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협약
전국 5개 시·도교육청 노동과 인권 강의 ‘스타트’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보면 빌리의 면접을 보던 발레학교장이 면접을 마친 후 마지막에 빌리의 아버지에게 “당신들의 파업을 지지한다”고 인사를 건넨다. 빌리의 아버지는 광부로 영국 정부가 국영광산 20여곳을 파업할 때 맞서 싸운 강성 노조원이었다. 이 영화는 노동운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실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나라에서는 노동기본권이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현장에서 노동과 인권이라는 단어는 불온시됐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중고교 교육과정에 노동인권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권고했으나 아직까지 교육부가 수용하지 않고 있다.

▲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지난 1월 충북도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일선학교에 노동, 인권 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다. 물론 일선학교에서 요청해야 강의가 진행된다. 사진은 한 학교에서의 노동인권 강의 모습.

학교에서 노동이나 인권에 대해서는 배울 길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경기도, 서울, 광주, 전북, 충남교육청 5곳의 시도교육청에서 올해부터 노동과 인권에 대해 강의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교육청이 발간한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를 교재를 초·중·고 교육 교재로 사용할 방침이다. 이 수업은 의무사항은 아니다. 학교의 재량껏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충북도 인권센터 설치 언제?

충북에서도 2013년 말 충청북도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졌고, 향후 인권교육 및 인권센터 설치에 관한 로드맵을 짰다. 도지사 공약으로 현재 ‘알바인권센터’가 추진 중이다. 무엇보다 충북도교육청은 지난 1월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협약을 맺고 앞으로의 진로교육 및 노동·인권 교육을 일선학교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각 학교에 전담교사를 세우고 한 차례 연수를 갖기도 했다. 충북도교육청은 지난해 말 ‘일하는 청소년을 위한 함께 행복한 인권교실’책자도 펴냈다.

이에 대해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조장우 공동집행위원장은 “네트워크 내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담당할 교사들을 그동안 양성했다. 하지만 일선학교에 강의 제안을 해보면 노동, 인권이라는 말에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여전히 관리자들은 이러한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표한다”라고 설명했다.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도내 10개의 단체와 개인들이 결합해있다. 실제 노동·인권 강의를 할 수 있는 인력은 50명 정도다. 최근 도교육청과 협약을 맺은 만큼 올해는 일선학교에서 노동·인권 관련 강의를 하고 싶다는 기대를 표했다.

조장우 위원장은 “지난해 몇 차례 특성화고에서 강의를 진행했다. 특성화고의 경우 현장 취업을 나가기 전 사전 교육이 꼭 필요한데 이전까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는 이유 등을 알지 못했다. 노동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도 존재했다. 교육의 부재인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일선학교에서 노동·인권 관련 수업은 주로 창의적재량활동 시간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 또한 불러주는 학교가 있어야 강의를 할 수 있는 실정이다. 조장우 위원장은 “고3 수험생들이 시험을 보고 난 후 시간이 남아돈다. 이 때 노동·인권 강의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서 지난해 말 모든 학교에 공문을 보냈는데 안타깝게도 회신이 오지 않았다. 학교 안 아이들 보단 그간 학교 밖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최근 땅콩회항 사건이나 영화 <카트>의 내용들을 교재로 수업하고 있다. 실제 노동자와 사용자로 나눠 모의 수업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노동의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노동자라는 개념을 정립시키는 게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알바인권센터 사업도 진행중

한편 도 차원에선 알바인권센터가 충북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맡아 추진 중이다. 올해 관련 예산은 세우지 못했다. 황미영 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3월에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충북종합사회복지센터와 연계해 예방교육 위주로 사업을 전개할 것이다. 청소년(9세~24세)들이 실제 알바를 많이 하지만 미리 교육을 받는다거나 이후 피해를 당해도 해결해주는 곳이 없다. 또한 학교 밖 아이들은 택배, 유흥업소 등 음성화된 곳에서 일을 많이 하게 된다. 음성화된 알바를 양성화 시키고, 기본적인 교육을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충북도는 올해 충북발전연구원에 용역을 줘 충청북도인권증진프로젝트를 내놓는다. 올해 인권센터 설치를 검토한 후 2016년에 설치를 계획 중에 있다. 인권센터에서는 실제 피해사례 접수 상담, 실태조사, 정책 연구, 인권지수 연구 및 개발 등을 해나가게 된다. 충북인권위원회 홍성학 위원장은 “지방자치 시대 인권의 문제도 지역 내에서 해결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노동뿐만 아니라 각종 분야에서 인권의 문제가 중요해진다. 의료, 복지, 교육, 주거의 문제를 경제적인 논리가 아니라 인권문제로 바라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학교에서 당연히 이러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경쟁과 성장위주로 매몰돼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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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인권은 결국 우리 일상의 문제야!

실제 수업 내용 살펴보니…역할극부터 숨은그림찾기까지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충북지역 10개 단체와 개인이 노동인권교육, 인식 개선 활동, 청소년노동인권 상담, 교사직무연수, 토론회, 실태조사, 강사단 양성, 충북인권연대 활동, 정책 대응, 교육 프로그램 개발․연구 등 청소년의 노동인권에 관한 다양한 고민과 실천을 공동으로 펼치고 있다. 수업 내용 일부를 공개한다.

▲ 4인가족의 최저임금은 어떻게 될까. 강의는 학생들이 최저임금에 대해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노동의 가치=노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현실에 대해 알아보고 노동의 의미, 어떤 직업이 노동자인지에 대한 기준, 노동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생각을 나눈다.

△최저임금 밥상 차리기=학생들이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한 달 동안 생활하는데 필요한 돈의 용도와 금액을 처음에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준으로 그려보도록 하고, 나중에는 최저임금의 기준 내에서 다시 그려 보도록 하여 최저임금의 중요성을 이해하도록 한다.

△노동인권 O/X퀴즈=최저임금, 야간노동, 산업재해, 주휴수당, 청소년이 알아야 할 노동법 등 노동과 관련된 O/X퀴즈를 모둠별로 함께 풀어봄으로써 다양한 노동의 권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한다.

△산업재해 숨은 그림 찾기=산재그림판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되어야 할 다양한 경우를 찾아 이해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음을 안다.

△근로계약서 작성하기=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인식하고, 스스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본다.

△역할극=일을 하며 겪는 다양한 인권침해 사례를 모둠별로 주고 이 내용을 역할극으로 꾸며 직접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다른 이들의 입장에서도 노동인권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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