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순 의원·정선옥 관장·이화정 센터장·안정숙 조합장이 말하는 ‘나와 여성’

청주시의회 38명 의원 중 여성의원은 총 7명이다. 여성의원 비율이 18.4%에 불과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박금순(56)의원은 지난 2010년 고배를 마시고 지난해 시의원에 당선됐다. 민주당 예비후보로 청원군의원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하고 절치부심 끝에 뜻을 이뤘다. 박 의원은 “2010년 선거 때는 지역구 출마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시단위에서는 여성공천이 의무인데 군단위로 가면 권고사항일 뿐이다. 남성과 경쟁해 지고 말았다. 남성이 공천을 받았고 나는 출마도 못했다. 지난해 선거 때는 방향을 바꿔 비례대표를 신청해 당선됐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강내농협 이사로 활동하며 지역기반을 넓혔고, 그런 것이 밑거름돼 시의원에 도전했다. 몇 년전 했던 농협이사는 최초의 여성이사가 될 정도로 여성에게는 높은 문턱이었다. 하지만 4년후 도전한 농협이사에 탈락하고 만다. 그래서 박 의원은 농협에서 임원을 뽑을 때 여성할당 할 것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서운해 했다.
 

그는 “농협에 여성조합원이 많아 임원과 대의원 뽑을 때 여성의무 할당제를 둬야 한다고 정치권에 호소했다. 여성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여성 국회의원에게 이런 내용을 입법화 해달라고 했으나 잘 안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요즘은 다행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성조합원 30%이상인 지역농협은 여성임원 1명 이상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여성임원할당제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다시 정치 얘기로 돌아오면, 여성은 먼저 가정에서 동의를 받아야 정치권에 나갈 수 있고 출마해도 돈·혈연·지연·학연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약해 당선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정치를 남성의 전유물 정도로 생각하는 풍토도 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그렇다. 나는 이것을 깨고 싶었다. 정치는 절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성정치인 진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을 배려하는 세심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성들, 네트워크 없고 선배도 없는 편

정선옥(47) 음성도서관장은 사서직 6급이다. 음성군내에서 음성·금왕 도서관은 음성교육청 산하, 대소·감곡 도서관은 음성군 산하 기관이다. 정 관장은 1990년 음성도서관에서 첫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고 지난해 1월 관장이 돼서 다시 들어갔다. 25년 만이다. 지난 1988년 개관한 음성도서관은 6만5000여권 장서에 하루 이용객이 200~250명으로 규모는 작으나 음성군민들에게는 요긴한 도서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도서관에서는 인문학 서평쓰기, 쉽게 배우는 우쿨렐레, 리더십 스피치교실 등 특색있는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하반기에는 미술로 내아이 마음 들여다보기, 통통 역사논술, 재활용소품 뚝딱 등을 할 예정으로 있다. 정 관장은 도서관 주요 이용층인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한다며 도서관이 평생학습의 장으로 자리매김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래도 다른 분야보다 도서관 쪽은 여성관장들이 좀 있는 편이다. 승진할 때도 여성이라고 크게 차별받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직렬보다 사서직에 여성들이 많아 남성들과 부대끼며 경쟁하지 않는 편이라는 게 여러 사람들의 얘기다. 하지만 정 관장도 충북에 여성 기관·단체장이 부족해 더 늘려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지자체나 기관에서 여성 우대 인사를 더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회복지도 여성들이 많이 진출해있는 분야다. 시설장들도 심심찮게 있다. 하지만 도단위 기관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화정(47) 충북사회복지센터장은 사회복지직 공무원, 청주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을 거쳐 지난 2012년 센터장에 올랐다. 충북종합사회복지센터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지원기관으로 정보제공·교육·연구·경영지원·컨설팅·시설대여 등의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충북도내에는 여성들이 없는 분야가 많다. 다시 말해 남성들만의 조직이 많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여성 기관·단체장이 드물다. 균형잡힌 사회라면 성평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성들은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적다보니 여성들간의 네트워크가 없고 선배를 만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남성들이 선후배로 끈끈하게 연결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성은 여성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형성이 어려워 고위직 여성일수록 외로움을 탄다는 얘기도 있다.
 

인사 취소하라는 시위까지

안정숙(63) 청주 청남농협 조합장은 전국 여성 조합장 5명 중 한 명이다. 안 조합장은 지난 3월 동시조합장 선거에서 큰 표차로 당선됐다. 충북에서는 여성 조합장 1호이다. 그는 지난 1986년 문의농협 직원으로 시작해 23년간 농협에 근무한 뒤 마침내 조합장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면단위 최초로 주부대학을 운영하고 여성농업인 권익신장을 위해 농가주부모임을 육성했다. 조합장 선거 때는 청주동남택지개발지구 내 지점설치, 여성조합원 조합참여 확대, 특화작목반 지원 육성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그리고 지난 2010년에는 청원군의원에 당선돼 4년간 군의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안 조합장은 농협 지점장 할 때 여성이라서 당한 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웃으면서 했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여성이 지점장이 됐다고 동네사람들이 심하게 항의했다. 경운기와 트랙터를 몰고 가 조합장에게 인사를 취소하라고 시위를 하는 일까지 있었다. 아마 내가 전국 최초 여성 지역농협 지점장이었을 것이다. 크지도 않은 지점이었는데 동네사람들이 몰려 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도 산전수전 다 겪고 이 자리에 왔다.”
 

그는 그 끝에 “지점장으로 4년 동안 열심히 일했더니 이번 조합장 선거 때는 그 분들이 나를 도와줬다. 이제는 나의 지지자들이 됐다”며 “시골 사람들은 대체로 보수성이 강해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다.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일·가덕·문의농협을 합병한 청남농협 여성 조합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청주시 농가주부모임 회장과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모임 회장, 생활개선회장, 여성농업인회장 등이 모두 문의지점 관내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 관내 여성조합원들이 청주시 여성 농협조직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후배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나 자신 스스로 본보기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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