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 강일구 미디어 블로그 ‘고함20’ 기자

최저임금위원회는 단순한 구조의 줄다리기 게임처럼 보인다. 참가자는 총 27명. 9명은 사용자위원, 9명은 근로자위원 그리고 다른 9명은 공익위원이다. 매년 9명의 중재자에 의해(공익위원) 사용자위원들과 근로자위원들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지속되었다.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을 조금이라도 더 높게 인상하기 위해서 애쓰고, 사용자 위원들은 어떻게 해서든 동결시키려 애쓴다. 매년 똑같은 창과 방패를 들고나와 똑같은 싸움을 벌이는 이들에게서는 외부의 상황만이 이 게임의 양상을 바꿔놓을 수 있는 유일한 변수처럼 보인다.

하지만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 요구가 전 세계적으로 뜨거웠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여론은 점점 식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노동계와 시민사회계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이다.

외부 상황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이 예년 수준이라면 더 이상 외부 상황에 기대하는 것은 감나무의 감이 입으로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한 가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어떻게든 자신들의 편을 많이 만드는 것 밖에 없다. 임금인상을 위해서는 근로자위원들이 공익위원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거나, 사용자위원들을 자신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먼저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익위원의 문제는 누가 공익위원으로 선정되느냐의 문제이다.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13조에 의해 결정되는데, 중요한 것은 공익위원을 선출하는 과정이 폐쇄적이기도 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즉, 정권의 입김을 받는 행정부의 높은 관리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익위원의 중립성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하나의 정권이 들어서기 시작하면 큰 사건이 없는 이상, 맨 처음 인상률과 다음 해의 인상률의 평균이 이 정권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과 같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현재까지 박근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7%이므로 2016년도 최저임금 또한 현재에서 7%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아도 된다.

두 번째 전략은 사용자들의 분열이다. 대기업의 경영자들을 갑(甲)사용자,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경영자들을 을(乙)사용자라고 하자. 이전부터 을사용자들에 대한 갑사용자들의 횡포는 지속적으로 보도되었다. 단가 후려치기, 자영업자들로부터 걷는 각종 수수료 그리고 불공정거래에서 오는 손실 등이 경기침체와 겹치면서 더 이상 사용자들끼리의 단결이 수월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용자들끼리의 이러한 문제들이 호재로 작용하여 임금인상과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모든 노동자들의 인건비 인상은 모든 사용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골칫거리다. 반면에 갑사용자와 을사용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다양한 갑사용자들과 다양한 을사용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로 나타나는 문제의 양상들이 모두 제각각이다.

또한 아직까지 을사용자가 갑사용자들로부터 받는 다양한 피해사례들이 인건비 인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실보다 더 큰지 알 수 없다. 사용자들 사이의 문제는 정치로 풀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시간 소요가 많이 될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계와 노동계에서 갑사용자와 을사용자 사이의 이 틈새를 어떻게 공략하여 자신들의 편을 1명이라도 더 만들 수 있다면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지루한 줄다리기 게임이 좀 더 다른 구도로 형성될 수 있다. 즉 9대9의 싸움이 아니라 8대10이나 7대10의 싸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이번 연도에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내년까지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 틈새를 만들 수 있는가 또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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