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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채팅앱, 그곳엔 악마가 산다

‘N번방’ 못지 않은 랜덤채팅방…악마는 청소년을 노린다

2021. 01. 13 by 김남균 기자

- 범죄자 A, 15세 청소년 상대 280여회 음란문자와 협박
- 피해자 B. 협박 못 이겨 230여차례 촬영물 보내
- A 심지어 “남동생과 유사성행위 장면 촬영해라…소변 먹어라” 지시

2020년 2월 9월, 66명의 ‘N번방’ 가담자들이 검거됐다. 잡힐 것 같지 않았던 ‘박사’ 조주빈의 정체도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했다. ‘N번방’에 무관심했던 사회도 2019년 말을 지나 2020년이 되자 분노가 쏟아내기 시작했다.

온라인성착취들을 강하게 처벌해달라는 청와대국민청원은 20만명을 훌쩍 넘어섰고 이들의 악행을 고발하는 뉴스가 쏟아졌다.

랜덤채팅방의 범죄자 A(남)는 N번방에 대한 사회적 분노는 개의치 않았다.

N번방 가담자 66명이 검거된 며칠이 지날 즈음 한 랜덤채팅 어플을 통해 알게 된 B(15세·여)에게 마수를 뻗쳤다.

A는 먼저 B에게 음란물을 전송했다. A는 B에게 ‘주인과 노예’ 관계를 설정할 것을 요구했고 결국 주종관계를 맺었다.

A는 거침이 없었다. 음란한 사진을 찍어 전송할 것을 요구했고 B는 A가 시키는 대로 했다. 주종관계를 맺은 지 4일 동안 B는 18회에 걸쳐 A가 요구한 사진을 전송했다.

5일째 되던 날 B는 더 이상 사진을 전송하지 않겠다며 A의 요구를 거절했다.

 

‘N번방’으로 과연 온라인성착취라는 범죄는 끝난 걸까? 본보는 2019년 1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0일 사이에 ‘랜덤 채팅’과 SNS를 통해 발생한 ‘온라인성착취’ 현장을 법원판결문을 통해 추적했다. 판결문에는 악마가 있었다. (사진은 랜덤채팅방 실제 채팅장면. 기사의 특정 사건과는 관련없다)
‘N번방’으로 과연 온라인성착취라는 범죄는 끝난 걸까? 본보는 2019년 1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0일 사이에 ‘랜덤 채팅’과 SNS를 통해 발생한 ‘온라인성착취’ 현장을 법원판결문을 통해 추적했다. 판결문에는 악마가 있었다. (사진은 랜덤채팅방 실제 채팅장면. 기사의 특정 사건과는 관련없다)

협박과 동시에 드러난 악마의 실체

협박이 시작됐다. A는 B가 보낸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 협박을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A는 B의 나체 사진을 트위터에 게시한 화면을 캡처해 전송했다. B의 나체사진을 자신의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한 뒤 이를 찍어 전송했다.

A의 협박이 통했다. 협박에 무너진 B에 대한 A의 요구는 더 거칠어졌다. 욕설도 거칠어졌다. 소변을 보는 장면을 촬영하게 하거나 마시게 하는 등 변태적인 행위까지 서슴없이 요구했다.

A에겐 B는 더 이상 존엄성이 보장된 인간이 아니었다. B를 가축으로 호칭했다.

정작 인간이 아닌 것은 A였다.

 

15세 소녀에게 “남동생과 유사성행위 장면을 촬영해라”

A의 성적학대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진행됐다. 어떤 날은 오후 4시부터 시작돼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지속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5시간 뒤인 오전 10시에 다시 시작됐다.

이 날은 휴일도 아닌 화요일과 수요일이었다.

어느 날 새벽 2시, A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B의 나체사진을 휴대폰 배경으로 설정하고 이를 캡처한 사진을 전송했다.

1차 협박이 있었던 날로부터 5일 정도 지난 뒤였다. 협박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협박이 지난 뒤 요구는 더 강해졌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요구가 등장했다.

새벽 3시 B에게 “××년 말이 ×나 많네. 일단 남동생 ×× ×× 오라고”라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15세 미성년자에게 남동생과 유사성행위 하는 장면을 촬영해 보내라는 것이었다.

발송자는 당연히 A였다. 새벽 세시에 시작된 협박은 오전 11시경까지 지속됐다.

공개된 장소에서 음란행위를 찍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A의 협박에 B는 버스에서 음란영상을 찍어야 했다.

이렇게 A는 281회에 걸쳐 B에게 음란물을 전송하거나 지시·협박 메시지를 보냈다.

 

동생인척하며 “A가 자살했다. 너는 처벌받을 것이다” 협박까지
- A 281회에 걸쳐 음란·협박 문자 보내 236회 전송받아

A는 B가 등장하는 사진이나 영상물을 공개하겠다던 협박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재했다.

A는 총 16회에 걸쳐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게시하거나 리트윗하기도 했다.

A의 협박에 견디다 못한 B는 이 기간 총 236회에 걸쳐 사진과 영상을 전송했다.

A의 협박은 집요했다. 심지어 자신이 자살했다고 허위사실까지 동원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는 B에게 다른 사람의 전화로 연락해 “너(B) 때문에 우리 형이 자살했으니 너(B)도 가중처벌 받을 것이다”며 위협했다.

범죄자 A는 랜덤채팅앱 '심심톡'을 통해 B를 알게됐다. 사진은 심심톡 캡처화면
범죄자 A는 랜덤채팅앱 '심심톡'을 통해 B를 알게됐다. 사진은 심심톡 캡처화면

 

“A 신상공개 안 된다”고 판결한 법원

끝날 것 같지 않던 A의 추악한 범죄도 결국 덜미가 잡혔다. N번방 사건 ‘박사’ 조주빈이 검거될 무렵 A는 피해자 B의 집 근처에서 체포됐다.

재판부는 체포 당시 “(A)가 B의 집 근처에서 체포됐는데 겁을 먹은 피해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A에 대한 1심재판은 지난 해 7월 마무리 됐다.

1심 판결문에 명시된 A에 대한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는 징역 2년6개월에서 22년 6개월.

1심 재판부는 A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관련기관·장애인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을 제한하도록 명령했다.

재판부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트위터 계정에 게시한 사진은 얼굴 부위가 가려져 있어 B라고 식별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닌 점, 과거 다른 범죄로 두 차례 벌금형을 받은 것 이외에 다른 전과가 없는 점을 A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삼았다.

1심 재판부는 A에 대한 ‘신상공개 및 고지’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결했다. A가 과거 성관련 범죄 전과가 없어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재판부의 판결로 우리는 A라고 밖에 호칭할 수 없게 됐다. 그가 누구인지도 알수 없게 됐다.

그러나 우리가 알수 있는 사실은 분명하다. 판결문에 명시된 A의 범죄일람표는 도저히 인간이 한 행동이라고 보기 힘들다.

랜덤채팅을 매개로 SNS를 통해 벌어진 A의 범죄행각은 N번방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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