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비 5%P 더 줄게" 충북도 제안에 교육청 시큰둥

무상급식 분담액을 놓고 벼랑 끝 공방을 벌이던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다시 접점을 찾으려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충북도의회가 조정·중재 노력을 중단하고, 한 발 뒤로 물러나면서부터다.

9일 충북도의회 340회 임시회에서 대집행부 질문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장선배(청주3) 의원은 "양 기관 수장의 공식발언이 협상과 운신의 폭을 좁히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질문계획을 돌연 취소했다.

대집행부 질문을 취소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장 의원은 "(대집행부 질문의)의도는 어느 기관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려는데 있지 않았다"며 "공개 석상에서 지사와 교육감이 공식발언을 하면, 양 기관 사이의 자율협상을 끌어가는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도의회는 도와 도교육청의 간부·실무당당 공무원 8명, 도의장과 도의회 상임위원장 등 도의회 대표자 3명이 참여하는 이른바 '8+3 실무협의회'를 임시회 기간에 개최하려던 계획도 접었다.

두 기관의 협의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실무협의회 개최 시기를 다시 결정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았다.

평행선을 달리던 도와 교육청이 접점을 찾아보려 시도하고 있고 조만간 교육행정협의회라는 공식기구도 열리는 만큼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도와 교육청은 올해 초부터 의무교육대상(초·중+특수학교 고교과정) 학생 무상급식 분담액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도는 무상급식비 항목 중 인건비(329억)·운영비(71억원)는 도교육청이 전액 부담하고, 가장 비중이 큰 식품비(514억원) 중에선 70%(359억원)만 도가 책임지겠다고 공개발표한 후 팔짱 끼고 입을 굳게 다문 상태다.

반면 도교육청은 무상급식비 중 인건비·운영비를 부담하는 대신 식품비는 도가 모두 부담하거나 최소 90% 이상을 내야 한다면서 뒤돌아 선 모습이다.

전날 정정순 행정부지사는 김병우 교육감에게 도가 식품비의 75%를 부담하고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의 공약사업 중 공통분모에 해당하는 '학교 태양광 시설 설치사업' 관련 사업비까지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식품비의 5%포인트(약 27억원)를 지자체(도와 11개 시·군)가 더 떠안을테니 합의하자는 내용의 새로운 제안인데, 도교육청은 일단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근거없이 교육재정교부금을 국비라고 몰아붙이는 도가 갑자기 식품비의 일부를 더 얹어줄테니 합의하자고 나선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도교육청이 인건비와 운영비를 전액 부담하고 도가 식품비 전액을 분담해야 50대 50 분담원칙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무상급식 지원범위와 식품비의 정체성 등 원점 상태에서 검토했어야 할 논제를 놓고 양 기관이 뒤늦게 부딪치는 바람에 접점을 찾는 게 쉽진 않아 보인다.

도의회 임시회가 열리던 날 충북교육연대는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는 도의회에는 "양 기관을 적극 중재하라"고 요청하고, 도와 도교육청에는 "공식기구(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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