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발견하는데 배경이 된 과학·과학자들을 소개한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박 순 원
시인·<딩아돌하> 편집위원

태양은 거대한 수소 덩어리이다. 수소 원자 두 개가 핵융합 반응을 하면서 헬륨이 되고 그 과정에서 질량이 아주 조금 줄어든다. 그리고 그 질량만큼의 에너지가 생긴다. 그 에너지의 일부가 지구에 도달하고, 우리는 또 그 일부를 가지고 살아간다. E=mc²은 질량이 조금 줄어들 때 생기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설명하는 공식이다. 이 공식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물리적 조건 즉 힘의 원천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mc², 아인슈타인을 생각하면 누구나 바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공식이다. 누구나 이 공식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너무 단순해 보여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채임 바이츠만은 아인슈타인과 함께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오랜 여행을 한 끝에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날마다 자신의 이론을 내게 설명해 주었는데, 내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 이론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 제목: E=mc² 지은이: 데이비드 보더니스 옮긴이: 김민희 출판사: 생각의 나무
책 <E=mc²>은 E=mc²의 전기이다. 전기는 시대적 배경과 함께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의 순서로 구성된다. 이 책도 그렇다. 먼저 E=mc²의 각 요소들 에너지, 질량, 속도 제곱 (E, m, c, ²) 등의 역사가 펼쳐진다. 이 공식의 선조격인 각각의 기호들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헌한 사람들이나 연구 집단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 기호들 의미가 분명해지면 곧바로 공식의 탄생 신화로 들어간다. 1905년 특허청 서기로서 그의 삶과 더불어 그가 무엇을 읽고 무엇을 생각했는지에 관한 내용이 탄생담을 이룬다.

이후에는 E=mc²이 유년기를 거쳐 성년기에 이르는 과정이 펼쳐진다. 이론적 발견이 실용화되는 과정이다. 여기에서는 1939년 경, 20세기의 가장 무서운 전쟁이 시기, 미국 과학자들과 나치 과학자들 사이의 숨막히는 경쟁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어서 전쟁을 겪어낸 공식이 장년기에 이른 모습이 펼쳐진다. E=mc²이 어떻게 해서 종양을 찾아내는 데 쓰이는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스캐너와 같은 많은 의료기구들의 중추적인 개념이 되었는지, 또 어떻게 텔레비전이나 화재경보기 같은 일상적인 가전제품들에 쓰이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등식은 미지의 영역으로 안내하는 도구

아인슈타인 이전에는 에너지와 질량은 각각 독립적으로 보존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따라서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열심히 배운 에너지 보존의 법칙, 질량 보존의 법칙이 각각 다른 과정을 거쳐 정립된다. E=mc²은 에너지와 질량이 별개가 아닌 동등한 것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공식이다. 이 공식은 이후 여러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입증하였고, 또 원자폭탄 수소폭탄 등에 의해 우리도 쉽게 알 수 있는 상식이 되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감동받은 장면은 이것을 가능케 한 ‘=’의 기능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내가 만일 ‘15+20=35’라고 말하면 별로 흥미롭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당신에게 ‘(서쪽으로 15 정도를 가시오.) + (다음에 남쪽으로 20 정도를 가시오.) = (그러면 당신은 35일만에,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으로 당신을 이끌어 줄 무역풍을 만날 것이오.)’ 이렇게 말하면 나는 당신에게 새로운 정보를 주는 것이다. 좋은 등식이란 단순히 계산을 하기 위한 방정식이 아니다. 거의 같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두 개체가 실제로 같은지 확인시켜주는 저울도 아니다. 과학자들은 오히려 ‘=’을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한 망원경, 즉 미지의 영역으로 안내하는 도구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공식은 어쩌다가 말 대신 부호로 기록된 것일 뿐이다.”

이제 좋은 은유와 좋지 않은 은유를 구별할 수 있는 잣대를 얻었다. 시인에게도 ‘=’ 즉, 은유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한 망원경, 즉 미지의 영역으로 안내하는 도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육사의 시 「절정」 마지막 구절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를 새롭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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