600만원)을 구입한 것이 뇌물로 인정돼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민선 6기에는 유영훈 진천군수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정상혁 보은군수가 기부행위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1·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임각수 괴산군수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중인 상황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 정리=권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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