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여성의 지위를 개선시켰는가 등을 고찰한 <여성 노동 가족>

서명석
(주)블루소프트 대표

책 <여성 노동 가족>은 ‘여성'을 중심으로 여성의 ‘노동'과 여성의 입장에서 본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며, 19세기 전후 영국과 프랑스를 배경으로 쓴 연구보고서 같은 책이다. 주된 관심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노동'이 여성의 지위를 개선했는지, 가족 내 여성의 역할을 변화시켰는지를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가며 살펴본다. 대체로 평이한 문장으로 이해하기 쉬우며, 내용에 있어 ‘아~ 그랬구나' 라는 공감은 충분했으나 ‘그래서?', ‘왜 이 이야기가 중요하지?'라는 의문은 계속 떠올랐다.

자료를 좀 찾아보니 대체로 여성과 노동에 관심을 기울였던 막시즘, 페니미즘의 시각에서는 산업사회에서 여성의 임금노동이 여성의 지위를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 여성을 해방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주된 시각이었으며, 이 책은 그 기대와는 달리 산업의 발전과 여성의 임금노동에 참여가 어떠한 여성 지위의 변화도 가져오지 못했다는 수많은 반증을 제시하고 있다.

읽는 내내 여성의 노동이, 그것이 가사노동이든 임금노동이든 가족관계에 철저히 얽매여있었다는 사실은 불편하기도 했다. 한 인간으로서 노동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현대적 독립적인 여성상은커녕 역사적으로 여성은 가족관계, 생계에 종속된 상태에서 필수적인 노동을 수행해 왔으며 저숙련, 저임금의 열악한 하층노동자로서 머물러 있던 상태를 직시한다.

▲ 여성 노동 가족 루이스 A. 틸리·조앤 W. 스콧 지음. 김영·박기남·장경선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60~70년대의 노동자로서 여성의 삶은, 가족안에서 권력의 약자이면서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존재, 자신을 위한 소비는 최후로 돌리면서 가계를 운영하는, 경제권이 아니라 가계관리권만을 가졌던 상황을 상기시켜준다.

젠더의 균형을 갖추는 것 중요

기존 사회적 인식에 반론을 제기하는 내용으로 이 책을 본다면 큰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긴 시기의 산업혁명을 경험하지 않고, 불과 한 세대 만에 압축적으로 국가주도의 산업화를 이룬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 때, 이 책에서 몇 백년에 걸친 여성의 노동과 사회적 지위에 대한 고찰을 우리는 몇 십년만에 압축해 비춰볼 수 있었다.

봉건적 농업사회의 가사 노동을 책임졌던 여성과 가내 수공업을 지나 방직공장, 신발공장 등에서 일했던 임금노동자, 그리고 첨단 산업, 과학 분야에 전문가로서 오늘날에 여성까지 우리 주위에서 모두 현재 살아있는 분들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페미니즘이라는 용어가 구시대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 과학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젠더혁신'이라는 말이 화두가 되고 있다. 젠더혁신은 오늘날 과학기술 지식 또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있어 젠더(성)의 특성을 고려해 젠더의 관점으로 분석하고 연구하고 혁신을 이끌어내는 일로 정의한다.

과학기술의 결과물(의약품, 자동차 등)이 젠더의 특성(특히 여성)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일으킨 여러 가지 실패 사례에 주목하며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맞는 결과를 찾는 것, 나아가 연구 과정에서부터 젠더 균형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접근이다. ‘여성'에만 주목하던 관점을 모든 성에 대한 포괄적 관심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팀을 이루어 과제를 수행하는 업무에서도 남녀 성비가 균형적일 때 가장 높은 성과를 도출한다는 실험결과도 있으며, 미래의 제한된 ‘성공’의 자리를 수치로 환산한다면 그 중 대부분은 여성의 자리라고 한다.

또한 세계 3대 경제집단을 여성, 중국, 인도로 구분하기도 한다. 산업에서는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저평가되어 있는 여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은 내가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여성'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생각해보게 했고 미래에 여성의 역할과 지위의 변화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그 큰 흐름에 관심을 갖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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