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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학습자를 아시나요?

충북은 경계선지능인 위해 얼마나 지원하고 있나

2020. 10. 14 by 최현주 기자

- 충북도, 양육보호시설에 입소한 아동 검사비 지원이 전부
- 도교육청, 전체학교에 ‘두드림학교’ 운영…기초학습에 초점
- 청주복지재단 연구보고서 나왔지만 1년째 변화 없는 청주시
-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원센터 마련 시급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늘 관심밖에 있었던 경계선지능인들.

서울교육대학교 강옥려 교수의 논문, ‘경계선급지능 아동의 교육’에 따르면 경계선지능인은 전체 인구의 13.5%에 달한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최소한 열 명중 한명은 경계선지능인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계선지능에 대해 그동안 우리 사회는 무관심했다. ‘경계선지능’ 또는 ‘느린학습자’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다. 경계선지능 자녀를 둔 부모들은 지자체의 어떠한 지원도 없이 치료와 돌봄, 성인이 된 이후 자립 등을 홀로 책임져야만 했고 그런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 또한 알아서 견뎌야 했다.

물론 최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일부 지자체에서는 경계선지능인들을 위한 지원방안과 조례 등을 내놓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 1월 아동복지시설에 있는 경계선지능 아동 880명을 대상으로 자립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지역아동센터의 경계선지능아동을 대상으로 ‘사회적응력 향상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2014년부터 두드림학교를 운영, 기초학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9월 서울시에서는 ‘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안’이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원안 가결되었다. 이 조례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근거로 △시장의 책무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계획의 수립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 △지원 사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회복지시설 등 ‘열악한 시설’을 우선으로 하고 있고, 일반화되기 위해선 시간 또한 걸린다. 그렇다보니 경계선지능아동을 둔 부모들은 막상 현실에선 여전히 지원이나 서비스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느린학습자시민회’ 카페에는 “수년째 변한 것이 없다”, “졸업 후 자립은 여전히 막막하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방, 특히 충북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학부모들의 자조모임조차 거의 없는 충북에서 지원이나 서비스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고 부모들은 입을 모은다.

 

‘두드림학교’가 전부라고?

충북에선 진행되고 있는 경계선지능인들을 위한 지원은 사실상 충북교육청이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두드림(Do-Dream)학교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두드림학교는 학습장애, 정서적 어려움, 왕따, 돌봄 결여 등 복합적 요인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기초학력 부진학생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맞춤형 학습서비스다.

충북교육청은 올해부터 433개 초·중·고 전 학교에 두드림학교를 운영, 학생 수에 따라 400~9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국어, 수학 교과시간에 담임교과 이외에 협력강사를 별도로 배치해 학습이 부진한 아이들을 지도한다. 특히 내년에는 30개 학교에 기초학력 초등전담교사를 배치하고, 60개교에는 협력강사를 지원하며, 70개교에는 청주교대 대학생들의 멘토링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방과 후에는 일대일 학습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충북학습종합클리닉의 학습 코칭과 연계하고, 병원 등 전문상담과 연계한 지원과 언어치료, 미술치료 등도 병행하고 있다. 도교육청 학교혁신과의 이선영 장학사는 “충북교육청의 두드림학교는 학습부진의 원인을 진단하고 학습전략을 세워주며 불안, 스트레스, 주의산만 등에 대한 정서행동 상담도 지원한다”며 “맞춤형 학습지원 서비스 확대로 배움이 느린 학생도 함께 성장하는 기초학력보장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종합적인 자립안전망 마련돼야”

그러나 두드림학교는 어디까지나 기초학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초학력을 일반 학생들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이다 보니 경계선지능인들이 호소하는 사회성향상이나 일대일 맞춤형 교육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경계선지능아동 부모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성적향상이 아니라 사회성 향상, 일반아이들과 함께하는 통합교육, 나아가 학교를 졸업한 후의 자립이다. 청주시 율량동에 거주하는 학부모 A씨는 “내가 죽고 나면 이 아이가 어떻게 살아갈지 너무 걱정된다. 내가 살아있고 내가 돌볼 수 있을 때는 어떻게든 되겠지만 결국은 이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자립을 해야 할 텐데 학교를 졸업한 후 이 아이의 미래가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결국 학습과 학교를 벗어난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여러 연구자들의 연구논문을 살펴보면 학습을 넘어선 일자리 확보 등 평생교육을 지원하는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지원센터’의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아산프론티어아카데미 더딤 프로젝트팀과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서 발행한 ‘청년느린학습자 자립지원방안연구보고서’에서 한신대학교 이재경 민주사회정책연구원은 “경계선지능인에게 학습부진은 중요한 의제이긴 하지만 결코 경계선지능인 문제 전부를 관통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부차적인 것이다. 법과 조례 모두 학습부진 프레임에 갇혀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성인 경계선지능인들을 배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답을 하고 있지 못하다”며 사회통합과 종합지원센터 설립 등 경계선지능인들을 위한 종합적인 자립안전망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0월 서울시 동북권NPO지원센터에서 발행한 ‘느린학습자 지원정책 수립 기초 연구보고 공론장’에서 서울여자대학교 바롬인성교육연구소 엄경남 전임연구원은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조기진단 △맞춤형교육 △치료비 등 지원확대 △경계선지능인들을 위한 공간 마련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지원센터 마련 등을 제안한바 있다.

청주에서도 이런 연구는 있었다. 지난해 청주복지재단의 서재욱 연구위원은 ‘청주시 경계선지능 의심아동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모색연구’에서 경계선지능아동들이 생활하고 있는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역량 강화와 인력배치의 현실화, 심리검사비 지원확대, 충북아동자립지원전담기관 설치 등을 정책으로 제언했다.
 

보고서 나와도 변화 없는 청주시

현실은 어떤가?

결론은 연구보고서가 나온 지 1년이 넘었어도 충북도와 청주시에서는 어떠한 공론화과정이나 논의가 없었다. 연구는 연구일 뿐, 후속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현재 충북도에서 경계선지능인들을 지원하는 사업은 양육보호시설에 입소한 아동(청소년) 중 34명의 심리검사비 6000여만 원 지원이 전부다. 이 지원금은 국비 70%, 도비 9%, 시비 21%로 , 사실상 지자체의 지원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청주시의 한 관계자는 “장애인으로 등록이 안 된 사람들에게는 지원이 사실상 없다”며 “등록이 안 돼 있으면 다 발굴을 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계선지능 아동을 자녀로 둔 한 학부모는 “청주에는 아동복지관도 있고 마을마다 도서관도 여럿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단 한곳도 없다”며 “모여서 놀이를 하고 싶어도 공간도 없고 프로그램도 없다. 모든 것을 엄마가 다 알아서 해야 한다. 엄마가 프로그램도 짜야 하고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 모임을 만들고 싶어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임을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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