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까지 집중단속…영치된 번호판 찾으려면 밀린 세금 완납해야
청주시, 도내 첫 시민참여 차량 합동 단속 시도…홍보 효과 기대

일명 ‘38기동대’로 불리는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징수팀. 교묘히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의 거주지를 급습해 고가의 물품에 압류 딱지를 붙이는 등 활약상이 한동안 TV를 통해 방영됐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대개의 체납징수팀이 이 같은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지역에는 그만큼 거액의 체납자나 납세기피자도 없는 데다 외근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앞선 지면에서 설명했듯 고액 체납자의 거주지를 방문해 납부를 독려하거나 그보다 적극적인 징수방법은 자동차 번호판을 영치하는 것이다.

 

▲ 합차량은 주차장을 돌며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추차 차량들의 번호판을 스캔한다. 운전석 옆자리에 앉은 팀원은 카메라 사각지대에 주차한 차량의 번호를 PDA단말기에 입력해 체납여부를 확인한다.

지난 14일 청주시 청원구청 체납징수팀 소속 공무원 3명과 함께 관내인 내수읍 한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다. 취재진이 동승한 승합차량에는 유재현 체납팀장과 여성 팀원 2명, 그리고 내수지역 자원봉사자 2명이 함께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번호판 영치는 물론, 예고장 발부 등의 업무를 돕고, 단속업무를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청주시가 도내 최초로 ‘시민과 함께하는 체납차량 합동 단속’을 진행한 것이다. 14일은 청원구청 단속반이 자원봉사자와 처음으로 동행하는 날이었다.

 

단속 시작 1분 만에 적발

승합차 앞자리에는 고가의 장비가 설치돼 있었다. 두 대의 카메라는 서로 다른 쪽을 향해 있고, 각각의 카메라는 앵글에 들어오는 차량의 번호판을 쉴 새 없이 인식했다. 그럼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에 차량번호와 체납여부가 확인되고, 무선으로 연결된 프린터를 통해 예고장이나 납부 안내문이 출력돼 나온다.

취재진은 내심 불안했다. 번호판을 영치하는 사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날 번호판을 영치하지 못하면 다음 주를 기약하거나 다른 구청 출동에 또 다시 동행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쓸데없는 우려였다. 단속을 시작한 지 1분도 채 지나기 전 모니터에서 “단속 되었습니다”라는 전자음성이 흘러 나왔다.

10년은 족히 됐을 현대 소나타 차종이었다. 단속 건수는 3건, 모두 자동차세로 총액은 30만원 가량이었다. 징수팀과 봉사자들은 다 함께 내려 번호판을 영치했다.

본격적으로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들을 스캔했다. 운전석 옆자리에 앉은 징수팀원은 카메라 사각지대에 주차한 차량의 번호를 PDA단말기에 입력해 체납여부를 확인했다. 이들은 왜 주차장을 단속 장소로 정했을까. 유재현 팀장이 답을 알려 주었다. 유 팀장은 “운전자가 있는 상태에서 번호판을 영치하다보면 실랑이가 벌어진다.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보니 되도록이면 번호판을 영치할 때까지 소유주가 나타나지 않는 아파트 주차장을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방문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는 10여대의 차량이 주차해 있었다. 놀랍게도 이들 가운데 체납차량은 6대나 됐다. 주차된 차량의 30% 가까운 수치다. 단속팀원들은 차량에 따라 예고장을 붙이기도 하고 번호판을 영치하기도 했다. 1회만 체납했더라도 영치할 수 있지만 체납건이 많지 않거나 체납기간이 길지 않으면 예고장만 붙인다고 설명했다.

 

차량 소유주 김 모씨 1045건 체납

한 적발차량은 자동차세를 포함 총 8건에 체납금액만 80만원대에 달했다. 이 금액에는 주민세와 재산세도 포함돼 있다. 유 팀장은 “자동차세를 미납해야 단속에 적발된다. 다른 지방세를 미납하더라도 자동차세만 납부하면 차량 번호판은 영치할 수 없다”고 설명하며 “하지만 자동차세 미납으로 번호판이 영치되면 지방세 미납금을 모두 납부해야 번호판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득이하게 당장 전액을 납부하지 못할 형편이라면 자동차세를 우선 납부하는 것이 체납자로서는 유리한(?) 방법일 수 있다.

이날 단속의 압권은 검은색 그랜저 차량이었다. 이 차량 소유주는 1045건에 무려 1억 7183만원을 체납했다. 단속팀은 즉각 번호판을 영치하고 영치증을 차량에 붙였다. 유 팀장은 “우리 지역 체납자는 아니다. 과세관청은 영주시지만 징수촉탁제도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번호판을 영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 경우 만약 차량 소유주가 체납세금을 완불하면 자동차세에 한해 30%를 단속 지자체에 지급하게 된다.

해당 차량의 경우 건수나 금액으로 봤을 때 일명 대포차량일 가능성이 높고, 차량 소유주는 매매상사를 운영했던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추론이다. 만약 1억 7000만원이 모두 자동차세라고 가정하고, 이를 전액 납부한다면 5000만원의 과외수입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납부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도로 위 무법자’인 대포차량의 번호판을 영치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차량에 의한 2차 피해를 막은 것이다.

이날 하루 단속팀이 영치한 번호판은 모두 17개다. 금액으로는 400만원 가량이다. 함께 동행한 자원봉사자는 “세금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주변에도 세금 밀리지 말라고 이야기하게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동사무소 시절, 동장 평가 1순위가 체납세 징수”

최장기간 징수업무 본 정수복 청원구청 세무과장

 

정수복 청원구청 세무과장은 청주시 공무원 가운데 가장 오랜기간동안 징수업무를 해온 인물이다. 그는 1993년 1월 1일 세무직이 신설되면서 세무직으로 전환했다. 첫 업무는 청주시청 세무조사과(현 세정과), 이후로 구청과 시청을 오가며 징수업무를 주로 맡았다. 정 과장은 과거에 비해 징수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한때 징수업무는 일선 동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였다. 지금은 징수업무가 구청으로 이관됐지만 90년대 후반에는 동사무소 마다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6명의 징수요원이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구청장은 매일 관할 동사무소를 모두 돌며 징수 실적을 챙겼고, 해당 직원들은 매일 복명서를 제출했다”고 회고했다.

당시에는 체납세 징수업무가 동사무소나 동장의 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큰 판단기준이었고, 6개월마다 실적을 평가해 상장도 수여했다. 정 과장은 “징수요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1000원 2000원 등 소액 체납세금은 본인이 부담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력은 줄었지만 징수실적은 나쁘지 않다. 청주시는 지난 평가에서 도내 시군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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